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올 초 지주사 전환을 시작으로 전 임직원에게 최대성과를 강조했지만 은행을 중심으로 내실위주 영업을 강화하기로 목표를 틀었다. 

금리연계 파생금융증권(DLF)의 대규모 손실과 3분기 실적감소 여파로 우리금융지주의 주가가 하락곡선을 타고 있어 속도감있는 성장보다는 신뢰 회복에 집중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회장 겸 은행장은 우리은행의 핵심영업지표(KPI)를 전면 개편한다고 밝히면서 2020년 경영목표에 ‘신뢰’라는 용어를 가장 먼저 제시했다. 

기준금리 인하와 내년 신 예대율 도입으로 비이자수익 등 전 부문에 걸친 실적 개선에 주력해야 하지만 리스크 관리에 더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올 3분기 우리금융지주는 당기순이익이 전년 동기보다 1150억원(6%) 줄어든 1806억원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지주의 지분 중 해외투자자 비율은 지주 재상장일(2월13일)에 27.3%에서 이달 19일 기준 30.94%로 증가했다.  

외국인주주의 경우 향후 기업가치 전망과 연말에 받을 배당금 규모에 관심을 가지는데, 우리금융지주의 3분기 실적과 향후 소비자 분쟁조정 등을 미뤄볼 때 순익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 3분기에는 우리은행 등 계열사의 영업점포를 축소해왔지만 직원수 확대에 따른 인건비 증가로 판매비와 관리비가 늘었다. 올 3분기 우리금융그룹의 판매관리비용률은 48.9% 수준이다. 

판매관리비용률은 이자이익과 비이자이익을 합한 금액에서 판매관리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당기순이익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수익원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비용을 절감하는 것도 방법이다. 최근 손태승 회장은 우리은행부터 조직을 개편하고 안정된 실적 개선에 무게를 두고 있다.

◇ 손태승 회장, 해외IR박차에도 주가흐름 하락곡선…연말 실적 주목

손태승 회장은 올 초 지주사를 설립하고 그룹 체제로 안착하기 위해 하반기에 가장 높은(Maximum High) 성과를 창출할 것을 주문했다. 손 회장은 지난 7월 부장급 임직원이 모인 우리 리더스 컨퍼런스 2019‘를 열어 “올 하반기에는 그룹체제 후발주자로서 갭(Gap)을 뛰어넘어야 할 대 도약기(Moment of Impact)라고 강조하면서 실적을 끌어올리도록 목표를 제시했다.

손 회장이 제시한 목표는 비이자, 비은행, 해외수익 비중을 각각 40%수준까지 확대하자는 것이었다. 특히 기업금융에 강점이 있는 우리은행에서 비이자수익을 확대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올 8월 독일 국채금리 하락에 따른 DLF손실로 인해 이달부터 영업점 평가지수를 축소하고 KPI목표도 반기에서 연간기준으로 대폭 수정했다. 이와 함께 손 회장은 여수신·펀드·방카슈랑스·카드 부문에서도 영업점이 목표를 배분하고 실적을 독려하는 것을 지양하기로 했다.

고객 신뢰 확보 차원에서는 긍정적인 변화이지만 손 회장의 연초 목표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손회장은 지주사 전환이후 비은행부문에서도 M&A에 관심을 보이며 전략을 성장쪽으로 초점을 맞췄다.  먼저 손 회장은 외국인 투자자모집과 자본확충을 위해 올 초부터 해외에서 기업설명회(IR)를 다니면서 우리금융지주를 적극 홍보했다. 

특히 우리은행의 양호한 실적을 기반으로 우리금융그룹에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크게 어필하면서 주가부양에 힘썼다.  또한 손 회장은 자사주를 올해만 네차례 매입해 책임경영에 대한 힘을 보탰다. 손 회장은 올해만 총 2만주에 달하는 주식을 매입했다. 

▲ 우리금융그룹 1년간 주가 추이

현재 손회장의 우리금융그룹 보유주식수는 4만296주에 달한다. 해외 기업설명회와 우리은행이 보유한 우리금융지분 일부 매각으로 외국인 지분이 연초보다 3.64%포인트 늘었지만 손 회장이 강조한 ‘성장’ 전략이 ‘신뢰’ 전략으로 선회돼 주가방향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올 3분기 우리금융그룹의 총자산이익률(ROA)은 0.67%로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주가는 우리금융그룹의 재상장일인 2월13일 1만6000원으로 최고점을 찍고, DLF만기일이 도래한 9월 초 1만1100원으로 최저점을 찍었다. 이후 소폭 올라 1만2000원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손 회장은 최근 우리은행의 KPI와 조직개편 방향을 밝히면서 임직원에게 "모두가 공감은 하지만 실행에 주저했던 과제들을 지금 바꾸지 않으면 혁신의 기회는 다시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