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디즈니가 드디어 자체 OTT인 디즈니 플러스를 공식 런칭했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업계에서는 디즈니 플러스의 등장으로 촉발된 글로벌 OTT의 확고한 방향성에 주목하고 있다.

판 커진다
디즈니는 12일(현지시간) 자체 OTT 디즈니 플러스를 전격 런칭했으며, 단 하루만에 1000만명의 유료 가입자를 모집했다. 미 CNBC는 "미국 지상파 방송사가 온라인에서 유료 가입자 800만명을 모으는데 5년이 걸렸다"면서 "디즈니 플러스의 예상을 뛰어넘는 흥행에 시선이 집중된다"고 말했다.

디즈니 플러스의 구독료는 월 6.99달러다. 넷플릭스의 구독료와 비교해 상당히 저렴한 편이며, 글로벌 진출은 유럽과 아시아가 2020년, 남미는 2021년이다.

▲ 디즈니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갈무리

디즈니 플러스가 성공적으로 모습을 드러냈으나, 서비스 런칭에 이르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와 콘텐츠 제휴를 종료한 후 2017년 12월 21세기폭스의 콘텐츠 역량은 물론 OTT 플랫폼 훌루의 지분을 전격 합병하는 메가딜을 시도했다.

그러나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컴캐스트가 복병으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컴캐스트는 디즈니보다 더 좋은 조건으로 21세기 폭스를 유혹했고, 주주들은 크게 흔들렸다. 당장 업계에서는 현금과 주식으로 인수대금을 치르려는 디즈니보다 인수금 전체를 현금으로 제공하려는 컴캐스트가 21세기 폭스 일부 사업부의 새로운 주인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러나 디즈니가 재차 713억달러라는 파격적인 제안을 제시함에 따라, 21세기 폭스의 새로운 주인은 디즈니로 최종 낙점됐다.

디즈니는 빠르게 디즈니 플러스의 외연을 갖추기 시작했다. 지난 4월 디즈니 플러스의 청사진이 공개됐고, 5월에는 컴캐스트의 자회사 NBC유니버셜이 보유한 훌루 지분 33%를 2024년 시한으로 디즈니가 매입하기로 결정했다. 그 연장선에서 디즈니 플러스가 전격 열렸고, 단 하루 만에 1000만 유료 가입자를 모은 괴력을 발휘한 셈이다.

디즈니 플러스가 1000만 유료 가입자 모집을 바탕으로 인상적인 존재감을 보여준 가운데, 글로벌 OTT 시장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업계 최강자 넷플릭스에 시선이 집중된다. 넷플릭스는 3분기 52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으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11% 증가한 수치다. 다만 가입자 증가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677만명을 기록해 예상치인 700만명에 이르지 못했다. 여기에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최근 서비스를 시작한 애플TV 플러스 등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OTT 업계를 뜨겁게 달굴 전망이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의 합작품인 웨이브가 등장했고, CJ ENM의 티빙은 JTBC와 협력해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또 전통의 강자 왓챠 플레이도 몸집을 불리며 전략적 판단에 나서는 중이다.

▲ 넷플릭스가 보인다. 출처=넷플릭스

관전 포인트는?
디즈니 플러스의 '파괴적인 등장'으로 글로벌 OTT 업계의 다양한 관전 포인트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먼저 콘텐츠 파워다. 디즈니 플러스가 초반 무서운 질주를 거듭할 수 있는 이유는 역시 마블 등으로 대표되는 콘텐츠 인프라의 역할이 컸다. 여기에 겨울왕국, 알라딘, 라이온킹 등 전통의 디즈니 콘텐츠를 비롯해 7500편이 넘는 드라마와 500편 이상의 영화 콘텐츠가 디즈니 플러스 돌풍의 핵심이다.

결국 향후 OTT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동력 중 하나가 콘텐츠가 될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시청자들의 OTT 선택 현황을 보면, 지상파 콘텐츠를 즐기는 시청자는 웨이브로 향하고 미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시청자는 넷플릭스를 택하는 경향이 있다. 국내 영화를 선호한다면 왓챠 플레이를 찾는다. 또 '천리마마트' 등 CJ 계열의 드라마와 JTBC의 뉴스 및 예능을 좋아한다면 티빙으로 몰린다. OTT의 성공비결 중 하나가 양질의 콘텐츠라는 뜻이며, 이는 콘텐츠가 플랫폼의 운명을 결정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음을 시사한다. 강력한 콘텐츠 파워를 가진 디즈니 플러스의 초반 흥행 돌풍도 이를 증명한다.

최근 국내 미디어 업계에서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콘텐츠 재판매를 할 수 있는 길을 열어달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결국 콘텐츠 파워가 플랫폼의 성장을 담보하기 때문에, 유료방송 사업자들의 콘텐츠 재판매를 통한 일종의 콘텐츠 합종연횡으로 글로벌 사업자들의 공세를 막아야 한다는 뜻이다.

디즈니 플러스의 등장으로 프로모션에 대한 논의도 시작되는 중이다.

미국 최대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의 무제한 데이터 이용 소비자는 디즈니 플러스 이용권 1년을 무료로 받을 수 있다. 이러한 프로모션도 디즈니 플러스의 초반 흥행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국내 OTT 웨이브의 경우도 현대카드와 함께 강력한 프로모션을 진행해 약 300만명에 가까운 이용자를 모을 수 있었다. 현 상황에서 OTT와 프로모션의 궁합은 잘 맞는 편이다.

문제는 지속성이다. 프로모션은 말 그대로 초반 깜짝 '손님맞이'에 불과하며, 결국 장기적 관점에서는 효능이 입증되지 않았다. 결국 프로모션으로 유입된 시청자들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강력한 사용자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디즈니는 디즈니 플러스 1000만 유료 가입자 소식을 알리며 프로모션 시청자의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다.

한편 디즈니 플러스의 초반 성공이 화제가 되는 가운데, 각 OTT의 차별적인 로드맵이 어떻게 전개될 수 있을지도 시선이 집중되는 중이다.

하드웨어 플랫폼 로드맵이 눈길을 끈다. 최근 아마존은 자사의 파이어TV에 디즈니 플러스를 기본 탑재하기로 밝혔다. 이는 하드웨어 디바이스를 가지지 못한 디즈니의 강점이며, 나아가 엄청난 우군이다. 당장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 특정 하드웨어에 탑재되는 OTT의 생명력은 그 자체로 배가될 전망이다. 또 애플TV 플러스는 iOS의 다양한 기기를 중심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하드웨어 플랫폼과의 제휴, 혹은 수직계열화도 글로벌 OTT 전쟁의 향배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척도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통신사들의 제로레이팅도 OTT의 성공을 가르는 중요한 바로미터기 때문에, 통신사와 얼마나 협력하느냐에 따라 OTT의 경쟁력이 출렁이는 현상도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글로벌 전략의 타이밍도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넷플릭스의 성공은 오리지널 콘텐츠와 시청자 환경 큐레이션도 큰 영향을 미쳤으나, 로컬 콘텐츠 제작자들을 포섭해 그들에게 글로벌 플랫폼을 열어준 것도 주효했다. 이는 콘텐츠 파워가 플랫폼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기본원리에서 기인한 논리며, 누가 로컬 콘텐츠 사업자에게 매력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로를 열어줄 수 있는지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나아가 글로벌 전략을 추구하며 실제 결제 인프라를 가진 사업자와 얼마나 제휴할 수 있을지도 관건이다.

마지막으로 코드커팅 가능성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국내의 경우 유료방송 비용이 낮아 OTT가 발전해도 코드커팅 현상은 크게 벌어지지 않으나 미국 등 외국은 사정이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디즈니 플러스와 같은 OTT가 늘어나며 케이블 코드커팅 현상은 더욱 고조될 것이며, 이를 계기로 유료방송 시장 전체의 합종연횡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