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한 호텔에서 명백한 불법인 성매매가 벌어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 호텔 전체를 성매매의 온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한 배달 플랫폼의 정신나간 라이더가 눈여겨 보던 빈집에 들어가 도둑질을 했습니다. 그 플랫폼이 21세기 대한민국 도둑길드일까요? 당연히 아닙니다. 우리는 이런 현상을 일탈이라고 부르지요.

자극적이고 흥미를 끄는 부분의 문제, 즉 일탈을 전체로 확대해석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좋아요'에 갈증을 느끼는 일부 파격 유튜버나 할 행동이지요. 일탈이 벌어졌으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회비용을 냉정하게 따지는 겁니다. 일탈로 인해 파생되는 피해는 얼마나 되는가. 그 피해가 너무 커서 플랫폼이 문을 닫아야 한다면 닫아야 하고 플랫폼 운영자는 책임을 지고 쇠고랑을 차야 합니다.

 

다만 일탈로 인한 피해가 플랫폼이 존속했을 경우 파생되는 순기능보다 낮다면 당연히 일탈을 규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플랫폼을 올바른 길로 끌어가야 하는 것이 맞습니다. 물론 어려운 일이기도 합니다만, 쉽다고 욕만하면 우리는 원시시대에서 살아야 합니다. 너도나도 신도림 역에서 옷벗고 춤을 춘다고 신도림 역을 폐쇄하면 참 볼만 할 것 같습니다.

대륙의 칫솔, 8배의 마법 부리다
크라우드펀딩 와디즈가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 정확히는 와디즈가 흘리는 것이 아니라, 와디즈에서 펀딩을 하는 투자자들의 눈에서 눈물이 흐릅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와디즈에서 중국산 싸구려 제품이 혁신상품으로 둔갑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대륙에서 300원으로 풀리던 칫솔이 와디즈에서 국내 스타트업의 혁신 제품으로 둔갑해 2500원의 가격으로 팔리는 기이한 현상입니다. 싸구려 칫솔이 8배 이상의 가격 뻥튀기를 통해 와디즈에서 유통되다니, 세상에는 참 다양한 의미로 대단한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비난의 화살은 와디즈에 집중되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와디즈를 믿고, 와디즈를 통해 펀딩을 합니다. 그런데 와디즈는 싸구려 칫솔을 뻥튀기한 장면을 잡아내지 못했어요. 이는 크라우드 펀딩의 선두업체인 와디즈의 명백한 실책입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여기서 집중할 것은, 이러한 실책이 와디즈 전체에 대한 '격렬한 비난'으로 이어지는 장면입니다. 일각에서는 와디즈로 대표되는 크라우드 펀딩을 두고 이미 실패했다는 말도 나옵니다.

이 비난은 일정정도 당위성을 가집니다. 왜? 와디즈가 이런 비판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와디즈가 영역을 확장하면서 질 낮은 서비스와 제품을 공개하고 투자자들의 분노를 사는 일은 많았습니다. 심지어 이 과정에서 메이커와 예비 투자자가 법적인 공방을 벌이는 일도 있었습니다.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신박하다고 생각하는, 맥을 윈도우로 바꿔주는 모 제품을 두고 예비 투자자가 와디즈 홈페이지에 의문을 제기하자 해당 메이커가 그를 고소한 일입니다. 다행히 잘 마무리가 되었지만, 이는 사안을 취재한 저에게도 상당히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맞습니다. 지금 벌어지는 와디즈에 대한 논란은 '대륙의 마법' 때문에 벌어진 일이 아닙니다. 이는 트리거(방아쇠)일 뿐이고 그 이면에는 와디즈가 영역을 확장하며 지금까지 보여온 무수한 실패의 역사에 대한 분노가 넘실거립니다. 누군가는 이제 와디즈가 오픈쇼핑 플랫폼이 되어 질 낮은 서비스와 제품을 파는 자멸의 길로 가고 있다는 말도 하더군요. 이런 말이 나오는 것 자체를, 와디즈는 무겁게 생각해야 합니다.

자, 이제 기회비용 따져보자
대륙의 마법을 트리거로 삼아 폭발한 와디즈에 대한 분노는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당위성을 가집니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와디즈의 기회비용을 따져보는 겁니다. 물론 기회비용을 따진다고 실제로 달라질 것은 없지만, 그래도 뭔가 결론이 나면 시원하게 욕해도 찝찝함은 없지 않을까요?

와디즈는 존속해야 할까? 와디즈에서 계속 대륙의 마법과 같은 일탈이 벌어지면 플랫폼이 존속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라져야 합니다. 그것이 아니라면, 대안이라도 있을까?

현재 와디즈의 심사 및 모니터링 기준은 크게 네 가지입니다. 제품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직접 기획/개발/생산하는 개인/회사에게 오픈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 그리고 제품의 전부 또는 대부분을 직접 기획/개발하여 전문공장(국내외)에 위탁 생산을 의뢰하는 개인/회사에게 오픈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또 시중에 유통되어 있는 제품의 일부를 개선 및 변형하여 전문공장에 위탁 생산을 의뢰하는 회사에게는 ‘독점위탁계약서 제출’ 및 ‘국내 유통에 필요한 인증을 취득(예정)하고 사후관리(고객 응대, 유무상 A/S 등)에 대한 내용을 증명’할 경우 오픈 기회를 제공하며 해외 브랜드의 국내 단독총판 라이센스를 보유한 회사는 ‘글로벌’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해외직구’와 같이 비공식채널로 유통될 수 있음을 고지하는 조건으로 오픈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러한 가이드 라인을 가동했을 경우 대륙의 마법과 같은 일탈이 벌어지는 비율은, 즉 펀딩 참여에 대해 제품이나 서비스 형태로 보상하는 리워드형 크라우드펀딩 중 현재까지 진행된 프로젝트에서 벌어진 일탈 이슈는 1% 미만입니다. 생각보다 낮습니다.

여기에 와디즈는 19일부터 그 가이드 라인을 강화했습니다. 시중에 유통되어 있는 제품 일부를 개선 혹은 변형해 국내외 전문공장에서 위탁 생산을 의뢰하는 회사의 경우 프로젝트 스토리 상단에 ‘제품 일부를 개선 및 변형해 생산한 제품’이라는 문구를 관련 내용과 함께 고지한다고 합니다. 또 해외 브랜드의 국내 단독 총판 라이선스를 보유한 회사의 경우 앞으로는 해외 제조사 라이선스 증명에 대한 공식 코멘트를 영상이나 공문 형태로 반드시 게재하고 동일 제품의 유통현황과 계획을 상세히 게시한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메이커 평판지수 도입입니다. 내부 모니터링 기능 중 ‘신고하기’ 기능을 확대하여 서포터들의 참여를 통한 서비스 자정능력을 강화하고 현재 개발 중인 메이커 평판지수(가칭)를 도입해 서포터의 가치 판단을 도울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입니다.

정리하자면, 대륙의 마법과 같은 일탈이 벌어지는 확률은 1%며, 여기서 와디즈는 더욱 강화된 정책을 통해 확실한 플랫폼으로 거듭난다는 의지입니다. 독자분들의 생각은 어떠세요?

사실 지금까지 보여준 '와디즈의 행태'를 보면, 이는 크라우드 펀딩의 실패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실망스럽습니다. 아무리 외국 크라우드 펀딩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지만, 그래도 걱정스러운 것은 사실입니다. 1% 미만이라고 하지만 분명히 피해는 발생했고, 사실 1% 미만이라는 수치도 선뜻 믿기 어렵습니다. 여기에는 제품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이슈 등의 '소프트한 불만'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특히 메이커와 법적 공방을 벌이던 예비 투자자의 마음 아픈 사연을 직접 취재했던 입장에서는, 솔직히 씁쓸함이 가시지 않습니다.

그러나 시야를 넓혀 큰 그림을 보면, 즉 기회비용을 따지면 와디즈는 부셔지고 깨지면서 앞으로 가는 것이 맞습니다. 일탈보다는 성공이 더 많은 것은 사실이고, 이를 통해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 큰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와디즈는 지난 7년간 1만개가 넘는 스타트업의 산파역할을 했습니다. 최근 3년간 오픈건수를 살펴보면 ▲781건(2016년) ▲1234건(2017년) ▲3436건(2018년 8월 기준)으로 매년 50~100% 이상 성장해 왔습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받아야 자기의 꿈을 펼칠 수 있고, 이 과정에서 와디즈의 손을 잡으면 더욱 쉽게 비전을 향해 나아갈 수 있습니다. 덤으로 홍보도 할 수 있지요.

맞습니다. 와디즈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지만, 그 존속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에는 자제할 필요가 있습니다. 일단 플랫폼 비즈니스라는 것이, 수요와 공급을 연결하다보면 '별의별 미친자'들이 나타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먼저 짚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걸러내는 것이 플랫폼의 역할이지만 현실에서는 의외로 어려운 일이라는 점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아가 플랫폼이 존속함으로써 우리가 얻는 것이 더 많다면, 앞으로의 방향성은 결국 부작용은 끊임없이 걷어내는 노력을 하면서 묵묵히 걸어가는 것 외에는 없습니다. 우리 모두가 와디즈의 행태에 비판면서도, 또 와디즈라는 상징성을 통해 크라우드 펀딩이라는 비전을 응원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빈대잡으려 초가삼간을 다 태울 필요는 없습니다.

▲ 와디즈의 순기능도 크다. 출처=와디즈

답은 있다
마지막 고민. 부작용을 걷어내는 방안은 무엇인가. 와디즈로 대표되는 크라우드 펀딩의 미래를 잘 살려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당장 필요한 것은 와디즈 내부의 자정활동입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다 그런 거야'라는 말로 모든 부작용을 퉁칠 수 없는 법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와디즈가 이미 보여줬습니다.

다음으로는 역시 사후규제입니다. 사실 지금 벌어지는 모든 문제는 지나치게 느슨한 법령의 책임도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펀딩 기업의 범위가 창업 7년 이내의 중소기업에서 모든 중소기업으로 확대된 것이 모든 문제의 시작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는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과물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겁니다. 플랫폼 비즈니스를 하는 와디즈는 펀딩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책임이 없지만, 자체 내규를 통해서라도 일정부분 명확한 가이드 라인을 세워 책임을 지는 모습까지 보여야 합니다. 다만 대부분의 책임은 문제가 일으킨 메이커가 감내해야 합니다. 잔인하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지금 책임져야 하는 것 이상의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장병규 4차산업혁명 위원장은 최근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담식에서 기업의 규제 이슈와 관련해 "사후규제는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타트업 등 기업들이 정부에 규제를 풀어달라고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제를 일으키면 명확하게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정부는 더욱 모험적인 시도를 할 수 있고, 기업들은 최소한의 기회를 잡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구조를 크라우드 펀딩에도 도입하는 것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