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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태산 서평] 후쿠시마 제2원전, 대지진·쓰나미 어떻게 피했나?

<두려움 없는 조직> 에이미 에드먼슨 지음, 최윤영 옮김, 다산북스 펴냄.

경영학자들은 폭스바겐 ‘디젤게이트’의 근본 원인으로 폭스바겐의 전 회장이자 최대 주주인 페르디난도 피에히를 꼽는다. 피에히로부터 이어져온 폭스바겐의 공포 리더십이 디젤엔진 개발자들의 배출가스 조작과 은폐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책에 의하면, 피에히는 과거 크라이슬러 임원에게 이런 경영비법을 들려줬다고 한다. “최고의 자동차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하나 알려드리죠. 엔지니어를 비롯해 모든 임직원을 회의실로 소집해서 이렇게 선포하세요. ‘이 형편없는 구닥다리 모델은 이제 지겨워! 앞으로 6주를 줄 테니 세계적인 디자인을 뽑아오란 말이야! 6주 후까지 제대로 된 게 안 나오면 모두 쫓겨날 각오해!’”

책에는 피에히와 대조적인 리더로서 무명의 일본인이 소개돼 있다. 2011년 후쿠시마 제2원전의 폭발을 막은 마스다 나오히로 소장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제1원전은 쓰나미 침수로 전력이 끊기면서 원전 냉각장치가 멈춰 원전 폭발 참사로 이어졌다.

제2원전은 그곳으로부터 남쪽으로 10km 떨어진 곳에 있었다.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는 이곳도 덮쳤다.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대지진이 발생하자 제2원전 마스다 나오히로 소장은 4기의 원자로 가동을 중단시킨 뒤 비상대응센터로 전 직원을 소집했다.

오후 3시 22분 쓰나미로 몰려든 바닷물이 17m 높이까지 차올랐다. 몇 시간 뒤 바닷물은 빠졌지만 원자로 3기가 침수돼 냉각기능이 마비됐다. 원자로 내부의 노심에는 연료봉들이 고열을 계속 내뿜고 있었다. 여진은 계속됐다. 가족들의 사망·실종 소식에 다들 제정신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원자로 현장 상황을 파악할 수 없어 불안했다.

마스다는 아무 말없이 화이트보드 앞으로 다가갔다. 그 곳에 여진의 강도와 빈도, 각종 추정치, 시간의 경과에 따라 감소하는 위험도 등 도표를 그리기 시작했다. 직원들은 이를 지켜봤다. 마스다는 데이터를 제시함으로써 직원들 스스로가 불확실성에 직면하고 맞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다.

오후 10시, 마스다는 팀 리더들에게 10명을 한 조로 4개 조의 작업반을 구성하여 원자로 4기의 손상 정도를 조사하라고 ‘요청’했다. 지시하거나 명령하지 않았다. 아무도 거부하지 않았다. 3월 12일 오전 2시 현장파악이 끝났을 때 제1원전 폭발소식이 전해졌다. 다들 두려움에 떨었다.

아직 전기가 공급되고 있는 원자로와 냉각장치가 멈춘 나머지 3기를 연결해 전기를 공급하려면 총 9km의 거리에 케이블을 놓아야 했다. 평소라면 한 달이 걸렸을 일이었지만 주어진 시간은 24시간 뿐이었다. 장비도 없었다.

마스다는 화이트보드를 통해 복구 전략을 공유하고 정보를 업데이트했다. 전 직원은 미친 듯이 작업했다. 시간이 한참 지났을 때 마스다는 확신을 잃었다. 원자로 4기를 연결하기는 불가능해 보였다. 마스다는 자신의 판단 잘못을 시인했다. 그러나 이것이 오히려 직원들을 결속시켰다. 마스다는 일부 계획을 수정하고 작업을 지속하기로 했다.

3월 14일 오전 1시 24분, 케이블 설치가 완료됐다. 가장 위험했던 원자로 1호기의 냉각장치가 재가동됐다. 두 시간만 늦었어도 폭발할 수 있었다. 그날 오후까지 나머지 원자로들에도 전력이 연결됐다. 제2원전의 위기가 마무리됐다.

주태산 주필  |  joots@econovill.com  |  승인 2019.11.23  09: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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