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BGF리테일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리조트 건물 내 입점한 편의점의 점주가 사업 계약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매장을 철수하지 않고 버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외부의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다. 이해 당사자 간 입장이 충돌한 것 아니냐는 일각 추측이 나오는 가운데 편의점 업계 내 과도한 출점 경쟁을 방증하는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15일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제주 한화리조트에 입점한 CU 매장 ‘제주 한화리조트점’의 사업권 계약이 지난 7월 부로 종료됐지만 이날 현재 여전히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제주 한화리조트 총지배인 명의로 CU 제주 한화리조트점에 대해 안내하는 내용의 현수막.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한화리조트는 해당 매장 앞에 설치한 입식 현수막을 통해 “기존 운영업체인 CU는 계약 기간이 만료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장 철수를 하지 않은 채 불법 영업을 지속하고 있다”며 “정식 운영업체인 GS25 임시 매장을 이용해 주실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이어 “CU(매장)에서 제품을 구매해 안전, 위생 등의 사고가 발생하더라도 한화리조트는 법적인 책임이 없음을 알려드린다”고 부연했다.

한화리조트는 올해 CU 측과 맺은 편의점 사업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공개 경쟁 입찰을 실시해 GS리테일을 새로운 편의점 운영업체로 선정했다. 각기 다른 계약 기간을 둔 기존 CU 매장은 올해 들어 순차적으로 철수하고 GS25 매장이 새로 들어서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리조트는 현재 전국 리조트 13곳에 입점하는 편의점 매장에 대한 운영권을 한 편의점 업체에 전부 낙찰하는 방식을 도입한 상태다.

GS리테일이 한화리조트와 편의점 운영 계약을 맺었지만 CU 제주 한화리조트점이 있던 자리에는 아직 GS25를 출점하지 못하고 있다. 한화리조트가 제공한 별도 공간에서 임시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CU와 한화리조트 양사는 제주 한화리조트점을 둘러싼 갈등이 사실임을 인정했지만 점주가 매장을 철수하지 않는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다.

한화리조트 건물에 입점한 CU가 계약 기간 이후에도 철수하지 않고 버틴 사례는 제주 사례 외에 더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올해 7월 말 ‘경주 한화리조트 에톤’을 이용한 한 누리꾼이 리조트 건물 내 GS25와 CU 두 브랜드의 매장이 하나씩 있는 것을 발견했다는 내용의 게시물을 등록했다.

해당 게시물에서 누리꾼은 “CU가 계약기간 끝났는데도 버티고 있다는 내용이 (건물 내) 적혀있었다”며 “GS25가 합법적으로 계약하고 영업하는 중이라고 해 GS25를 이용했다”고 언급했다.

업계에서는 해당 점주들이 임대인인 한화리조트로부터 유익비를 반환받기 위해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익비는 점포 등 특정 대상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투입된 비용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임차인이 매장의 바닥 타일을 새로 깔거나 창호를 새로 설치하는 등 행위에 들인 비용을 임대인으로부터 돌려받고자 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기존 판례에 따르면 매출 증대를 위해 들인 비용이라도 유익비로 인정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선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CU 점주와 리조트 양측이 제주 점포에 관해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도 전해지는 상황이다.

<이코노믹리뷰>가 CU 제주 한화리조트점에 연락을 시도한 결과 본인을 점주라고 밝힌 남성 A씨는 “여기서는 (해당 사안에 대한) 정확한 내용을 알 수 없다. 본사에 문의하라”며 말을 삼갔다.

CU는 현재 제주 한화리조트점에서 발주하는 대로 상품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사에서 이번 갈등 상황과 관련해 적극적인 조치에 나서지 않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 출처= GS리테일

“점포 수 1등 CU, GS25 추격에 예민 반응” 의견도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편의점 업체들이 점포 수를 늘리기 위한 과당 경쟁이 벌어짐에 따라 매장을 철수하거나 입점하는 과정에서 각을 세우는 분위기가 나타난 것으로 보는 시선도 있다. CU와 GS25는 현재 점포 수로 선두 다툼을 한창 벌이고 있다. 각 사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CU, GS25 양사의 점포 수는 각각 1만3746개, 1만3585개로 집계됐다. CU가 161개 차이로 앞서고 있다.

다만 최근 운영권을 누리고 있던 일부 알짜배기 상권을 GS25에 넘겨주거나 사업권 입찰 경쟁에서 밀리는 사례가 잇따라 나타나며 CU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GS25는 지난 4월 서울 전철 9호선 내 편의점 사업권을 확보했다. 9호선 운영·관리를 맡은 서울시 메트로9호선 주식회사가 실시한 공개 입찰 참여한 GS25는 기존 사업자인 CU를 비롯한 업체들과의 입찰 경쟁에서 승리했다. CU는 앞서 2016년에 진행된 6~8호선 편의점 사업권 입찰에도 유찰했다. 사업권은 GS25가 차지했다.

GS25가 사업권을 획득한 6~9호선 가운데 일부는 특수 상권인 서울 지하철 라인 가운데에서도 높은 수익성을 갖춘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국내 언론사 인더뉴스가 서울교통공사에 정보공개 청구한 자료 ‘1~8호선 지하철 역사내 편의점 현황’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호선별 임대료 규모는 7호선(996만원), 6호선(886만원), 2호선(881만원), 8호선(822만원) 등 수준을 보였다. 임대료 상위 4개 호선 가운데 6~8호선 3개 라인이 랭크됐다.

CU가 사업권을 잇따라 넘겨줌에 따라 점포 수·상권 경쟁에서 GS25에 밀린 모양새다. 제주 한화리조트점을 둘러싼 갈등은 업계 내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는 경쟁 구도의 일면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출점 경쟁으로 업체들이 촉각을 곤두세운 가운데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잡음이 불거진 것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CU·한화리조트 양사 모두 이번 사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영갑 한양사이버대 외식프랜차이즈 경영대학원 교수는 “이번 제주 한화리조트점 사례는 개인 대 기업 갈등 또는 편의점 업체 간 경쟁 구도가 직접·간접적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며 “편의점 업계가 성장을 거듭하는 만큼 사업자 간 점유율 확보 경쟁도 치열해짐에 따라 일부 업체가 예민한 사업 기조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