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 현대백화점 미아점은 9층 식당가의 매장마다 구축돼 있던 벽과 출입문을 모두 헐었다. 대신 얇은 기둥이나 유리가 없는 창이 딸린 칸막이를 설치했다. 공간은 다른 색상이나 소재의 바닥재로 구분했다. 사람들은 기둥이나 짧은 칸막이가 설치된 영역을 제외하곤 개방된 모든 곳을 통해 식당을 드나들 수 있다. 이용할 식당을 찾아 9층을 거니는 방문객들은 선택을 앞두고 경직된 채 집중하기보다 구경하러 온 듯 여유로운 태도를 보였다.

▲ 현대백화점 미아점 9층에 조성된 오픈 다이닝 컨셉트의 전문식당가. 출처= 현대백화점

백화점 업체들이 일부 점포 내 전문식당가에 ‘오픈 다이닝’ 콘셉트의 인테리어를 활발히 도입하고 있다. 획일적인 백화점 식당가 구조에서 벗어나려는 시도의 배경과 성과에 시장 관심이 모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11월 13일 서울 성북구 동소문로에 위치한 미아점의 9층 식당가에 ‘오픈 다이닝’ 콘셉트로 리모델링한 뒤 운영을 재개했다.

앞서 작년 4~6월 3개월 간 순차적으로 천호점, 무역센터점, 킨텍스점 등 세 지점의 전문식당가에 오픈 다이닝 매장을 새롭게 도입했다.

오픈 다이닝은 어학 사전에 없는 외식업계 용어로 식당읜 조리실이나 식사 공간을 외부에서도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도록 개방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건축업계에서는 주방과 거실이 따로 분리돼 있지 않고 한 공간에 각자 배치돼 있는 실내 구성 방식을 일컫는 개념으로도 쓰인다.

현대백화점은 식당가의 수익성 강화를 목표로 매장의 인테리어와 구성, 입점 브랜드 등 구성요소들을 리뉴얼했다. 공간을 재구성함으로써 식당가에 대한 고객 인식을 환기시키려는 취지를 앞세웠다.

식당가를 오픈 다이닝 형태로 리모델링한 사례는 앞서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도 찾을 수 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은 현대백화점에 1년 가량 앞선 2017년 5월 지하 1층 식품관에 맥줏집(펍) 콘셉트의 음식점 편집 매장 ‘오픈 다이닝 존’을 열었다. 현대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새로운 컨셉트의 매장을 내놓고 고객을 유인하려는 목적을 담았다.

각종 메뉴를 취급하는 음식점 브랜드 10곳의 조리실 및 계산대가 오픈 다이닝 존 곳곳에 위치한다. 각 식당별 사적 영역을 제외한 공간에는 좌석과 테이블을 비치해 방문객들이 자리를 찾아 앉을 수 있도록 했다. 계산은 각 식당에서 하되 고객 좌석은 대형마트 푸드코트와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한다. 신세계백화점은 현재 오픈 다이닝 콘셉트를 지점 내 식당가에 적용하지 않은 상황이다.

▲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1층에 자리잡은 오픈 다이닝 존의 입구 전경. 사진= 이코노믹리뷰DB

롯데백화점에 이어 현대백화점까지 일부 백화점 업체들이 최근 오픈 다이닝 콘셉트를 현장에 속속 도입하는 이유는 뭘까. 업계에서는 오픈 다이닝 전략이 최근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인테리어 트렌드로서 사업자들에게 각광받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소비자들이 구매력, 사회적 지위 등 개인 특성에 관련 없이, 타인과 쉽게 소통할 수 있고 접근 장벽이 낮은 공간을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위생 상 이슈에 대한 소비자 우려를 불식시키는 동시에 전문성을 홍보하는 장치로서 오픈 다이닝의 개방성을 활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건자재 업체 KCC는 올해 초 작년 12월 발표한 2019~2020년 인테리어 트렌드의 키워드 가운데 하나로 친밀함(Affinity)을 꼽았다. 소비자들이 서로 간 소통을 유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공간으로 조성하려는 니즈를 갖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두 백화점의 오픈 다이닝 전략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천호점, 무역센터점, 킨텍스점 등 세 개 지점이 전문식당가에 오픈 다이닝 콘셉트를 적용해 다시 오픈한 후 1년간 벌어들인 영업수익은 전년동기대비 평균 27.4% 증가했다.

정경숙 대구대 실내건축학과 교수는 “조리실, 좌석 등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개방형 식당가는 방문객의 호기심과 수요를 유발할 수 있다”며 “프리미엄을 표방해 일종의 권위적 이미지까지 유추할 수 있던 전문식당가들도 오픈 다이닝 콘셉트로 소비자와 눈높이를 맞추고 소통을 시도하려는 것으로 풀이한다”고 말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 등 두 업체는 향후 오픈 다이닝 콘셉트를 추가로 적용할 계획을 공식적으로 확정짓진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수익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만큼 기간을 두고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한개 층을 리뉴얼하는 작업 자체가 쉽지 않은데다 공사 기간, 기존 입점 업체 폐점 일정 등 다양한 요소들을 고려한 뒤 리뉴얼을 최종 결정해야 한다”며 “현대백화점은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결정한 바 없지만, 오픈 다이닝 콘셉트의 전문식당가를 추가 도입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