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슷한 시기 페이스북에는 맹비난을 쏟아내고 애플에는 최대한의 호의를 보여 눈길을 끈다. 내년 재선을 노리는 그의 행보가 본격적으로 이어지며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의 애플 조립공장을 방문해 팀 쿡 CEO를 만났다. 그는 이 자리에서 애플에 대한 특별대우를 언급해 눈길을 끈다. 바로 관세면제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 차례 유예됐으나, 오는 12월 15일 중국에서 제조된 상품이 미국으로 넘어올 때 고율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애플 입장에서는 발등의 불이다. 중국에 제조 거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방침대로 고율관세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팀 쿡 CEO와 만나 애플에 대한 특별대우를 언급하자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에서 제조되는 애플 제품에 고율관세를 부과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이 과정에서 삼성을 거론하기도 했다. 중국 외 제조거점을 가진 삼성의 제품이 고율관세를 피해 미국으로 넘어오는 상황에서, 중국에 제조거점을 가졌다는 이유로 애플의 제품이 미국으로 넘어올 때 고율관세를 받는 것은 부당하다는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정부가 애플에 대한 관세면제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난 8월 두 차례나 팀 쿡 CEO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고율관세에 대한 우려를 전달했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두고 유연하게 판단하겠다는 뜻을 피력했기 때문이다. 그 연장선에서 애플은 오스틴의 자사 조립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하는 계획을 철회하기도 했다. 내년 재선을 위해 경제적 성과를 유권자들에게 각인시켜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미중 무역전쟁의 유탄을 경계하고 있는 애플의 ‘니즈’가 딱 맞아 떨어진 결과다.

트럼프 대통령은 애플과 ‘달달한 케미’를 보여주고 있으나, SNS 기업인 페이스북을 두고는 맹비난에 나서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팀 쿡 CEO와 만난 후 하루가 지난 21일, 트럼프 재선 캠프는 트위터를 통해 "페이스북이 2020년 (트럼프 대선 캠페인)을 위한 우리의 중요한 수단(정치광고)을 빼앗으려고 한다"며 "그 수단은 우리를 미국인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게 하고, 언론과 큰 기업들이 무시했던 (미국인들의)목소리를 높이는데 도움을 줬던 것"이라고 밝혔다. 나아가 페이스북을 두고 “힘겹게 번 작은 기부금을 자기네 주머니에 넣기 위해 가격을 올리기를 원한다”고 맹비난했다.

최근 페이스북이 정치광고 정책을 두고 오락가락한 행보를 보이자 나온 비난으로 보인다.

사실 트럼프 대통령과 페이스북, 특히 마크 저커버그 CEO와의 악연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 트럼프 대통령과 마크 저커버그의 악연이 눈길을 끈다. 출처=갈무리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지난 대선 당시부터 트럼프 대통령을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 실제로 마크 저커버그 CEO는 2016년 F8 컨퍼런스를 통해 이민자를 압박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으며, 이를 트럼프 대통령이 재차 반박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졌다. 이후 페이스북이 프로젝트 리브라를 통해 암호화폐 실험에 나서며 달러 중심의 기축통화 체제를 위협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암호화폐는 사기’라는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명한 '트위터 광'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