[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조현준 효성 회장의 행보가 거침 없다. 올해 러시아, 인도, 멕시코를 직접 방문해 대규모 수주 계약을 체결했고 ATM수주를 바탕으로 멕시코 대통령과의 인연도 쌓았다. 주요국 인사들과의 만남에 이은 실질적인 소득, 조 회장의 글로벌 경영 행보의 결실이다. 

직접 전시회를 찾아 시장의 목소리를 경청하기도 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란제리·수영복 전시회 '인터필리에르 파리 2019', 중국 '인터텍스타일 상하이' 전시회에 직접 참석해 고객사의 요구를 확인하기도 했다.

그의 행보가 바탕이 됐을까. 조 회장의 지속적인 글로벌 행보로 효성그룹의 연 영업이익은 1조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계열사인 효성TNS는 사상 최대 실적 달성을 눈 앞에 두고 있다.

▲ 구미공장을 방문한 조현준 회장. 사진=효성

글로벌 행보 성과… 효성TNS ‘사상 최대’ 실적

조현준 회장의 광폭 행보에 힘입어 효성의 IT계열사 '효성TNS'의 실적은 수직 상승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1~3분기 누적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5%이상 늘어난 약 9800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대비 118%이상 증가한 960억원에 달한다.

실적 급상승의 배경으로는 현장을 직접 찾은 조 회장의 행보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그는 ATM 공급 확대를 위해 미국 법인을 방문해 경영 현황을 직접 점검했다. 이어 러시아 스베르뱅크(Sberbank) 고위 관계자, 미국 메이저 은행권 인사, 인도 금융권 주요 인사 등을 직접 만나 현업 수준 대화를 이어가는 등 사업 확대를 위한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영업팀, 영업사원의 일을 회장이 직접 나서 챙긴 결과 러시아 스베르뱅크에 5만4000대(2022년까지)의 ATM을 공급하는 계약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최근 2년 간의 스베르뱅크 ATM 교체 프로젝트를 전량 수주하면서 효성TNS의 러시아 ATM 시장점유율은 80%의 압도적인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 미국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효성TNS의 ATM. 사진=효성

북미 시장에서도 그의 행보는 이어진다. 미국 체이스뱅크, 뱅크오브아메리카 등 메이저 은행에 현재까지 약 2만 대의 ATM을 판매했고, 올해 올린 매출만 약 2000억원이다. 전년 대비 40% 이상의 매출 성장률이다. 미국 시장점유율은 46%에 달한다.

이외에도 인도 SBI은행에 금융솔루션을 공급하며 시장 확대 기반을 확보했다. 로열티 수익 증가 및 하드웨어 판매 확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조현준 회장이 강조해온 기술경영의 성과도 담겼다. 그는 “ATM 사업은 고객의 환경 변화에 주목해야 성공할 수 있다. 고객의 목소리에 답이 있고, 고객의 고객이 원하는 것까지 경청해야 한다”는 말을 강조한다.

그 결과 효성TNS는 다양한 우위 기술을 확보했고, 시장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었다.

대표적인 기술이 입금된 지폐를 다시 출금해주는 ‘환류’기술이다. 이를 통해 금융사는 출금기와 입금기 2대의 기기를 1대로 통합 운영할 수 있게 됐고, ATM의 효율성도 높아졌다. 현금 운송비용 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효성TNS ATM에는 신권 화폐가 발행되더라도 권종을 분류하고, 보안 기술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기술도 장착된다.

▲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을 접견하고 있는 조현준 회장. 사진=효성

멕시코 대통령 만나 ‘미래 협력’ 논의

지난 6일 이뤄진 멕시코 대통령과의 대담 역시 조현준 회장의 글로벌 현장경영의 결실이었다.

멕시코 정부의 핵심 복지 정책인 정책인 ‘Rural 프로젝트’ 사업 일환으로 계획된 약 8000대의 ATM(약 2030억원 규모) 수주가 계기가 됐다.

효성에 따르면 멕시코는 총 인구(1억20만 명)의 17%에 달하는 약 2000만 명의 서민들에게 복지지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악화된 치안, 부실한 도로 인프라로 인해 수혜자들이 지원금을 수령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정부는 지원금의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전달을 위해 복지 사각지대에 ATM을 설치, 수혜자가 직접 지원금(현금)을 수령하도록 하는 정책을 시행하기로 했고, 약 8000대의 ATM을 발주한 바 있다.

조 회장은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과 만나 핵심 복지 정책 ‘Rural 프로젝트’를 포함한 사업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전력 인프라 사업과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에도 적극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는 요청을 전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도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뒤 다시 만나자”며 화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날 만남에서는 조 회장이 오브라도르 대통령에게 메이저리그 텍사스 레인저스의 추신수 선수의 싸인이 들어간 야구배트를 선물한 점이 눈길을 끌었다. 오브라도르 대통령이 야구 매니아라는 점을 파악한 조 회장의 세심함이 담긴 선물이다. 그가 강조한 ‘경청’과 ‘고객 경영(VOC, Voice of Customer)’의 일환으로 보면 된다.

▲ 조현준 효성 회장이 응우웬 쑤언 푹 베트남 총리와 면담하고 있다. 사진=효성

글로벌 리더들과 직접 만나

지난 2년 간 조 회장이 보인 행보는 범위가 넓고 폭도 깊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응우엔 쑥 푸언 베트남 총리, 중국 저장성장,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CEO 등 기업 총수로써도 쉽게 접근이 어려운 인물들을 직접 만나 사업을 키워왔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란제리·수영복 전시회 '인터필리에르 파리 2019'를 비롯해 최대 섬유시장인 중국에서 개최되는 '인터텍스타일 상하이' 전시회 등에 직접 참석해 고객사의 요구를 확인하기도 했다.

지난해 2월에는 효성의 단일규모로는 최대 공장이 있는 베트남의 응우웬 쑥 푸언 총리와 접견, 베트남 내 사업확대를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올해 6월도 한국을 방문한 브엉 딘 후에 부총리와 만나 신규 사업을 논의하는 등 베트남 정계 인사들과의 친분도 두텁다.

현재 효성은 베트남 호치민 인근 연짝공단과 중부 꽝남성에서 각각 타이어코드, 스판덱스 등 핵심 제품을 생산하고 있다. 남부 바리우붕따우성에는 PP(폴리프로필렌) 생산시설과 이를 위한 DH(탈수소화공정) 시설, LPG 저장탱크 등을 건립 중이다.

▲ 인도에서 개최된 Global Investors Summit에서 조현준 회장이 연설하고 있다. 사진=효성

나렌드라 모디 총리도 지난해 2월 접견했다. 조 회장은 모디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인도 마하라슈트라주 아우랑가바드시 인근에 효성의 인도 내 첫번째 스판덱스 공장 건립을 약속했다. 그는 “세계 최대의 섬유 시장 중 하나인 인도의 괄목할만한 성장을 기대하며, 효성과 인도 경제가 동반 성장하게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효성은 지난 9월 연산 1만8000톤 규모의 인도 스판덱스 공장 건립을 완료하고 본격 상업생산 가동을 시작했다. 효성은 신설 공장을 인도 내수 시장 공략의 초석으로 활용, 시장점유율을 70%까지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8월에는 중국 위안자쥔 저장성장과 만났다. 조 회장이 스판덱스 공장 건립을 추진하는 C(China)-프로젝트를 주도하며 글로벌 효성의 초석을 다지던 시기다. 저장성 최고지도자가 효성 CEO를 만난 것은 지난 2005년 시진핑 주석이 조석래 명예회장을 만난 이후 두 번째다.

올해 6월에는 세계 최대의 종합석유화학 기업 사우디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CEO와 만나 사우디 내 탄소섬유 공장 건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지난 3월에도 아람코와 화학, 첨단소재, 수소관련 사업협력을 위한 MOU를 체결한 바 있다. 사우디 탄소섬유 공장 건립은 효성 탄소섬유의 글로벌 시장 공략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업계에서는 조현준 회장의 글로벌 행보가 거침없이 이어지는 장면에 주목하고 있다. 강력한 기술을 바탕으로 다양한 지역에서 높은 성과를 올리는 그의 경영방침이 신선한 자극을 주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