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의 망 사용료 분쟁에 방송통신위원회가 나선다. 방통위는 지난 12일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 불거진 망 사용료 갈등을 중재해달라는 재정 신청을 했다고 19일 밝혔다.

방통위는 재정신청을 접수한 날부터 90일 이내에 재정을 해야 하며 기간을 한 번 90일간 유예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콘텐츠제공사업자(CP)의 망 무임승차 논란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CP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높아질수록 넷플릭스같은 업체가 ISP에 합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주장이 골자다. SK브로드밴드와 페이스북의 망 사용료 분쟁이 업계를 강타한 상황에서, 글로벌 CP 역할론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 SKB가 넷플릭스의 분쟁을 중재해달라고 방통위에 요청했다. 출처=SKB

사실 이 문제는 간단한 것이 아니다.

당초 SK브로드밴드와 같은 ISP들은 글로벌 CP를 '모셔오는' 일이 많았다. 인터넷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함이다. 그런 이유로 ISP들은 글로벌 CP를 영입하며 망 이용료를 낮춰주는 등 파격적인 조건을 내 걸었다.

그러나 인터넷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태에서 ISP들이 글로벌 CP를 '모셔올' 명분은 약해졌다. 오히려 글로벌 CP를 통해 막대한 트래픽 비용만 쌓였고, 그와 비례해 불만도 증폭되고 있다. ISP들이 "이제는 글로벌 CP들도 합당한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른 셈이다. 이런 현상은 2016년 상호접속고시 개정으로 더욱 굳어졌다.

다만 국내 CP들은 이를 보는 시각이 약간 다르다. 최초 글로벌 CP들이 합당한 망 사용료를 내지 않는다는 주장을 하며 '기울어진 운동장'을 비판했으나, 지금은 상호접속고시 개정으로 망 사용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주장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CP들이 대동단결해 ISP와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정리하자면, 최초 ISP들이 출혈을 염두에 두고 유치에 혈안을 보이던 글로벌 CP들이 지금은 '트래픽 비용 잡아먹는 하마'가 된 상황에서, 이제는 합당한 망 사용료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다만 국내 CP들은 글로벌 CP가 망 사용료를 적게 낸다는 지적에서 나아가 "ISP가 너무 높은 망 사용료를 요구한다"고 선회한 상태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캐시서버 하나로 망 사용료를 '퉁' 치려는 넷플릭스와의 분쟁을 이어가는 SK브로드밴드의 행보와 방통위의 결단에 시선이 집중된다.

한편 망 사용료를 둘러싼 논쟁이 커지는 가운데 넷플릭스는 정식 입장문을 발표했다. 넷플릭스는 "우리는 전 세계에 걸쳐 네트워크 인프라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일환으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00곳 이상의 ISP들과 협력하며 오픈 커넥트 프로그램를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며 "망 트래픽 부하를 현저히 줄임과 동시에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윈-윈' 인 방안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넷플릭스는 "이를 위해, SK브로드밴드에도 오픈 커넥트 서비스 무상 제공을 수차례에 걸쳐 제안한 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