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백화점 별관 1~2층에 자리잡은 더콘란샵 코리아의 정문. 출처= 롯데쇼핑

[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국내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프리미엄 리빙 편집숍’이 상륙한다. 15일 영국에서 건너와 롯데백화점 강남점에 입점한 ‘더콘란샵(The Conran Shop)’ 얘기다. 흔하지 않은 발음의 매장 이름에서부터 이국적인 감성을 자아내는 더콘란샵은 취급 물품이나 매장 특성에서도 차별적인 매력을 내보였다.

정식 오픈을 하루 앞둔 14일 롯데백화점과 더콘란샵에서 취재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더콘란샵 코리아’ 투어 행사에 참석했다. 더콘란샵이라는 이름은 창시자인 영국 인테리어 디자이너 ‘테렌스 콘란(Terence Orby Conran)’ 경의 성명에서 본땄다. 

▲ 더콘란스의 창시자 테렌스 콘란 경이 직접 제작한 의자에 앉은 모습. 출처= 더콘란샵 공식 홈페이지 캡처

미술계 거장 파블로 피카소가 콘란 경의 의자 제품을 직접 구매해갔다는 일화는 업계 일각에 잘 알려진 사실이다. 더콘란샵은 피카소의 선택을 받은 점을 명예롭게 여긴다고 한다.

1~2층, 3305㎡ 등 규모를 갖춘 더콘란샵 코리아는 전세계에서 12번째로 열린 매장이다. 앞서 영국(3개), 프랑스(2개), 일본(6개) 등 3개국에서 11개 매장이 운영되고 있다.

더콘란샵, 한국 ‘역동성’에 반해 12번째 매장 강남에 출점

1호점인 영국 첼시점이 1974년 설립된 뒤 46년째 12개 매장만 열렸음에도 명맥을 이어온 점 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차기 진출국에 꼽힌 점도 독특한 사실이다. 더콘란샵을 운영하는 업체 ‘콘란 리테일&브랜드 홀딩스’의 휴 왈라(Hugh Wahla) 최고경영자(CEO)는 더콘란샵의 성장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차기 진출국을 모색하던 중 방한한 뒤 한국의 매력을 체감했다고 한다.

글로벌 전자업계 주요 사업자로 급부상한 삼성, LG 등 두 한국 기업의 저력과 한류 열풍에서 국가의 역동성을 느낀 것. 더콘란샵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한국과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

▲ 각양각색의 인테리어 소품들이 1층에 진열된 모습. 출처= 롯데쇼핑

롯데백화점 강남점 별관 입구부터 더콘란샵 고유 콘셉트가 적용돼 있어 길에서도 대번 눈에 띄었다. 매장 1~2층은 각각 확연히 구분되는 특성을 갖추고 있었다. 새로운 요소들이 한데 모여 흥미로운 시도들을 해볼 수 있는 실험실(lab) 콘셉트가 도입된 1층에는 흰색을 주요 색상으로 한 내벽과 진열대 등이 자리잡고 있었다. 모빌, 피규어 등 콘셉트와 어울리는 인테리어 소품들이 진열돼 있고 주방 용품, 욕실용품 등 일상 용품도 마련됐다.

▲ 쇼파, 의자 등 가구 제품이 전시된 2층 공간. 출처= 롯데쇼핑

검정을 베이스로 정적이고 아늑한 느낌을 자아내는 2층에는 의자, 쇼파, 침대 등 가구들이 전시돼있었다. LG전자와 협업해 주방 인테리어 솔루션도 제공한다. 매출 상위 고객인 VIP를 대상으로 마련된 개별 공간과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여성 화장실 겸 파우더룸도 차별화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더콘란샵 진열대에서 발견할 수 있었던 특징 가운데, 다양한 브랜드 제품들이 모여 있음에도 각 브랜드를 드러내는 표식이 없는 점은 인상적이었다. 더콘란샵에 따르면 매장에는 300개 가량의 브랜드가 입점했으며 이 가운데 더콘란샵 자체브랜드(PB) 상품은 30%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PB 제품을 따로 홍보하진 않았다. 브랜드별로 제품을 모으거나 상품마다 브랜드를 알아볼 수 있게 부각시키지도 않았다. 고객에게 브랜드가 아닌 큐레이팅 솔루션을 판매한다는 취지에서다. 큐레이팅은 고객이 원하는 대로 상품을 세트 단위로 제안해주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묶음 단위의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략은 최근 국내 가구 업체를 비롯해 인테리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업들이 흔히 펼치고 있다.

이날 매장 안내를 맡은 마크 업스톤(Mark Upstone) 더콘란샵 비주얼 머천다이징(VM) 치프 디렉터는 “각 공간마다 배치된 상품들을 살펴보면 고객의 공간에 그대로 옮길 수 있게 구성돼 있다”며 “고객 취향에 따라 다양한 무드(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적합한 요소들을 모아 제시하는 것을 목표로 두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브랜드 제품들이 모였지만 화려한 무늬나 문양이 적용됐거나 독특한 디자인을 갖추고 있지 않고 간결하다는 공통점을 갖추고 있었다.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언뜻 보기엔 가성비를 앞세운 이케아에서 판매하는 심플한 모양의 인기 제품들과 크게 달라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상품 가격은 반전이다. 등받이 없는 의자(아르텍 스툴)이 개당 40만원이고 수작업이 더해져 만들어지는 원목 의자(칼 한센 위시본 체어)는 최소 74만원에 달했다. 새삼 더콘란샵이 유수 브랜드의 백화점, 대형마트, 아울렛 등이 모인 강남 지역에 자리잡은 이유를 실감할 수 있었다. 더콘란샵은 주요 타깃 고객을 구매력 갖춘 40~50대로 뒀다.

더콘란샵이 해당 연령대 고객만 노리는 것은 아니다. 1층에서 판매되는 소품들 가운데엔 수만원 대 수준의 생활용품들이 함께 전시돼있다. 20~30대 젊은 고객들도 큰 부담없이 살만한 제품이다.

▲ 우수 매출 고객을 위한 공간인 VIP룸의 일부 모습. 출처= 롯데쇼핑

프리미엄 편집숍 전략, 국내선 이례적이나 오프라인 성장 해법 될 수도

더콘란샵의 상품 전략은 최근 짙어진 불확실성으로 인해 실적이 위축되고 있는 우리나라 유통업계의 고민이 담긴 것으로 풀이됐다.

유통업체들이 성과를 내기 위해선 최대한 많은 고객들의 발길을 이끄는 것이 최선이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이 더욱 활성화함에 따라 쇼핑하러 밖으로 나올 일이 줄어든 소비자들의 옷깃도 스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자들을 문 밖으로 유인하려면 상품 가격을 경쟁력 있는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 저렴할 수 없다면 독보적인 품질과 다양한 상품군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

더콘란샵은 프리미엄 편집숍이라는 차별적인 정체성으로 국내 유통업계의 고민거리에 대한 솔루션을 내놓으며 자신있게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일만 남았다.

더콘란샵의 한국 사업 의지는 타오르고 있는 모양새다. 휴 왈라 CEO는 이날 현장에서 “롯데쇼핑과 10년 단독 런칭 계약을 맺었다”며 “같은 계약 기간을 둔 일본보다 더 많은 매장을 낼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더콘란샵은 내부 인테리어 구성을 수시로 조정하고 더 많은 브랜드를 입점시키며 경쟁력을 꾸준히 개선해 나갈 방침이다. 앞으로 좋은 성과를 거둠으로써 국내 시장에 긍정적인 화두를 제시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