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매 변호사(오른쪽 세번째) 등 패너들이 주제발표와 토론에 앞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기자

[이코노믹리뷰=양인정 기자] 중국이 개인파산 제도의 도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동매 중국 변호사는 15일 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회장 최우영) 추계학술대회에서 "중국이 개인파산제도와 유사한 절차를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 변호사는 이날 '국제적 관점에서 본 회생 및 파산절차의 현황과 전망"이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중국은 개인파산제도가 없다 보니 빚을 진 청년들이 취직과 신용거래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결과적으로 소비활동과 금융활동이 위축돼 은행과 채무자가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없는 구조로 변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종래 중국은 개인파산제도가 없었다. 이 때문에 개혁 개방 이후 소비가 증가하는 중국에 또 다른 사회문제를 야기했다. 파산제도가 없는 중국은 빚을 지고 갚지 못하면 구류 등 형사책임을 부과한다.

박 변호사의 발표에 따르면 중국은 원저우시(温州市)에 '개인채무집중청산제도'를 통해 사실상 개인파산제도를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원저우시는 중국 민간대부업시장이 가장 활발한 지역이다.

한 때 연 180%로 치솟은 민간대출의 높은 이자율과 원재료비용 등이 인상되면서 도시 내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폐업했다. 개인의 파산도 늘어났다. 2012년부터 2018년까지 원저우시 법원에 접수된 파산사건은 모두 2247건이다. 저쟝성의 37.82%에 해당하는 규모다. 

시범적으로 도입하고 있는 개인채무집중청산제도는 빚이 많은 채무자가 채권자의 강제집행 등을 수락하고 채권자는 채무자의 재산을 청산해 채권을 회수하는 절차다.

박 변호사는 "이 제도는 채권자가 모두 공평하게 빌려 준 돈을 회수하고 채무자가 도피하는 것을 막는다"며 "채무자에게 회생과 신용회복의 기회를 주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석광현 서울대 교수가 한진해운 사레를 통해 국제법과 회생제도에 관하 주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양인정기자 

◆ 한진해운 배들이 바다 위 떠 돌았던 이유는...나라마다 다른 '중지명령' 탓

"한진해운을 통해 나라마다 다른 회생제도를 이해하고 대처해야 똑같은 일을 겪지 않는다"

석광현 서울대 법학전문대 교수는 이날 학술대회에서 이와 같이 주장했다.  석 교수는 한진해운 회생절차를 통해 국제 회생절차를 조명했다.

석 교수는 "한진해운 등 일련의 한국 해운회사 회생은 국제회생절차에서 공조의 중요성을 보여줬다"며 "한진해운은 세계 각국에서 일어나는 강제집행을 막기 위해 법정관리 직후 외국에서 승인명령과 중지명령을 신청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승인명령은 한국에서 진행된 회생절차를 외국에서 인정해 달라는 절차고, 중지명령은 압류 등 법적 강제집행을 막는 회생절차상 보호결정이다. 부도 당시 한진해운 소속 배들은 입항지의 채권자들로부터 압류 등 강제집행을 당할 염려가 있었다. 

당시 유럽의 법원은 별도의 중지명령신청이 없이도 채권단의 압류를 막아 주는 제도를 운영했고 미국과 일본 등은 국내 법원에서 받은 중지명령을 이들 나라로부터 인정해 달라는 별도의 신청을 해야만  압류를 막을 수 있었다. 

자동으로 압류를 중지하는 나라와 그렇지 않은 나라를 구분하는 것과 국내 회생절차를 외국에서 인정해달라는 일련의 절차가 생소해 시간적 낭비가 있었다는 것이 석 교수의 설명이다.  해당국가들로부터 결정이 있을 때까지 한진해운 소속 배들은 정박하지 못하고 바다위를 떠 돌아야 했다.

한진해운이 한국 회생절차를 인정해 달라고 신청한 나라는 미국, 영국, 일본, 싱가포르, 캐나다, 독일, 호주, 스페인, 프랑스, 벨기에 등이다. 

이와 관련 석 교수는 "한진해운 사건은 국제도산법제의 다양한 차이를 보여줬다"며 "외국의 다양한 회생절차 통해 각 제도의 장, 단점을 배우고 개선방향에 대한 시사점을 찾아야 한진해운과 같은 사건을 반복하지 않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외에도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독일파산법의 부인권(성준호 가천대 교수)과 회생절차 출자전환에 따른 대손세액공제에 관한 연구(배영석 박사)가 논의됐다.

한국채무자회생법학회 최우영 회장은 인사말에서 "한진해운 사태를 통해 국제 회생절차의 승인에 관한 모델법과 EU규정을 논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이라며 "앞으로로도 성공적인 학술토론의 장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 박종우 회장은 개회사에서 "국제적인 동향과 전망 등을 폭넓게  비교하고 통찰할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며 "서울변호사회는 학술대회에서 나온 의견을 법과 제도로 반영될 수 있도록 각별한 관심을 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