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글이 13일, 씨티그룹(Citigroup)과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신용조합과 제휴해 내년부터 예금 계좌를 개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출처= BusinessLIVE

[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정부 당국의 반독점 규제 방침에 따라 기술 대기업들에 대한 조사가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구글이 전통적인 사업 영역에 치열한 경쟁으로 정평이 나 있는 은행업을 추가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 등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구글이 13일, 씨티그룹(Citigroup)과 스탠퍼드대(Stanford University) 신용조합과 제휴해 내년부터 당좌예금 계좌를 개설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구글은 고객들이 구글페이(Google Pay) 모바일 앱을 통해 자신의 계좌에 접속하기 때문에 시내 곳곳에 지점을 운영하고 있는 전통적인 은행들과 직접적으로 경쟁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구글은 이번 협정에 따라, 소비자들의 소비 습관, 소득, 기타 소비자들을 보다 잘 이해하는 데 유용한 새로운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겠지만, 아마도 감독기관과 주 법무장관으로부터 광범위한 사전 조사를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캐시(Cache)라고 알려진 구글의 뱅킹 프로그램은 이미 언론들에 의해 보도된 바 있다.

수수료나 한도액 같은 당좌예금 계좌의 세부사항은 즉시 제공되지 않았다. 고객들은 이미 다양한 모바일, 온라인 옵션을 이용하고 있기 때문에 구글이 고객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캐시 프로그램을 경쟁업체와 차별화해야 할 것이다.

구글은, 페이스북이 주도하고 있는 이른 바 리브라(Libra) 연합에도 합류하고 있고, 이미 모바일 지갑과 신용카드를 출시하며 금융서비스업에 진출한 애플과도 경쟁해야 한다.

미국 은행들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은행업 진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심해 왔다. 일부 은행들은 젊은 소비자들에게 접근하기 위해 이미 기술 스타트업들과 제휴하고 있다. 젊은 소비자들이 비록 지금은 전통적인 은행 업무 절차를 거부할 수 있겠지만 언젠가는 주택담보대출이나 중소기업 대출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소비자들에게 은행 지점에 오지 않고도 직접 은행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기술 회사들과 싸워왔다.

애플은 골드만삭스·마스터카드와 손잡고 아이폰 고객을 위한 신용카드 상품인 '애플카드'를 내놓았고 아마존도 JP모간과 당좌 계좌 서비스 제공을 논의 중이다. 페이스북 역시 글로벌 가상화폐인 리브라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차량호출 업체 우버도 지난달 금융 서비스를 총괄할 조직 '우버 머니'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 미국의 전통 은행들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은행업 진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심해 왔다.    출처= TekBiz

모바일 결제 회사인 스퀘어(Square), 일본의 아마존이자 미국의 캐쉬백 프로그램 이베이츠(Ebates)의 운영자로 알려져 있는 라쿠텐(Rakuten) 같은 회사들은 이미 수표와 예금 계좌 영업이 가능한 특별 은행업 라이선스를 신청한 상태다.

미국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도 10여 년 전에 이런 라이선스를 취득하려고 했지만, 은행권의 거센 반발 속에 결국 물러선 적이 있다. 은행업계는 라쿠텐과 스퀘어에 대해서도 비슷한 반대 캠페인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은 씨티그룹과 제휴함으로써 그런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길을 택하고 있다. 씨티그룹이 구글이 제공하는 당좌 계좌에 대한 규제를 막아줄 것이기 때문이다. 구글의 입출금 계좌는 시티은행 이름으로 선보이며 시티은행이 실제적으로 모든 업무처리는 맡게 되는 것으로, 이는 애플과 골드만삭스의 제휴와 유사한 형태다.

크레이그 어워 구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은행계좌를 갖고 있지 않은 6.5~18.7%의 사람들도 편리하게 이용하면서도 당국에 인증을 받은 계좌에 안전하게 돈을 넣어 둘 수 있는 스마트 당좌 계좌라고 강조했다.

기존 은행 계좌들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와 국가신용조합청(NCUA) 등 당국 심사를 통과해야 하지만 구글은 이미 면허가 있는 은행들과 공동 투자 형태이기 때문에 별도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관계 당국은 기술 기업들이 은행과의 관계를 활용해 자체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거나 소중한 소비자 데이터를 빼돌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씨티그룹과 구글은 이 계좌에 공동브랜드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구글은 이미 급증하고 있는 모바일 지갑 시장에도 참여하고 있다. 시장 조사 업체인 이마케터(eMarketer)는 2018년에 약 5500만 명의 미국 소비자들이 모바일 지갑을 사용하고 있는데 이는 전년에 비해 700만 명 늘어난 숫자다. 이마케터는 올해 모바일 지갑 이용자가 6160만 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러나 미 상원 은행감독위원회의 마크 R 워너 상원의원(버지니아, 민주)은 13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기술 회사들이 은행업에 너무 깊이 빠져드는 것에 대해 우려가 크다"면서 "엄격한 추가 규제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