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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릿고개’ 철강업계, 사업다각화로 돌파구 찾는다과잉 생산·내수부진·통상갈등까지 첩첩산중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업황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국내 철강업계가 사업다각화로 신성장동력 찾기에 나서고 있다. 과잉 생산과 내수부진, 보호무역주의로 인한 통상갈등 심화 등 각종 악재로 철강업 하나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철강 빅3, 3분기 실적 주춤… 내년도 ‘먹구름’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철강 빅3(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의 3분기 실적은 내수 부진과 국제 정세 악화 등으로 주춤하는 모양새다. 

우선 포스코의 올해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15조9882억원을, 영업이익은 32.1% 줄어든 1조398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은 53% 줄어든 4968억원에 그쳤다. 9분기 연속 영업익 1조원 돌파라는 기록을 세웠음에도 불구, 특히 철강 부문의 영업이익은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현대제철의 상황은 더 나쁘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6% 감소한 5조473억원에 그쳤고, 영업이익 또한 전년 동기 대비 66.6% 쪼그라든 341억원으로 저조한 실적을 기록했다. 직전 분기와 비교할 경우 85.3% 줄어든 실적이다. 영업이익률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p 낮아진 0.7%에 그쳤다. 이는 시장의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 수준의 성적이다. 

동국제강은 철강 상위 3개사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이 증가했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1조4304억원으로 작년 동기 보다 4.7%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작년 동기보다 7.7% 늘어난 567억원을 달성했다. 다만 브라질 CSP 제철소를 비롯한 계열사의 실적이 불안정해지면서 연결기준 순손실은 확대됐다. CSP는 3Q 영업적자와 함께 헤알화 약세에 따른 외화환산손실 등으로 약 2000억원 이상의 순적자를 기록, 완전자본잠식에 빠진 것으로 추정된다. 

   
▲ 국내 철강 빅3(포스코·현대제철·동국제강)의 3분기 실적이 내수 부진과 국제 정세 악화 등으로 주춤하는 모양새다. 출처=이미지투데이

국내 철강업계가 저조한 실적을 내고 있는 가장 큰 원인으로는 원재료 가격 급등이 지목된다. 특히, 철광석 가격이 지난 2014년 이후 처음으로 톤당 126달러까지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철강재 상품가격에는 반영시키지 못해 스프레드(제품가격에서 원재료 가격을 뺀 수치)가 악화됐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설상가상으로 내년도 업황 반등도 예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철광석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지만, 전방 수요산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상품가격 전가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또한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인해 글로벌 경기 침체라는 불확실성까지 떠안게 됐다. 

중국 철강업계의 조강생산량 증가도 문제다. 앞서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내수 철강재 가격 하락으로 자본잠식 우려가 커지자 조강생산량 감축에 나섰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인해 감축 드라이브가 약해지는 모양새다. 실제 세계철강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까지 중국의 누적 조강생산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5% 증가한 8297만톤을 기록했다.

게다가 미국 정부가 한국산 강관, 탄소합금 합판, 열연강판 등에 이어 13일(현지시간) 단조강 부품에 대해서도 반덤핑 조사에 착수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또한 국내에서는 환경오염 이슈 등도 불거지면서 철강업계가 생존 위기를 느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앞서 충남도는 지난 4월 말 현대제철 당진제철소가 고로 내 대기오염물질을 무단 배출했다며 10일간 조업 정지 처분을 내린 바 있다. 

상황이 이쯤 되면서 철강업계는 철강 단일품목만으로 생존하기 어렵다고 판단, 사업 다각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철강업계의 사업다각화는 세계적 추세다. 일본의 신닛테쓰스미킨은 엔지니어링, 정보기술(IT) 등 신사업에 진출해 2016년 비철강사업 매출 비중을 15%까지 끌어올렸다. 미국 US스틸은 1970년대 오일쇼크 이후 철강 불황 장기화와 에너지사업의 성장 전망으로 주력사업을 철강에서 에너지로 전환하기로 했다. 독일 티센크루프는 인수합병을 통해 엘리베이터 사업을 추진하면서 그룹의 캐시카우 사업으로 부상시켰다.

전기차·수소차 넘어 건설업까지 넘본다   

업계 맏형인 포스코는 철강·글로벌인프라·신성장사업의 수익비중을 오는 2030년까지 각각 40%, 40%, 20%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을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전기차 배터리에 들어가는 핵심 신소재인 리튬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양극재와 음극재 시장에 중점을 두고 투자를 늘리고 있다. 양극재와 음극재는 전기차 배터리 생산 원가의 55% 가량을 차지하는 주요 부품이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올해 초 열린 ‘철강업계 신년인사회’에서도 “세계 철강산업은 과잉 설비로 인해 성장의 한계가 있다”며 “신성장사업 추진을 위해 에너지 저장 소재를 중심으로 투자를 집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지난 10월 19일 아르헨티나 북서부에 위치한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의 리튬 추출 데모플랜트 건설 현장에 방문한 최정우 포스코 회장.출처=포스코

포스코는 그간 양극재와 음극재를 각각 포스코ESM과 포스코켐텍에서 생산해오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두 계열사를 합병하고, 사명을 ‘포스코케미칼’로 변경했다. 그룹 에너지 소재사업의 시너지 제고 차원에서다. 

포스코케미칼은 양·음극재 각 사업조직을 에너지소재사업본부로 일원화하고, 산하에 에너지소재연구소를 신설하는 등 단계적으로 통합 작업을 추진해 사업과 인력을 차질 없이 융합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와관련 지난 11일에는 1254억원을 투자해 2차전지 음극재 생산능력을 증설키로 결정하기도 했다. 이는 음극재 2공장의 2단계 증설을 위한 투자다. 포스코케미칼은 음극재 사업화와 동시에 시장상황에 따라 양극재 생산 능력도 8만4000톤까지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신사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원료확보도 차질 없이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2월에는 호주 필바라 미네랄스로부터 연간 3만톤의 리튬을 공급받기로 했다. 이어 같은해 8월 호주의 갤럭시리소시스로부터 1만7500ha의 아르헨티나 염호를 2억8000만달러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앞서 올해 8월에는 중국 저장성 퉁샹시에서 첫 양극재 해외공장 준공식을 열며 본격적인 2차전지 소재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최근에는 아르헨티나 북서부에 위치한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에서 대규모 리튬을 발견해 원료 수급 문제를 대부분 해소할 수 있게 됐다. 현재 포스코는 아르헨티나에서 리튬 추출 데모플랜트 건설에 들어갔으며 내년 상반기 준공 예정이다. 포스코는 필바라 미네랄스와 손을 잡고 내년 3월 광양 율촌산업단지에 8000억원 규모의 리튬정제공장도 세울 예정이다. 

포스코는 전기·수소차 개발회사가 필요로 하는 소재와 부품 관련 연구에도 주력할 방침이다. 

   
▲ 현대제철이 생산중인 자동차용 초고장력 강판. 출처=현대제철 홈페이지 갈무리

현대제철도 비철강 영역에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다. 현대제철은 현대자동차그룹의  ‘FCEV 비전 2030’에 맞춰 수소연료전지용 금속분리판사업, 연료용 수소 공급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현대제철이 생산하는 금속분리판은 수소차의 주요부품인 연료전지스택의 핵심소재다. 스택은 수소와 산소를 결합해 전기를 만들어내는 장치로 수소차의 엔진에 해당한다.

의왕 공장에서 연 3000대 분량의 금속분리판을 생산하던 현대제철은 지난 3월부터 연간 1만6000대 규모의 수소차용 금속분리판 1공장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2공장 투자 검토도 진행돼 이르면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간다. 올해 현대제철의 금속분리판 매출 예상 규모는 4000억원으로 2030년에는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현대제철은 부생수소 생산 규모도 확대할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제철소 철강 생산과정에서 나오는 부생가스를 활용한 수소 생산공장을 2016년부터 가동하고 있다. 이 공장은 지난해 3500톤 규모의 충전용 수소를 생산했으며, 올해부터 연간 생산량을 약 2배로 늘려 6500톤의 수소 생산설비를 갖출 계획이다.

현대제철은 이 부생수소를 원료로 국내 최대 수소가스생산업체 ‘덕양’과 올해 당진에 수소공장을 착공한다. 덕양은 부생수소를 고순도 수소로 정제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제철은 수소공장 신설에 따른 투자비용과 제조비용을 절감하고, 덕양은 장기 공급으로 안정적인 수익기반을 다지는 상생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또한, 현대제철은 연비규제 강화에 따라 성장하고 있는 전기차(EV) 시장에 대응하고 미래 자동차 소재에 대한 회사의 기술력과 서비스를 소개하고자 자동차 소재 전문 브랜드 '에이치 솔루션(H-SOLUTION)'도 공식 출시한 바 있다.

동국제강은 건설업에서 새로운 기회를 엿본다. 동국제강은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 ‘종합건설업’을 정관 변경에서 사업 목적에 추가한 바 있다. 기존 단종면허(전문건설업)만으로는 컬러강판 럭스틸의 판매 확대가 쉽지 않다는 판단하에 토탈 솔루션으로 신수요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동국제강은 자사의 핵심 제품인 컬러강판을 앞세워 종합건설업과의 시너지 효과 및 사업확장 효과를 노릴 전망이다. 대리석 등과 달리 철판은 가공이 어렵기 때문에 가공센터에서 규격된 제품 만들어 공급하고, 이를 하도급 업체에서 받아 시공하는 토탈 솔루션 체계를 만들겠다는 것.

이에 따라 컬러강판 시공 등을 시작으로 건설 분야에서 입지를 확보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동국제강이 장기적으로 국내 LG하우시스나 KCC처럼 건설자재 판매 기업으로 도약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가영 기자  |  young@econovill.com  |  승인 2019.11.19  11: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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