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화학CI

[이코노믹리뷰=김덕호 기자] LG화학이 미국에서 진행 중인 ‘영업비밀침해’ 소송 ‘증거개시’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정황이 발견됐다며 ITC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판결’ 등 강도 높은 제재를 요청했다.

14일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 4월 29일 LG화학이 미국 ITC에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로 다음날에도 이메일을 통해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LG화학은 67페이지 분량의 요청서와 94개 증거목록을 1월 13일(현지시각) ITC 홈페이지를 통해 제출했다.

LG화학의 주장에 따르면 공개된 내용에는 SK이노베이션이 ▲증거보존 의무를 무시한 조직적인 증거인멸 정황 ▲ITC의 포렌식 명령을 준수하지 않은 ‘법정모독’행위가 담겼다.

이에 LG화학은 ITC에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판결’을 조기에 내려줄 것을 요청했다. 또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Use)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일반적으로 원고가 제기한 조기 패소 판결 요청이 받아들여지게 되면, ‘예비결정’ 단계까지 진행될 것 없이 피고에게 패소 판결이 내려지게 된다.

이후 ITC 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면 원고 청구에 기초하여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 (발췌: SK이노베이션의 ‘19년 4/30 사내 메일/ 참고: LG화학의 ITC소송제기일 4/29, SKBA: SK이노베이션의 전지사업 미국법인). 사진=LG화학

LG화학, SK이노베이션이 3만4000개 파일 및 메일 증거인멸

LG화학 주장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4월 29일 소송제기 직후는 물론 그 이전부터도 전사차원(Company-wide)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증거인멸 행위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ITC 영업비밀침해 제소에 앞서 두 차례(‘17년 10/23, ‘19년 4/8) SK이노베이션측에 내용증명 공문을 통해 ‘영업비밀, 기술정보 등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력에 대한 채용절차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또 ‘영업비밀 침해 사실이 발견되거나 영업비밀 유출 위험이 있는 경우 법적 조치를 고려할 것’임을 경고했다 그러나 LG화학이 올해 4월 8일 내용증명 공문을 발송한 당일 SK이노베이션은 7개 계열사 프로젝트 리더들에게 자료 삭제와 관련된 메모를 보냈다.

이어 SK이노베이션은 4월 12일 사내 75개 관련조직에 삭제지시서(Instructions)와 함께 LG 화학 관련 파일과 메일을 목록화한 엑셀시트 75개를 첨부하며 해당 문서를 삭제하라는 메일을 발송했다.

ITC는 소송 당사자가 증거 자료 제출을 성실히 수행하지 않거나 고의적으로 누락시키는 행위가 있을 시 강한 조치를 취할 수 있으며, 실제 재판 과정에서도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ITC의 포렌식 명령 위반 등 법정모독 해당 행위 발각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제출한 ‘SK00066125’ 엑셀시트가 ▲삭제되어 휴지통에 있던 파일이며 ▲이 시트 내에 정리된 980개 파일 및 메일이 소송과 관련이 있는데도 단 한번도 제출되지 않았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ITC에 포렌식을 요청했다. 

이에 ITC는 10월 3일 “980개 문서에서 ‘LG화학 소유의 정보’가 발견될 구체적인 증거가 존재한다”, 또 “LG화학 및 소송과 관련이 있는 ‘모든’ 정보를 찾아서 복구하라”며 이례적으로 포렌식을 명령했다.

그러나 SK이노베이션은 ITC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980개 문서가 정리되어 있는 ‘SK00066125’ 한 개의 엑셀시트만 조사했다.

나머지 74개 엑셀시트에 대해서는 ITC 및 LG화학 모르게 9월 말부터 별도의 포렌식 전문가를 고용하여 은밀하게 자체 포렌식을 진행 중이었다는 점이 10월 28일 SK이노베이션 직원을 대상으로 한 증인조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또한 요청서 내용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포렌식 진행 시 LG화학측 전문가도 한 명 참석해 관찰할 수 있도록 하라는 ITC의 명령에도 불구하고, 중요한 조사과정에서 LG화학측 전문가를 의도적으로 배제시키는 등 포렌식 명령 위반 행위를 지속한 것으로 보인다.

LG화학은 “공정한 소송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로 계속되는 SK이노베이션의 증거인멸 및 법정모독 행위가 드러나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상황에 달했다고 판단해 강력한 법적 제재를 요청하게 되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