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카드 본사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DB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현대카드가 수익감소에도 불구하고 대출서비스 취급액을 큰 폭으로 줄이는 등 리스크 관리 강화에 열을 올리고 있어 눈길을 끈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역점을 둔 행보로 보인다.

현대카드의 올 3분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5%, 40% 감소했다. 신한카드, 삼성카드, KB국민카드, 현대카드 등 상위 카드사 4곳 중 유일하게 현대카드만 순익이 감소했다.

카드사 4곳 모두 지속적인 가맹점수수료율 인하 여파로 가맹점수수료 수익은 줄었다. 하지만 신한카드는 대출서비스(현금서비스+카드론) 취급액을 지난해 3분기 대비 1조원 가까이 증가시켜 순익을 늘렸으며, 삼성카드는 전년 동기보다 인건비를 200억원 가량 축소해 전년 동기 대비 순익이 약 101억원 증가했다. KB국민카드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4.6% 줄었으나, 3분기에 약 288억원의 법인세를 환입 받아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어났다.

현대카드의 올 3분기 실적 악화는 세금 납부와 제휴사 포인트 분담 비용 등 일회성 요인도 작용했지만, 금융 수익의 감소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현대카드는 지난해 동기 대비 올해 3분기 현금서비스와 카드론 취급액을 총 9조6132억원에서 8조5427억원으로 1조원 이상 줄였다. 취급액 감소에 따라 수익도 감소했다. 현대카드는 올해 초부터 내부 리스크 관리 지표들을 다각적으로 검토한 후, 리스크 관리를 크게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의 수익보다는 내실 다지기에 역점을 뒀다는 평가다. 그 결과 지난해 3분기 1.58%였던 연체율은 올해 3분기 0.92%로 크게 개선됐다.

카드업계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카드사들의 대출서비스에 대한 수익 의존도가 점점 높아져가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당장의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대출서비스 비중을 크게 줄인 것은 상당히 파격적인 결정”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가 전년 동기 대비 현금서비스/카드론 취급액을 11.1% 줄인데 반해, 신한카드는 5.6%, KB국민카드는 2.0%, 삼성카드는 0.3% 현금서비스/카드론 취급액을 늘렸다. 현대카드는 나머지 3사와 현금서비스/카드론 절대 규모의 차이도 컸다. KB국민카드는 해당 취급액이 11조7764억원으로 현대카드보다 38% 컸으며, 삼성카드는 12조840억원으로 현대카드보다 41% 이상 높았다. 신한카드는 총 18조3468억원을 기록해 현대카드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었다.

▲ 출처=현대카드

◇ 누적 실적 성장세는 가장 높아

1~3분기 누적실적 성장세는 상위 4곳 카드사 중 현대카드가 가장 높았다. 현대카드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1997억원, 순이익 1518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3.6%, 18.8% 상승했다. 이 같은 성과는 온라인 채널을 활성화해 모집 비용을 줄이는 등 효과적으로 예산을 절감하고, 선택과 집중에 주력한 마케팅을 펼친데 따른 효과로 풀이된다.

순이익의 경우 나머지 3사도 2.2%에서 4.4%까지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모두 전년 대비 감소했다. 특히 삼성카드는 전년 대비 3.1%, KB국민카드는 전년 대비 14.6% 감소해 감소폭이 컸다.

▲ 출처=현대카드

◇ 코스트코 효과 ‘톡톡’

현대카드는 지난 5월 24일 시작된 코스트코 파트너십 효과도 적지 않게 보고 있다. 우선 회원 수가 크게 늘었다. 올해 3분기 기준 현대카드의 총 회원 수는 833만 명으로 코스트코 파트너십 체결 계약을 발표했던 작년 3분기 대비 회원 수가 95만 명(12.9%) 증가했다.

신용판매(일시불+할부) 실적 증가세도 뚜렷하다. 현대카드는 올해 3분기까지 신용판매 취급액이 전년 동기 대비 5조1424억원(8.1%) 증가했다. 반면, 코스트코와 파트너십 계약을 종료한 삼성카드는 전년 동기 대비 신용판매 취급액이 2조7277원(3.4%) 감소해 대조를 이뤘다. 현대카드로 결제카드를 교체한 이후 코스트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으며, 현대카드 이용액도 크게 증가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현대카드만의 경영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며 “기존 사업과 함께 현대카드가 선도적으로 개척하고 있는 PLCC와 디지털, 해외 비즈니스 등 새로운 사업을 더욱 적극적으로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