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한화로부터 항공사업을 넘겨받은지 1여년만에 그룹내 캐시카우로 등극해 시선을 끈다. 대규모 인수합병(M&A)과 연이은 수주, 신성장동력 마련 등에 힘입은 결과로 풀이된다. 업계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자회사 한화시스템의 상장 등으로 향후 그룹 내 기여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날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조사인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과 3억달러(한화 약 3500억원) 규모 엔진 부품 공급계약을 맺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공급하는 부품은 GE의 최신 엔진 ‘GE9 X’에 장착되는 고압 압축기 케이스와 고압 터빈 케이스 등 6종과 ‘LEAP’ 엔진에 탑재되는 고압 터빈 케이스류 등 40종으로 총 46종에 달한다. GE9X 엔진 부품은 2024년까지, LEAP 엔진 부품은 2025년까지 공급할 예정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잇따라 글로벌 항공기 제조업체들로 러브콜을 받고 있다. 앞서 5일(현지시간)에는 영국 롤스로이스(R-R)와 2021년부터 2045년까지 트렌트 엔진에 들어가는 터빈 부품 등을 공급하는 1조2000억원 규모의 25년짜리 대규모 수주 계약 체결에 성공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최근 5년간 GE, 프랫&휘트니, 롤스로이스 등 세계 3대 항공엔진 제조사로부터 수주한 금액은 약 201억달러(23조4200억원)에 달한다. 이들 3사의 시장점유율은 70~80%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승승장구를 두고 그룹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과 함께 40년 간 쌓아올린 제조 노하우 및 첨단 기술력 등을 요인으로 꼽고 있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연도별 매출액 추이. 2019~2021년은 전망치. 출처=딥서치

2015년 둥지 옮기고 그룹차원서 육성

항공엔진 부품 사업은 한화가 2015년 삼성으로부터 회사를 인수한 뒤 그룹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분야다. 한화에어로는 2015년 한화가 삼성과의 ‘빅딜(사업 교환)’을 통해 인수한 한화테크윈(옛 삼성테크윈)이 전신 회사다. 작년 4월 사업 분할을 통해 존속법인 한화에어로는 기존 자회사 4곳(한화지상방산·한화파워시스템·한화정밀기계·한화시스템)과 신설 법인 한화테크윈(시큐리티 부문) 등 총 5개 자회사를 보유하게 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항공분야를 확대하려는 그룹 차원의 전폭적인 지지와 투자 아래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그 결과 2015년에 곧바로 세계 3대 항공엔진 업체 중 한곳인 프랫& 휘트니(P&W)와 GTF 엔진 국제 공동개발사업(RSP) 계약을 체결했다. 단순히 엔진 부품을 공급하는 납품업체에 그치지 않고 국제공동개발 사업을 함께하는 파트너사로 지위가 격상된 것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P&W와 RSP 계약을 기점으로 빠르게 사업 규모를 늘려가고 있다. 2016년에는 미국 GE와 최신 제트엔진인 LEAP 엔진 부품 공급 계약을 맺었고, 경남 창원에 1000억원을 들여 엔진부품 신공장을 완공했다. 특히 창원공장은 글로벌 제조사들의 최첨단 부품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스마트 팩토리’를 표방해 설립됐다.

2017년엔 베트남 법인을 설립하고 지난해 베트남에도 항공 엔진부품 신공장을 준공했다. 하노이 인근 화락 하이테크 단지에 있는 10만㎡ 규모의 베트남 공장은 지난해 말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지난 10월에는 미국 항공엔진 부품 전문 제작업체인 이닥(EDAC)을 인수하면서 글로벌 제조경쟁력 확보에도 힘쓰고 있다. 이닥은 미국 코네티컷에 위치한 항공엔진 부품 전문업체로 GE, P&G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당시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의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하기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항공 엔진 제조 시장은 잠재력은 높지만 진입장벽이 높기로 유명하다. 글로벌 항공기 엔진 부품시장은 2025년 542억달러 규모에 이르며 연간 6%대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사람의 목숨과 직결되는 만큼 까다로운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한다. 경쟁력 확보는 필수다. 이는 그룹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한화그룹은 2022년까지 항공기 부품 및 방위산업 분야의 해외 진출과 글로벌 경쟁력 강화에 4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특히 항공사업 육성에 대해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김승연 회장은 지난해 12월 베트남 하노이에 지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부품 신공장 준공식에 직접 참여해 힘을 싣기도 했다. 

사업이 안정궤도에 오르면서 실적도 승승장구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올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26.2%가 늘어난 1조3125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571억원으로 전년보다 216.6% 늘었다. 영업이익은 컨세서스(증권사 추정치 평균)를 42.1% 상회했다.

올 들어 3분기까지 누적 매출액은 3조6660억원, 영업이익은 130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1% 늘었으며, 영업손익은 16억원 손실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특히 당기순손익은 지난해 208억원 손실에서 올해 1478억원 이익으로 전환하며 큰 폭으로 증가했다.

2015년 인수당시 2조6134억원에 불과했던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은 쑥쑥 늘어 지난해 4조4532억원으로 2배가량 뛰었다. 

▲ 한화시스템 회사연혁.출처=키움증권

한화시스템 상장과 함께 외형 및 기여도 더 커질 전망

업계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외형 확대는 물론 향후 그룹 내 기여도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자회사 한화시스템의 상장 덕택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방산업체 한화시스템과 ICT(정보통신) 업체 한화에스앤씨가 합병하면서 새롭게 출범한 국내 유일의 방산 및 IT서비스 융합기업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9.0%의 지분을 가진 최대 주주고 ▲에이치솔루션 13.4% ▲스틱인베스트먼트 7.8% 순이다. 

특히, 에이치솔루션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50%, 차남인 김동원 한화생명 상무와 삼남 김동선씨가 각각 25%씩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어 승계에 핵심이 될 회사로 평가받는다.

방위산업과 ICT가 결합한 특이한 구조의 한화시스템은 특성을 살려 올 국내 방산전자 부문의 수주 80% 이상을 싹쓸이했다. 올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배 증가가 기대되는 등 성장세가 가파르다. 이에 지난 13일에는 기업가치를 1조3503억원까지 인정받으며 유가증권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하기도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몸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또한 한화시스템의 상장으로 높아진 부채비율도 다소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대규모 인수합병 등에 비용을 투입하면서 부채비율이 2016년 말 141.5%에서 지난해 말 180.6%, 올 상반기 말 198.86%까지 늘었다. 그러나 자회사 상장으로 인한 지분가치 상승 효과가 반영돼 부채비율 상쇄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화시스템의 코스피 상장 예심 통과 소식이 알려진 다음 날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주가는 장중 52주 신고가인 3만9300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내년 실적 전망도 밝다. 증권업계는 항공엔진과 방산 수출 등 고른 실적 개선을 통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매출액이 전년보다 19% 늘어난 6조3794억원을, 영업이익은 2700억~2800억원대로 같은 기간 50% 이상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동헌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재 항공엔진 관련 수주잔고는 20조원 수준으로 추정되며, 장기공급계약(LTA)으로 올해 예상 매출 5430억원(EDAC 580억원 포함) 기준 37년치 물량”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관련 매출액은 매년 두 자릿수의 고성장을 전망한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목표가를 5만3000원으로 설정, 최근 6개월 전체 증권사 리포트 중에서 가장 높은 목표가를 제시했다. 이는 전체 목표가 평균인 50만420원 대비 5.1% 높은 수준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 또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장기공급계약(LTA) 수주의 질과 수익성이 향상되는 추세”라며 “이번 GE 부품 공급에 창원사업장 뿐 아니라 베트남 법인까지 생산에 참여해 원가 구조 개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어 “이닥 조기 인수 완료에 따른 실적 기여도 본격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황어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 도한 “실적 성장은 본사와 한화시스템이 견인할 예정”이라며 “저평가 속 꾸준한 이익 성장, 하반기 중동·인도 무기 수주, 한화시스템 상장에 따른 자회사 가치 부각으로 지속적인 주가 상승을 전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