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겨울이 다가오자 얼었던 죽 시장이 뜨거워지고 있다. 그 중에서도 CJ제일제당의 ‘비비고 죽’이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상온 죽 시장에서도 특히 ‘파우치 죽’의 시장규모가 크게 확대되면서 현재는 비비고 죽이 시장점유율 1위에 올라섰다. 이에 CJ제일제당은 2020년까지 비비고 죽을 1000억 원대의 HMR 제품으로 키우고 더 나아가 해외 진출까지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CJ제일제당은 지난 15일 경기도 수원시 CJ블로썸파크에서 ‘비비고 죽 R&D TALK’ 행사를 열고 ‘비비고 죽’ 연구 현장을 공개했다. 출시 1년을 맞은 비비고 죽은 10월 말 기준으로 누적 판매량 2000만개와 누적 매출 500억원을 돌파해 현재 CJ제일제당에서 가장 밀고 있는 HMR 제품이다.

▲ CJ제일제당 비비고죽 전복죽. 출처=CJ제일제당

더 이상 ‘환자식’이 아니다
본래 상품 죽 시장은 30년 가까이 큰 변화가 없었다. 기존에는 편의점 용기죽으로 간단히 요기를 하거나 맛이 없어도 아파서 먹는 환자식이라는 개념이 컸다. 그러나 이제는 마트에서 식사대용으로 파우치 죽을 구입해 가정에서 데워먹는 식으로 소비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즉, 죽이 ‘비상식’ 개념에서 ‘일상식’으로 전환되면서 단품으로 즐기는 음식보다는 입맛에 맞게 골라먹는 외식문화로 확산되고 있는 셈이다.

▲ 상품죽 연도별 시장 규모와 시장 점유율. 출처=CJ제일제당

실제로 시장조사기업 닐슨코리아의 데이터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상온 죽 시장에서 비비고 죽의 시장점유율은 35.7% 2위로, 현재 시장 1위인 동원(42.8%)의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오뚜기(12.1%)는 3위로 그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비비고 죽이 개척한 ‘파우치 죽’ 시장은 순위가 오히려 반대다. 파우치 죽 시장 내 비비고 죽 점유율은 현재 약 80%로 1위를 달리고 있다. 본래 비비고 죽이 출시되기 전 파우치 죽 시장은 상품 죽 전체 시장의 6% 정도였으나, 2018년 파우치 죽이 출시 된 이후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약 6배 증가한 36%로 늘어났다.

▲ 상품죽 시장 내 파우치와 용기 비중 변화. 출처=CJ제일제당

기존에 제품을 판매하던 경로도 크게 변화했다. 편의점(40%)과 개인슈퍼(23%)에서 구매하는 비중이 가장 컸으나, 올해는 할인점(34%)이 편의점을 제치고 죽 판매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유통 채널로 등득했다. GS슈퍼마켓 등 체인슈퍼에서의 죽 판매 비중도 두 자릿수로 증가했다.

정효영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비비고 죽은 햇반과 비비고 국물요리 등 상온 HMR제품의 제조기술 노하우를 모두 쏟아 부은 제품이다”면서 “최적의 맛 품질 확보를 위해 죽의 기본인 쌀, 육수, 원물에 1년간 치열한 고민과 연구개발한 끝에 시장에서 통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비고 죽, 동원·오뚜기와 뭐가 다를까?
우선 비비고 죽에 사용되는 쌀은 햇반과 동일한 쌀을 사용한다. 저온으로 보관해 직접 도정까지 마친 쌀만이 비비고 죽에 사용되고 있다. 국내 가공식품업체 중 유일하게 보유하고 있는 쌀 도정 시스템을 활용해 제품에 가장 알맞은 쌀을 골라낸다. 도정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쌀알의 형태와 식감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4~9월에는 전국으로 원료미를 관리하고 9~11월에는 도정에 들어가 저온 보관한 나락을 품종에 따라 맞춤식 도정에 들어간다.

▲ 수원에 위치한 CJ블로썸파크에서 연구원들이 쌀 품질관리 실험을 하고 있다. 출처=CJ제일제당

정효영 수석연구원은 “보통 일반 밥은 8번을 씹는다면 죽은 6번 정도 씹는다”면서 “물속에 쌀을 불려 확인하는 ‘수중균열립’ 방법을 통해 쌀의 품질을 분석해 정상립을 확인하고 각 제품의 알맞게 최상의 품질을 설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살균 방식이다. 살균 방식도 저온에서 빠르게 하는지 고온에서 오랜 시간을 하는지 에 따라 맛이 크게 차이가 난다. 기자가 실제로 고점도, 저점도 방식으로 살균한 제품을 눈으로 확인했을 때 그 차이를 육안으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기존의 살균 방식은 완성품인 제품을 또다시 살균해 식감이 흐물해지고 레토르트 특유의 냄새가 났다면, 고점도 방식은 조리와 살균을 동시에 진행하는 방식이다. 빠른 시간 내에 고온으로 살균하기 때문에 레토르트 냄새는 없애고 식감과 맛이 살아난다. 

▲ 수원에 위치한 CJ블로썸파크에서 진행된 ‘비비고 죽 R&D TALK’에서 연구원이 레토르트 살균 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CJ제일제당

구은정 CJ제일제당 식품연구소 연구원은 “본래 정부가 정한 살균 기준은 121도에서 4분정도로 비비고 죽은 소비자 안전을 위해 이 기준 시간보다 약간 길게 하고 있다”면서 “살균시간이 빠를수록 제품의 색상과 식감이 크게 차이가 난다면서 실온 파우치가 냉장 파우치보다 맛있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이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은 제품의 고형물과 육수다. 비비고 죽이 다른 타사 제품들과 큰 차이점은 별첨소스가 없다는 것이다. 본래 제품 기획 단계부터 참기름, 김, 깨 없이 맛있는 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별첨소스 없이 맛을 내기 위해서 선택한 것은 육수와 원물이었다. 모든 제품에 일광적인 육수를 사용하지 않고 각 제품마다 다른 육수와 알맞은 원물을 사용했다.

▲ 수원에 위치한 CJ블로썸파크에서 진행된 ‘비비고 죽 R&D TALK’에서 연구원들이 제품의 원물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출처=CJ제일제당

예를 들어 닭고기 죽이라면 사람이 직접 손으로 찢은 듯한 식감을 구현했다. 일반적으로 입에서 사라지고 잘게 갈려있는 레토르트 죽이 아닌 매장에서 구매해 먹는 맛처럼 말이다. 실제로 기자는 현장에서 진행 된 쇠고기 죽 블라인드 테스트 결과, 죽의 내용물과 점성만으로도 타사 브랜드를 구별할 수 있었고 레토르트 특유의 냄새와 색깔도 크게 차이가 났다.

A사의 쇠고기 죽은 가장 묽고 색상이 하얗고 약간의 쌀 특유의 군대가 시큼함이 느껴졌다.  B사는 A사보다 점성은 더 있고 색상도 브라운 색이 가까웠다. 눈에 띄게 원물이 가장 큰 제품은 역시 비비고 죽이었다. 안에 들어있는 원물의 크기가 크다보니 씹는 맛이 다른 브랜드에 비해 확실히 잘 느껴지는 편이다. 

프랜차이즈 시장도 잊으면 곤란해
죽 시장이 새롭게 재편되고 관심을 받자 기존의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반가우면서도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대형 식품업체들의 진출로 죽에 대한 인식이 일반 식사대용식으로 바뀌면서 대중화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영향이다. CJ제일제당만 해도 한정적인 메뉴에 구애받지 않고 계속해서 오프라인 매장에 견줄 수 있는 외식 차별화 메뉴를 개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평균적인 외식 죽 전문점 메뉴는 25~30개 수준으로, 현재 비비고 죽은 파우치죽 7종, 용기죽 6종, 총 13종으로 12월에 2종을 추가로 내놓을 예정이다.

▲ 본죽과 본죽&비빔밥 카페에서 공식 모바일 주문 앱 본오더를 통한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출처=본아이에프

이처럼 오프라인 매장들은 죽을 구매하는 채널이 다양해지고 매장에서 판매하는 것 보다 저렴한 가격 때문에 본인들의 설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하고 있다. 이에 매장 위주의 방문 판매가 주를 이뤘던 죽 업계 1위 본죽은 자체 애플리케이션 ‘본오더’를 올해 1월 만들고 본죽과 본죽&비빔밥 카페에서 판매하는 모든 메뉴의 배달서비스를 도입해 경쟁에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소비자들은 죽은 직접 끓여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매장에 전화해 주문하고 포장해가는 방식이 익숙하기 때문에 당분간 오프라인 매장과 식품업계간의 상생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국내에서 파우치 죽이 잘 자리 잡힌다면 해외 수출로도 가능성은 충분하다. 국내 죽 시장이 1400억 정도 된다면 중국만 해도 7000억 규모의 시장으로 40배가 넘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죽과 비슷한 형태의 물성 있는 부드러운 음식은 대부분 국가에 존재해 해외 시장에서도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것이다.

중국은 쌀이 많이 뭉개진 형태의 ‘죠우’를 즐겨 먹고, 일본은 쌀에 한 가지 정도 재료만 넣는 ‘카유’가 있다. 미국, 영국 등 서구에서는 곡물 등을 빻아 물과 우유에 넣고 걸죽하게 요리한 ‘포리지’를 즐겨먹는다. 이에 CJ제일제당도 특히 쌀을 주식으로 하되 죽 문화가 발달한 중국, 동남아 시장 메인 스트림 진출을 목표로 파우치죽 신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 비비고 죽 정효영 연구원이 발표를 하고 있다. 출처=CJ제일제당

정영철 CJ제일제당 상온HMR마케팅담당 부장은 “CJ 제일제당 비비고 죽의 단기적인 목표는 1000억이고 장기적인 목표로는 국내시장 보다 더큰 해외 시장까지 진출 하는 것이 목표다”면서 “비비고 죽이 앞장서 내년에는 우선 상품죽 시장을 2000억원대 규모까지 키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