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심리학에서 자주 인용되는 일화가 있다. 헝가리 정찰대 이야기이다. 이 일화는 다양한 버전이 있다. 구글링 해보니 1937년 비타민 C 발견으로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수상한 얼베르트 센트죄르지 박사(헝가리 세게드大 교수. 1893~1986)가 겪은 실화로 보인다.

‘1차대전때 일이다. 알프스에 주둔하던 헝가리군 소대장이 얼음에 덮인 황무지로 정찰대를 파견했다. 공교롭게도 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틀간 지속됐다. 눈 덮힌 산 속에서 정찰대는 산 길을 잃었지만 3일만에 전원 무사 귀환했다. 소대장이 어떻게 귀환할 수 있었냐고 물었더니 대원 중 한 명이 주머니에서 지도를 찾았다고 했다. 그것이 대원들을 진정시켰고, 눈보라 속에서도 지도에 의지해 돌아올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 지도를 유심히 보던 소대장이 깜짝 놀랐다. 그 지도는 알프스 산맥으로부터 1000km나 떨어진 피레네 산맥의 지도였다. 정찰대는 틀린 지도를 가지고 옳은 길을 찾아낸 것이었다.’

​조직이론분야 석학 칼 웨익(Karl E. Weick)은 헝가리 정찰대 일화를 세상에 널리 알린 인물이다. 그가 강조하는 헝가리 정찰대 일화의 교훈은 이런 것이다.

"길을 잃었을 때는 어떤 지도라도 쓸모가 있다. 지도는 출발점을 제공한다. 아무리 낡고 쓸모없어 보이는 전략이나 계획일지라도 사람들이 무엇을 해야 할 지 움직이도록 도와줄 수는 있다. 설사 잘못된 결정이라 하더라도, 아무런 결정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조직이론가 김은환 박사는 저서 <산업혁명의 숨은 주역들>(삼성경제연구소 펴냄)에서 이렇게 해석한다.

"산중 조난자들은 혼돈에 빠져 같은 길을 왔다 갔다 하다가 탈진하는 경우가 많다. 틀린 지도라도 그것을 ‘믿고’ 그 길 끝까지 나아가면 최소한 갈팡질팡, 우왕좌왕은 하지 않을 수 있다."

사실 정찰대원들이 완벽함을 고집하여 추위와 공포에 떨면서도 꾸깃꾸깃한 지도를 펼쳐놓고 정확성부터 따지고 들었다면 출발도 하지 못한 채 폭설 속에 고립되어 전멸했을 지 모른다.​

하지만 용기있게 길을 찾아 나섰다고 해서 반드시 귀환에 성공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엉뚱한 지도를 가지고 옳은 길을 찾아낸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칼 웨익은 “출발점이란 출발 전에는 중요하지만, 일단 활동을 시작하면 부차적인 요소가 된다."라고 지적한다. 일단 출발했다면 지도에만 의존하지 말고 현실에 맞게 대응하는게 현명하다는 의미다. 칼 웨익은 헝가리 정찰대도 지도를 보고 출발했지만 어차피 눈 덮힌 산 속에서 대충 길을 가는 수 밖에 없었을 것으로 본다.

김은환 박사도 같은 생각이다. “낯선 곳에서 길을 잃은 헝가리 정찰대는 지도를 정교하게 읽어낼 심적 여유도 없었을 것이다. 어림짐작으로, 대충 읽으면서 길을 찾아갔을 것이다. 바로 이 ‘대충’이 그들 성공의 핵심이다. 알프스와 피레네는 완전히 다른 산이지만, 산 속 지형에는 어디나 비슷한 패턴이 있다. 더구나 같은 유럽지역의 산들이었으니 공통의 패턴이 있었을 테고, 그것에 집중했다면 그 지도는 더 이상 틀린 지도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