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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여담] KT는 혹시, 누군가에게 미움받고 있는 것일까?유료방송 합종연횡 비극의 주인공 KT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일 SK텔레콤 산하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 LG유플러스의 CJ헬로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했습니다. 유료방송 시장의 패권이 IPTV로 넘어온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합종연횡이 벌어지는 분위기입니다. 5G 원년을 바탕으로 미디어가 킬러 콘텐츠의 한 축으로 부상하는 가운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어 보입니다.

   
 

반면 KT의 사정은 우울합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일몰됐으나 여전히 이를 두고 추가 논의가 이어지지 않아 벙어리 냉가슴을 앓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OTT 측면에서는 웨이브니, 디즈니 플러스니, 넷플릭스니 하루가 다르게 많은 플레이어가 쏟아져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으나 KT는 아직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신세입니다.

물론 KT의 우울한 행보는 미디어 시장 측면에서만 벌어지는 일입니다. 그 외 영역에서, 특히 5G의 경우 KT는 ‘제일 넓은 5G 커버리지’라는 강점을 자랑하고 있으며, 인공지능 측면에서는 기가지니 플랫폼을 바탕으로 가장 발 빠른 행보를 보이는 중입니다. 그러나 역시 미디어 시장에서의 부진한 모습은 향후 KT의 행보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공정위가 SK텔레콤의 티브로드, LG유플러스의 CJ헬로 기업결합을 승인하면서 교차판매를 허용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교차판매가 허용되면 SK텔레콤 산하 SK브로드밴드 유통망에서 티브로드 가입자를 대상으로, LG유플러스 유통망에서 CJ헬로 가입자를 상대로 영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다양한 영업 마케팅을 벌이며 자연스럽게 결합상품의 비중이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어차피 대부분 하나씩 휴대폰을 가지고 있는 시대입니다. 케이블 이용자들 입장에서 자연스럽게 ‘할인’을 매개로 하는 결합상품에 가입하며 TV와 전화, 인터넷을 묶어 서비스에 가입하는 일이 많아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물론 공정위가 케이블 이용자를 인위적으로 IPTV로 옮기도록 할 순 없도록 만들었지만, 사실 방법은 많다는 것을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또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이 자연스럽게 미디어 시장으로 넘어오게 됩니다. ‘공공의 개념’을 가진 미디어 시장이 결합상품을 매개로 이동통신 시장의 영향력으로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SK텔레콤이 CJ헬로 인수를 시도하던 시절에는, 이 부분에서 강력한 비판이 쇄도한 바 있습니다. 특히 케이블은 물론 지상파 방송사들의 비판이 대단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프라임 시간대 뉴스를 통해 SK텔레콤은 물론 SK그룹 전체를 비판하는 뉴스까지 내보내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습니다. 사실 이러한 비판은 거대 유료방송 플랫폼의 등장으로 지상파 방송사의 입지가 좁아지기 때문에 나온 ‘발작적인 비판’이라는 것이 정설이지만, 당시 지상파 방송사들이 내세운 대의명분은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결합상품을 매개로 유료방송시장에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이 전이되어 미디어 공공성이 약해진다는 주장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상황이 다릅니다. 공정위도 IPTV의 케이블 인수에 전향적이고, 심지어 기업결합을 승인했습니다. 지상파 방송사? SK텔레콤 산하 SK브로드밴드의 옥수수와 만나 웨이브를 출범시키며 빙그레 웃고 있네요. 문제제기를 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 이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교차판매가 허용된 이상 결합상품을 매개로 이동통신 시장 지배력이 미디어 시장으로 넘어오고, 나중에는 미디어 시장의 지배력도 이동통신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는 통신사들의 가장 중요한 동력, 5G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력에 커다란 파급력을 줄 것입니다. 즉, 현재의 유료방송 합종연횡은 추후 기본적인 이동통신 시장 지형도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습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에 갇혀있는 KT의 마음이 조급한 이유입니다. 이미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일몰됐고 심지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방송통신위원회의 권고안도 나왔지만 KT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 불확실성의 감옥’에 갇혀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신임 CEO 선출건에 묶여 전격적인 행보도 보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 통신3사의 미디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출처=뉴시스

이러한 현상은 유료방송 시장의 현 상황을 봐도 이해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유료방송 합종연횡이 끝나면, LG유플러스와 CJ헬로는 합산 점유율 24.54%,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는 합산 점유율 23.92%가 됩니다. 그리고 KT는 스카이라이프를 포함해 31.07%입니다. 과거처럼 큰 격차의 점유율 차이가 아닌 상황에서, 글로벌 미디어 시장의 합종연횡에 효과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유료방송 합산규제를 완전히 일몰시키지 않는 이유가 궁금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나아가 공정위까지 나서 ‘인수합병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판단했다면, 왜 그 판단이 이제 점유율에 있어 큰 차이도 없는 KT에 이르러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지도 이상하다는 말이 나옵니다.

최근 업계에서는 차기 CEO 공모 절차를 밟고있는 KT를 두고 묘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차기 CEO는 무조건 ‘힘이 있는 사람이 와야 한다’는 말입니다. 여기에는 그래야 ‘유료방송 합산규제의 덫을 탈출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논리가 깔려 있습니다. 황망하게 떠도는 우스개 소리지만, ‘오죽하면 이런 말이 나올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11.15  10: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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