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18~19세기 이뤄진 1차 산업혁명은 증기 동력의 도입, 공장 시스템 구축을 통해 농업과 제조업의 영역을 분리했다. 섬유에서 시작한 산업혁명은 미국 포드(Ford) 자동차의 일관 생산공정 혁신으로 이어지며 2차 산업혁명을 낳았고, 인류는 노동의 분업과 철강, 화학, 섬유, 제조업의 대량 생산 체제 구축에 성공한다.

지난 20세기 산업혁명이 농업과 산업의 분류, 철저한 분업화를 통해 대량생산 체제를 만들었다면 21세기 이뤄진 3차와 4차 산업혁명은 통신 기술의 발달이 촉매가 됐다. 인터넷의 등장과 무선인터넷의 발달로 유통, 판매, 관리 부문의 네트워크화가 진행됐고, 제조업은 국제적인 아웃소싱, 생산자동화 등 이전과 다른 형태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이에 더 나아간다. 증강현실 시스템의 적용, 디지털 설계도 구상 그리고 이를 실체화시킬 수 있는 능력 보유와 운영까지의 전 과정을 아우른다. ITC와 로봇 공학, 3D 프린팅 등의 주요 요소를 확립하고, 이를 통해 생산과 노동 투입 양식의 변화를 끌어 내는 것이 목정이다. 장병규 4차 산업혁명 위원장은 이를 두고 "디지털의 시대를 기반으로 하는 무수한 시행착오의 산업"이라고 정의한 바 있다.

제조를 최적화할 수 있는 기계·설비를 구축하고, 이를 전 산업에 적용하는 범 기업적인 가치 창출 네트워크다.

이 같은 변화는 우리 산업계에도 일고 있다. 독일의 ‘최첨단 기술 2020 계획(Industrie 4.0)’과 같은 혁신 개념이 제시되지 않았지만 철강, 조선, 자동차, 반도체, IT 등 주요 산업부문에서는 이에 맞춘 움직임이 진행 중이다.

특히 5세대(5G) 통신은 제조업 현장을 바꿀 강력한 ‘촉매’로 기대된다. 산업 현장이 실시간으로 연결되면서 업무환경과 생산설비까지 송두리째 바뀌는 ‘혁신의 전파’도 기대된다.

▲ 사진=포스코

포스코는 철강 제조의 전 공정에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 컴퓨팅(Cloud Computing), 빅데이터(Big Data), 인공지능(AI) 등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을 적용, 스마트제철소 구축에 나서고 있다.

또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조선3사 역시 현장에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하는 'ICT 융합 인더스트리 4.0' 사업을 추진 중이다. 모바일, 증강현실(AR) 및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로봇기술(RT)을 기반으로 하는 ‘스마트 야드’ 프로젝트가 설계 및 생산 현장에 적용되고 있다.

가장 큰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되는 자동차 산업 혁신에 나선다. 통합 현실(AR, VR)을 통한 차량 개발에 나서는 한편 ▲자율주행 ▲커넥티드카 ▲공유형 차량 시장으로의 변화를 추진한다. 나아가 산업기기부터 생산, 운용까지의 전 과정을 네트워크로 연결하고 정보를 교환하며 기계 스스로 생산, 통제, 수리까지 가능한 시대의 추진이다.

이러한 흐름은 ICT 기술이 제조업과 만나 일종의 플랫폼화를 추구하는 전략으로 발전하고 있다.

▲사진=KT

파트1. IT가 바꾸는 제조업 현장

#. 지니야, 붉은색 로봇 출하 장소로 옮겨줘.

음성명령이 떨어지자 인공지능(AI) 협동로봇이 조립 작업을 마친 로봇 모형을 옮긴다. 로봇 모형을 옮기는 도중 작업장에서 사람과 충돌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 멈춰라고 명령 하자 그대로 멈춘다. 이후 계속해라는 지시가 떨어지면 협동로봇이 다시 움직인다.

지난 11월 7일 현대중공업과 KT가 함께 발표한 5세대(5G) 기반 스마트 팩토리 사업 시연 현장.

현대중공업그룹은 자사가 보유한 조선 도크와 야드, 선박 건조 및 로봇 개발기술(현대로보틱스)과 KT가 갖고 있는 5G 네트워크와 빅데이터, 인공지능(AI) 기술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자재와 인력의 이동, 장비의 효율적인 활용, 품질 및 검수, 위급 상황 대응 등 다양한 기술을 산업현장에 접목하는 것이 목표다.

그 중심에 통신 인프라가 있다.

SK텔레콤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트림블, 현대건설기계, SK건설 등과 함께 SOC 실증연구센터에서 ICT를 활용한 도로공사 실증을 성공리에 마친 바 있다. 기존 전통방식과 스마트 건설방식으로 시공해 공법의 효율성을 비교한 사업이다.

실제 길이 260m, 폭 20m에 해당하는 상·하행선 도로공사를 총 37일 진행했으며, 스마트건설 방식에는 라이다(LiDAR) 드론, BIM, AR 기술 등이 도입됐다. ICT 기술이 건설 현장에 적용된 적은 있었지만 측량, 설계, 시공, 관리까지 전 단계에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 건설시장은 2016년 100억달러 규모로 연간 12%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SK텔레콤 최판철 기업사업본부장은 “이번 실증 결과가 스마트건설 대중화의 밑거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5G와 AR·VR, AI 등 New ICT 솔루션을 결합해 터널, 교량, 스마트 조선소까지 5G B2B 영역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승헌 원장은 “본 실증을 통해 스마트건설이 보편화 되는 시기가 멀지 않았음을 확인하게 되었으며, SOC실증센터에서 스마트건설 연구 및 실증시험이 더욱 활발해질 수 있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사진=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역시 각각 ‘스마트 야드’ ‘쉽 야드4.0’ 등을 통해 ‘스마트 조선소’ 조성에 나서고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PC를 활용, ‘종이 도면 없는 조선소’를 구축하는 것은 물론, 현장 한 조각의 철판, 야드 장비의 움직임을 모두 분류하고 위치를 기록한다.

이 같은 변화는 자재의 품질과 소재가 다양해지고 있는 조선 ·해양 플랜트 공정이 현실에 반영된 탓이기도 하다. 볼트와 너트의 소재와 출처까지도 따지는 만큼 데이터화의 중요성은 커진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사실 조선소는 방대한 야드와 수많은 구조물, 밀폐되고 폐쇄된 작업환경 등 통신 인프라 구축이 어려운 곳으로 꼽혀 왔다. 생산 설비와 인력의 활용이 지난 30여 년간 큰 변화가 없었던 이유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야드 면적이 여의도의 2.4배에 달하는 700만㎡에 달하고, 대우조선해양의 야드 면적 역시 약 460만㎡(여의도의 1.5배)일 정도로 넓다.

▲ 사진=현대중공업

추락하고 불타고… 조선소 사고 직접 체험

ICT 기술이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분야는 안전사고 예방과 직원들의 안전의식 고취를 위한 '가상안전체험' 부문이다.

VR기기를 통해 고소작업, 밀폐공간 및 안벽 등에서 발생할 수 있는 낙하, 질식, 폭발, 협착 등의 사고 상황을 체험할 수 있다. 가상현실 속 모든 배경은 실제 조선소와 동일하게 구하고, 체험자들은 실제 작업환경과 똑같은 느낌으로 사다리를 직접 조정하고 특정 장소에서 작업을 완수해야 한다.

사고 체험 후에는 다시 사고 직전 상황으로 돌아가 무엇이 잘못됐는지 파악하고 안전한 방법으로 다시 한 번 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방식으로 훈련을 진행한다.

현대중공업은 이에 더 나아가 AR 글라스로 사물을 인식하면서 멀리 떨어져 있는 전문가와 영상통화로 협업하고, 전문가가 표시하는 것을 화면으로 확인하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도면 오류로 생긴 결함, 용접 및 자재 부착 결함 등을 신속하게 확인할 수 있는 조치다.

 

등대공장 포스코, Industry 4.0 제조업의 길을 비춘다

제철산업은 굴뚝산업, 중후장대 산업의 대표적인 업종이다. 쇳물을 녹이고 형태를 만들어 완제품을 내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는 과정이 만만치 않다. 산업의 분류가 다양해지면서 제품의 종류와 고객사의 요구가 늘었고, 공정 하나의 복합성과 소요되는 품이 적지 않다. 작업자 마다의 능력과 편차, 공정율도 다르다.

그래서 포스코는 더 똑똑해지는 방법을 찾았다. 지난 50여 년간 축적한 데이터를 한데 모았고, 이를 AI와 IoT 공정에 도입, 세계 최초의 철강 연속 제조 공정용 스마트팩토리 플랫폼 ‘포스프레임(PosFrame)’을 만들어 낸다.

 

생산을 결정하는 수주공정에 인공지능을 투입하자 주문과 제품 생산 계획 수립 까지의 시간이 1/12로 단축됐고, 이 계획을 통해 완성품을 생산해 내는 정확도도 99.99%에 달할 정도로 높아졌다.

2시간마다 인력을 투입해 육안으로 확인하던 제선 작업은 IoT와 카메라 설치를 통해 생략했고, 노동자의 육체 작업을 인공지능이 대체했다. 현재에는 딥러닝 기술을 적용, 이 기술이 최초로 적용된 포항 2고로의 하루 생산량이 240톤 증가했다.

이외에도 각 공정에서의 온도와 성분 조사, 완제품(후판)의 상품성 등의 검사 시스템을 빅데이터로 구성, 최적 품질 제조 학습 모델을 만들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세계경제포럼(다보스포럼)’에서 선정한 '등대공장'에 선정됐을 정도로 완성도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