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전 세계 19억명의 이용자를 보유한 구글 유튜브의 막강한 존재감은 이제 새삼스럽지 않습니다. 유튜브의 공습, 유튜브 포비아, 심지어 유튜브 제국은 이제 흔한 표현이 됐습니다. 2005년 4월 23일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서 촬영한 코끼리 영상이 올라온 이 기묘한 플랫폼은, 이제 최강의 미디어 플랫폼으로 거듭났습니다.

 

포털과 유튜브의 결정적 차이
유튜브는 어떻게 성공했을까요? 다양한 이유가 거론되는 가운데 구글과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털과 유튜브의 성장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글과 네이버 및 다음과 같은 포털은 비록 방식의 차이는 있으나 인터넷의 시대로 들어가는 관문의 역할을 수행하며 성장했습니다. 미지의 바다로 모험을 떠나는 사람들에게 지도와 나침반을 팔거나, 때로은 모험지 노하우를 집대성한 가이드북을 제공하면서 지금의 자리에 이르렀습니다. 

나중에는 아예 미지의 바다로 모험을 떠나려는 사람들에게 '그냥 우리가 만든 워터파크에서 놀면 어때?'라고 권하는 네이버 및 다음과 같은 사업자도 등장했습니다.

유튜브도 비슷한 방식을 따라가는 분위기입니다. 다만 수단이 다릅니다. 포털 사업자들이 모험가들에게 각종 편의를 제공하며 텍스트 기반의 가이드북을 제공했다면, 유튜브는 동영상을 쥐어주고 있습니다. 이는 1020 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Z세대가 포털을 떠나 유튜브를 택하게 되는 결정적 배경 중 하나가 됐습니다.

10대들은 무엇(What)은 기본이고, 어떻게(How)를 더 적극적으로 찾는다고 합니다. 물론 무엇에 대한 궁금증에 대한 답도 전제되어야 하며, 현재의 포털은 '어떻게'도 비교적 자세히 보여주는 편입니다. 

다만 직관성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만약 '피자를 만드는 법'이 궁금할 경우 지금까지 우리는 네이버 검색창에 텍스트로 입력해 텍스트와 이미지로 설명된 카페와 블로그 콘텐츠를 확인해 왔습니다. 반면 동영상은 여기에서 '어떻게'를 더욱 확실하고 직관적으로 보여줍니다. '피자를 만드는 법'이 궁금한 사람에게 직접 밀가루 반죽부터 토핑을 올리며, 오븐에 굽는 전 작업을 생생하게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재미도 있어요. Z세대가 유튜브에 빠지는 이유이자, 포털이 유튜브에 위협을 느끼는 이유입니다.

▲ 유튜브에 처음으로 올라온 영상. 출처=갈무리

또 하나 포털과 유튜브의 차이점은, 콘텐츠 제작자들에 대한 대우입니다. 유튜트는 광고 수익을 콘텐츠 제작자들과 적극적으로 나누며 동반성장을 했고, 특히 국내 포털은 그러지 못했습니다. 최근 네이버 등 국내 포털이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다양한 지원을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 언론사를 대상으로 전재료를 지급하지 않고 광고비를 나누자고 제안하는 이유도 궁극적으로 이러한 액션플랜과 관련이 깊습니다.

여기에 심지어, 유튜브는 포털 구글의 자회사입니다. 국내 포털들이 공포에 질릴 수 밖에 없습니다.

▲ 유튜브 제국 시대가 열리고 있다. 출처=갈무리

더 무서워진다
유튜브가 포털의 지위까지 넘보는 상황에서, 이제 유튜브의 영향력을 간과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동영상을 중심으로 하는 무한한 인터넷의 관문, 콘텐츠 제작자들과의 선순환 구조, 여기에 본격적인 MCN 인플루언서 시대를 열어버린 풀뿌리 콘텐츠 전략까지. 물론 각 국가의 법령을 교묘히 피하는 센스까지 보여줍니다. 덕분에 유튜브는 지금 이 순간에도 확장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유튜브가 아예 모든 일상을 지배하며, 기존의 튼튼한 기간 인프라를 유튜브의 방식대로 재조합하는 장면도 연출됩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KBS, MBC, SBS를 비롯해 종합편성채널 등 대형 콘텐츠 홀더들이 유튜브의 손을 잡는 장면입니다. 

이들은 2014년 유튜브에서 자사의 콘텐츠를 철수시키고 별도의 광고 대행 관리 판매 플랫폼인 스마트미디어랩(SMR)을 내세워 포털을 중심으로 콘텐츠를 유통시켰습니다. 그러나 최근 유튜브와 정식 콘텐츠 제공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SMR은 맞춤형 광고까지 고민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이러한 결단의 배경에는 유튜브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절박한 의식과, 유튜브를 통해 무자비하게 남용되는 저작권 침해를 보며 '차라리 그냥 정식으로 진출하고 말지'라는 의식이 깔려 있습니다.

맞습니다. 이제 유튜브는 모든 포털을 중심으로 구축되는 모든 온라인 인터넷 시대의 관문을 장악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이 세상의 모든 콘텐츠를 인플루언서라는 '명예와 돈'으로 끌어들이는 중입니다. 여기에 끝까지 버티던 대형 콘텐츠 홀더들의 손까지 잡았네요. 이 정도면 모든 것을 가지고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정형화된 대형 콘텐츠 홀더의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드라마부터 구독자 수가 10명에 불과한 인플루언서 지망 초등학생의 슬라임 놀이까지. 유튜브는 이제 미디어 콘텐츠를 매개로 우리의 삶에 더 진하게 스며드는 중입니다.

엘림넷 나우앤서베이가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조사한 결과 저녁 7시 이후로 가장 많이 시청한 미디어 매체는 유튜브로 확인됐습니다. 이제 '사용자의 온전한 시간'도 유튜브의 것이 되고 있네요. 초연결 시대의 도래와 함께 찾아오는 필연적인 현상일까요?

포노 사피엔스(Phono Sapiens)라는 말이 있습니다.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지혜가 있는 인간이라는 뜻의 호모 사피엔스라는 단어를 지혜가 있는 전화기라는 뜻으로 변주해 만든 단어입니다. 스마트폰이 없으면 삶을 영위할 수 없는 현대인을 뜻합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세요. 그 옛날 호모 사피엔스는 하늘에서 내리친 벼락을 맞아 불꽃이 타오르는 나무가지를 들고 문명의 시대를 열었다면, 이제 포노 사피엔스는 초연결 시대의 벼락을 맞아 유튜브가 가동되는 스마트폰을 들고 또 다른 혁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 새로운 변곡점에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요? 아니, 역할이나 맡을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