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츠는 최근 부동산외에 건물을 매각 임대하는 사업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고 있다.[사진:연합]


리츠가 부동산에 새바람을 일으킬지가 관건이다. 부동산 ‘대안투자’로 급부상한 ‘리츠’가 새로운 역사를 쌓아가고 있다. 기획부동산 수준으로 저 평가받았던 리츠가 이제는 새로운 수익모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부동산 침체기를 맞으면서 오히려 더 공격적이다. 지난해까지 한파를 맞았던 리츠는 분위기 전환에도 성공하면서 올해 더욱더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에 사는 김종인(49-성북구)씨는 최근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친구의 소개로 A 리츠에 투자해 엄청난 수익률을 얻었기 때문이다. 김씨가 투자한 돈은 6000만원. 최근 배당을 받고는 입이 딱 벌어졌다. 2년여 배당금이 무려 800여만원이나 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당초 리츠에 투자할 생각은 전혀 없었다.

대출을 얻어 오피스텔을 구입해 임대 수익을 얻으려는 생각이 전부였다. 최근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면서 고민도 많았지만 현재 부동산 투자로 리츠가 대안이라고 는 생각하지 않았다. 특히 친한 친구를 통해 A리츠를 소개받았지만 마음 한켠으로는 여전히 불안이 가시지 않았다. 리츠 투자가 생소한데다 회사측에서 제시한 근접 수익률에 대해서도 전혀 신뢰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츠는 공모 시작과 함께 투자처를 공개한다. 김씨는 A 리츠가 투자하는 부동산에 대해 철저하게 살폈다. 물론 수익률도 꼼꼼히 계산했다. 김씨는 최근 부동산 경기는 물론 리츠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는 점 때문에 투자 여부를 고민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김 씨가 이렇게 한순간에 마음을 돌린 것은 리츠의 투자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 주효했다.

리츠가 최근 주목받는 이유는 기존에 땅을 매입해 건설을 일으켰던 프로젝트파이낸싱(PF)방식을 버리고 직접 주택이나 쇼핑몰 등으로 투자 대상을 확대하는 변신을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리츠는 그동안 부동산을 개발하거나 이미 개발된 부동산을 매입하는 투자형태였다. 2001년 국내에서 처음 도입된 리츠는 2009년 들어서면서 기존 상가뿐 아니라 주택부문, 오피스 등으로 투자방식이 다양해졌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까지 국내 리츠는 총 70개에 이른다. 2002년 4개였던 리츠는 9년 만에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리츠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70여개 가운데 34개사가 기업구조조정(CR)리츠, 21개가 위탁관리 리츠, 15개가 자기관리 리츠다.
이 중 가장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인 것이 바로 CR리츠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작성한 재무제표를 토대로 추정한 결과 CR리츠의 자산규모는 8조3553억원에 달했다. 이는2010년 자산규모(7조6312억 원)에 비해 9%나 증가한 수치다. 국토해양부는 2014년말에는 CR리츠자산 규모가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했다.

리츠의 자산을 위탁받아 투자운용하는 자산관리회사(AMC)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말 기준으로 AMC는 20개사로 위탁받아 운용하는 자산은 8조2045억 원에 달한다. AMC가운데 가장 큰회사는 코람코자산신탁으로 11개 리츠로부터 2조7211억원의 자산을 위탁받아 운용중이다. 시장전체의 33%를 차지한다. 케이리츠앤파트너스도 1조2854억원으로 시장전체 16%에 달했다.

리스크 적고 안정적 수익 일반인에게도 기회
김씨처럼 리츠가 일반인들에게 좋은 투자처로 꼽히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적은 자금으로도 큰 부동산에 투자할 수 있다는 점과 수익이 일반 투자자들에게도 나눠지는 구조 때문이다. 리츠는 수익률도 좋은 편이다.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CR리츠는 2002년부터 2010년까지 평균수익률이 20.6%에 이른다. 위탁관리리츠 7.4%에 비해 거의 3배에 육박한다.

대성산업은 최근 CR리츠를 통해 디큐브시티타워동을 매각했다.


리츠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오피스텔이나 점포를 분양받아 직접 운영하거나 임대수익을 내는 직접투자방식과 달리 안정적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웠던 대규모 상가나 빌딩에 투자할 수도 있고 대출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정부 인가를 취득한 업체인 동시에 모든 경영사항을 공시해야 하므로 안전성도 높은 편이다. 또 필요한 경우 주식을 매각해 빠르게 자금을 회수할 수도 있다.

투자도 쉬운 편이다. 현재 리츠협회나 투자운용사를 통해 해당 리츠를 알아본 뒤 공모를 통해 주식을 매입할 수 있다. 또 주식거래소에 상장된 리츠를 알아본 뒤 주식처럼 매입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방식은 공모와 달리 배당금에 대해 자세히 알아봐야 한다. 때로는 상장 전 리츠 주식을 사들여 상장 이후 매매차익을 얻은 사람도 적지 않다.

다만 공모가에 비해 매매가가 여기에 미치지 못해 오히려 마이너스를 기록한 사례도 적지 않은 편이다. 지난 2010년 5월 상장한 골든나래리츠는 주가가 액면가 500원보다 적은 200~300원(1월 31일 기준)에 거래됐다. 공모가 5000원으로 사들였다면 원금에 큰 타격을 입는 경우도 있다. 현재 상장된 리츠는 코크렙제8호위탁관리, 케이알제2호위탁관리, 코크렙제15호기업구조조정, 트러스와이어제7호위탁관리 등 총 4개의 CR리츠와 골든나래리츠, 광희리츠, 케이탑리츠, 이코라이리츠 등이다.

올해 오피스·도시환경정비사업 각광 받을 듯
지난해 CR리츠와 위탁관리리츠가 투자한곳 67%가 오피스였다. 2009년 3조9708억원에서 2010년 4조6584억원, 지난해에는 5조4878억원을 투자했다. 이에 반해 상가는 정체상태를 보이고 있지만 투자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2009년 1조5958억원에서 2010년 1조6831억원, 지난해에는 1조9723억원이다. 국토해양부 관계자는 “최근부터 오피스외에도 호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복합쇼핑몰 등 투자대상을 확대되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인가받은 코크렙청진 제18호/제19호 위탁관리리츠(코람코자산신탁)는 서울시 종로구 청진동에 도시환경정비사업에 뛰어들었다. 청진구역 12-16지구 정비를 통해 건설되는 오피스빌딩 2동에 대한 선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코크렙청진은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EV)가 건설 중인 빌딩을 주로 매입대상으로 삼고 있다. 투자금액도 1조2600억원으로 리츠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다.

투자자도 대기업들이다. 주요 출자자로는 농협과 GS건설이다. 2014년 3월 준공된 이후에는 GS건설이 10년간 책임 임차하는 방식이다. 이미 지어진 건물을 매입하는 것이 아닌 건설에 참여하는 것은 단기적인 관점보다 장기적으로 투자가치가 높기 때문이다.

코크렙청진의 한 관계자는 “오피스 빌딩의 경우 경기침체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연 8%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기관투자자들도 선호하는 편이다”라며 “상황에 따라 수익률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지만 원금 보장성이 높아 투자자들도 좋아한다”고 밝혔다.

최근엔 비즈니스호텔, 물류단지로 영토 확장 본격화
단순 투자를 넘어 직접 운영에 뛰어들고 있는 사례도 늘고 있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곳이 비즈니스호텔이다. 리츠들은 최근 수요가 부족한 중저가 호텔 시장을 겨냥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단순한 투자를 넘어 실질적인 수익을 얻겠다는 공격적인 투자로 양상이 바뀌고 있다는 얘기다. 지난해 호텔에 투자한 리츠는 총 4곳에 불과했지만 올해 더욱 더 늘고 있는 추세다.

제이알제5호 위탁관리리츠(제이알자산관리)는 서울시 중구 을지로에 있는 와이즈 오피스 빌딩을 매입해 리모델링하고, 120실 규모의 비즈니스 호텔로 운영 중이다. 또 제이알8호 위탁관리리츠는 중구 명동의 명동센트럴빌딩을 비즈니스호텔로 변경하기 위해 인가를 낸 상태다.

아벤트리 자기관리리츠(아벤트리)도 종로구 견지동의 천마빌딩을 매입해 ‘아벤트리 종로 관광호텔’로 리모델링 중이다. 규모가 155호실에 이른다. 생보제1호 위탁관리리츠(생보부동산신탁)는 명동 충무로1가의 삼윤빌딩을 호텔로 변경했다. 퍼스티지 개발전문 자기관리리츠는 동작구 신대방동의 중외제약 사옥을 매입해 호텔로 바꾸는 중이다.

물류산업에 뛰어든 리츠도 있다. 개발전문 위탁관리리츠인 청북물류(케이리츠앤파트너스)는 경기도 평택시에 물류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에 투자했다. 리츠가 추진하는 개발사업으로는 최대규모인 3290억원을 투자한다.

CR·위탁리츠 대기업 구조조정 해결사로 한몫
CR리츠와 위탁 리츠가 많아진 것은 최근 대기업들의 참여가 높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경우 리츠가 재무구조 개선 등 구조조정 수단으로 많이 활용했다. 유동화하기 어려운 부동산의 문제점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 부동산 거래 활성화에도 기여하는 편이다.

KT는 최근 보유중인 20개 지사의 건물을 CR리츠인 케이리얼티에 매각했다. KT는 케이리얼티에 보통주를 매입해 주주로 참여했다. KT는 이 건물을 최대 10년간 책임 임차하고 전체투자금의 8%를 보증금으로 납부했다.

대성산업은 최근 디에스아이 CR리츠에 구로구에 위치한 디큐브시티 타워동을 매각했다. 디큐브시티는 지난해 8월 준공됐으며 업무시설을 비롯해 백화점과 호텔이 들어섰다. 서울 도심부에 있는 대규모 복합시설을 자산으로 리츠가 영업인가가 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디에스아이 CR리츠는 자산관리회사인 제이알자산관리가 도입 시설별로 3개의 리츠로 구분해 영업인가를 받았다. 매각금액은 7750억원으로 세금과 각종 부대비용으로 8502억원을 투자했다. 자본금 4020억원은 미래에셋맵스 부동산펀드 1호(우선주 기관투자자)와 2호(보통주 대성산업)가 각각 2010억원씩 출자했다. 나머지 4482억원은 임대보증금과 금융기관의 차입금으로 충당한다. 건물은 대성산업이 15년간 임대를 책임지는 조건이며 호텔은 쉐라톤호텔, 백화점과 오피스텔은 대성산업이 각각 맡았다.

이처럼 CR리츠는 건물에 대한 지배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회계장부에서 자산과 부채를 털어낼 수 있는 수단으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건물 매각을 준비 중인 대기업들 상당수가 CR리츠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건물 매도자들은 매매대금의 상당수를 금융기관의 채무상환에 사용해 리츠가 회사의 부채비율 개선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 건물 매각하는 것과는 반대로 리츠시장에 직접 뛰어든 기업도 있다. KT&G는 지난해 제이알자산관리가 설정한 제이알제4호 CR리츠와 제이알제5호 위탁관리리츠에 최대주주로 참여했다.

제이알4호 우선주 200만주(총 지분 32.68%)를 100억원에 인수했다. 제이알4호는 건설사인 성동구 도선동에 위치한 코스모타워를 운영 중이다. 제이알4호는 우선주 연환산배당률을 8%로 보장을 내세웠다. 이밖에도 직접 호텔을 운영하는 제이알제5호에도 투자했다. KT&G는 총 112만주(34.63%)를 56억원에 취득했다.

‘먹튀’ 블랙리츠도 있어 위험성 배제할 수 없어
지난해 국토부에 영업인가를 신청한 리츠는 총 58개다. 이 가운데 32개만 인가를 받았고 14개의 리츠가 인가 취소되거나 자진해산됐다. 리츠의 다양한 투자확대의 긍정적면도 있지만 부정적인 면도 적지 않다.

2008년 4월 국토부로부터 국내 1호 자기관리리츠 영업인가를 받았던 다산리츠는 가장납입하는 방법으로 주식에 상장하고 이후 회삿돈을 빼돌려 대표이사를 비롯해 임원들이 검찰에 기소됐다. 이들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필요한 최저 자본금인 70억원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사채로 주식납입금 보관증명서를 발급받은 다음 곧바로 이를 빼내 사채업자에게 갚는 등의 방법으로 55억원을 가장 납입했다.

또 상장에 성공하면서 회삿돈 56억원을 빼돌리는 등 횡령까지 했다. 대표이사 등은 횡령 과정에서 약속어음을 과다하게 발행해 지난 6월 한국거래소로부터 상장폐지 결정을 받았다. 물론 이같은 상황을 몰랐던 주주들의 손해는 매우 컸다. 주주들은 배임과 횡령 외에도 사기로 검찰에 고소한 상태다.

이처럼 투명하지 않거나 '블랙리츠'도 적지 않다. 최근 한 리츠는 경찰청 신원조회에서 임원 대부분이 폭력이나 사기 전과자로 드러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리츠 인가심사에는 경찰청 신원조회가 포함되기 때문에 이 같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이유 때문에 국토부의 심사도 강화됐다. 리츠가 최근 PF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부동산 개발자금으로 집중되고 있는 사례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거래소도 “부동산투자회사법 제정 당시 구조조정지원 등의 측면에서 일반기업보다 완화된 상장절차와 요건을 운영해왔다”며 “앞으로는 심사와 재무요건을 도입해 부실리츠 상장을 막고 요건도 강화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리츠(REITs)는 어떤 투자상품?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말한다.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 투자회사를 설립해 채권, 주식 등으로 투자해 수익으로 나눠주는 ‘뮤추얼펀드’다. 전문 펀드매니저를 주축으로 기관투자자와 일반인들의 돈을 모아 펀드를 구성하기도 한다.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얻으면 투자자들에게 되돌려준다. 리츠는 이익금의 90% 이상을 배당금으로 주주들에게 돌려준다. 투자자들은 은행예금이나 채권처럼 고정적인 수입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반인들이 리츠에 투자하는 방법은 펀드 공모에 직접 참여하거나 증시에 상장돼 거래중인 주식을 매입하는 두가지 방식이 있다. 공모에 참여할 경우, 저렴하게 주식을 살 수 있고 증시에 상장된 이후 주가가 오르면 시세차익도 노릴 수 있다. 리츠는 투자대상이 부동산이기 때문에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작다. 다만 펀드 방식은 투자원금에 손해를 볼 수 있다.

CR리츠-기업 구조조정 매물 부동산 투자

주식을 발행해 투자자금을 모아 기업구조조정용 매물 부동산(빌딩)에 투자해 얻은 수익을 나눠주는 펀드다. CR리츠는 상장된 경우 일반 주식처럼 매매가 자유롭고 부동산 보다 현금화 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CR리츠는 공모주 청약과 상장된 주식을 사는 2가지 방법이 있다. 청산일 전까지 연 2회씩 받게 되는 배당수익과 청산시점에 포토폴리오 내 부동산(빌딩)을 팔아 생기는 자본차익 방식이다.

자기관리리츠-일반투자자 대상 공모

자기관리리츠는 부동산 투자를 전문으로 주식회사, 자산운용전문인력 3인 이상의 상근임직원을 두고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자금을 모아 부동산 실물·대출 등에 직접 투자한 후 그 수익을 배분한다. 자기관리리츠는 상근임직원을 둔 실체가 있는 회사라는 점과 자산의 투자운용을 상근 임직원이 직접 관리한다는 측면에서 페이퍼컴퍼니인 위탁관리리츠와 구분된다. 지분이 증권거래소나 코스닥시장에 등록되어 있으므로 자금이 필요한 경우에 매각할 수 있어 유동성 확보가 가능하다.

최재영 기자 sometim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