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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조직은 ‘사람과 문화’의 결합체다
   

‘흡연자의 채용을 제한한다.’

국내 모 제약회사가 채용공고에서 흡연자의 채용을 제한하겠다고 밝혔다가 소동이 일었다. 연구개발, 마케팅 등 채용하는 모든 분야에서 흡연자의 채용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었는데, 담배를 피운다고 입사 지원조차 못하게 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이자 고용정책 기본법을 위한할 가능성이 있다고 논란이 됐다. 회사는 그렇지 않다며 입사자 중에도 흠연자가 많고, 기업문화일 뿐이라며, 문구 수정 의사를 밝혔다.

전 직장에서 기업 인수를 많이 하다 보니, 국내 최대 가전유통업체까지 계열사로 두게 된 적이 있었다. 전국 60여 개의 직영매장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직원 수도 많았는데, 어려운 시절을 함께 견뎌오면서 자기만의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었다. 그 중의 하나가 전 임직원의 금연이었다.

하루는 회사 행사 중 CEO 인사말에서 기존 직원들이 다 들으라고 하며 계열사로 편입된 그 회사에 대해 칭찬을 늘어놨다. ‘좋은 문화를 가진 회사가 새 가족이 되었다’며 좋은 것은 그룹 전체로 확산하여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첫 번째가 금연 정책이었고, 둘째는 출근해서 오전에는 서로 부담되는 얘기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밖에도 몇 가지가 더 있었던 것 같은데, 세월이 지나다 보니 이 두 가지만 기억에 남아 있다.

 

냉담문화가 일상이 되어버린 씁쓸한 현실

‘전 임직원이 금연을 하다니 대단한데’라는 것이 기존 그룹 직원들의 첫 느낌이었다. 때문에 초기엔 그 계열사 사람들과 미팅이 있거나 하면 일부러 담배를 꺼내지도 않았다. 당시엔 식당 안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던 시절인데, 삼겹살에 소주 한잔 나누던 때에도 그들을 위해 흡연자들이 배려해 줄 수 밖에 없었다. 그런데 술자리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그 회사 직원들이 뭔가를 찾았다. 담배였다. 앞에 앉은 나의 셔츠 주머니 속 담배를 계속 쳐다 봤다.

“다들 담배 안 피우시는 것 아닌가요?”

“회사 내에서는 안 피우지만, 밖에서는 피웁니다. 그러니 어서 담배 좀 푸세요.”

그날 2차까지 자리를 옮기면서 자연스럽게 동질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담배를 피우지만 출근 이후부터 퇴근 때까지 담배를 참아 왔다는 것이 더 대단하게 여겨졌다. 때문에 그 회사 사람들과의 미팅 장소는 그 회사가 있는 강남 쪽이 아니라 그룹본부가 있는 광화문 쪽을 그쪽 사람들도 선호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서로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동참하며 참아내는 것을 대견하게 여기고 밤이면 동지로 변한다는 사실에 관계가 더 단단해졌다.

문화에는 우월한 것이 없다. 때문에 금연하는 조직문화는 우수하고 담배 피우는 회사의 문화는 뒤쳐진다는 류의 말은 터무니 없는 표현이다. 조직문화론에서 ‘세시아와 글리노우즈의 문화 유형론’을 보면 조직의 관심이 ‘사람’에게 있는지 아니면 ‘성과’ 위주인지에 따라 나뉜다. 둘 다 높으면 통합문화, 성과 위주이면 실적문화, 사람 중심이면 보호문화, 이도 저도 아니면 냉담문화다. 어떤 회사든 실적을 중시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그 실적을 만드는 것은 사람이라 통합문화가 바람직하겠으나 최소한 사람 중심이나 실적 어느 한 가지 중심이 되는 것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도 저도 아닌 냉담문화가 의외로 많은 조직에 깔려 있다. 오랜 경기 불황의 여파로 거듭된 구조조정, 실적 저하에 재무구조 개선에 지친 회사라면 사람에 대한 관심은 줄기 마련이다. 광에서 인심 난다는 말처럼 비용을 줄이기 위해 영업맨들에게 출장이나 접대도 자제하라는 지시가 떨어지는 시절이라면 직원들의 고단한 삶은 애써 생각하지 않아도 충분히 와 닿는다. 움츠러든 상황에서 어떻게든 활로를 찾기 위해 심심하면 집합시켜서 교육도 시키고, 구호도 외치고 비전도 설파하지만 뒤돌아 서면 씁쓸함만 남을 뿐이다. 사람에 대한 생각이 빠져 있어 공허함만 메아리 치게 된다.

 

일관성이 빠지면 문화가 없다고 느끼게 돼

문화가 없는 조직은 없다. 조직의 개념 자체가 사람 더하기 문화다. ‘우리 회사는 문화가 없어!’라고 푸념하는 사람들이 많다. 없는 것이 아니라 맘에 드는 문화가 아닐 뿐이다. 성공하는 기업들은 친밀성, 신뢰, 협동, 팀워크, 평등주의 등의 공유된 가치관에 의해 내적으로 일관되고 다져진 독특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다. 대개 이런 조직의 성공은 기술이나 제품 보다 사람 관리에서 비롯된다. 바로 윌리엄 오우치의 Z이론의 핵심 내용이다.

왜 문화가 없는 것처럼 느껴질까? 그건 일관되지 못함에서 비롯된다. 예측 가능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엇 하나 어찌해야 할 지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문화는 위로부터 만들어지지 않는다. 많은 CEO들이 착각하는 것들 중의 하나가, 다른 기업의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차용해서 자신의 조직에 덧씌우려 하는 것이다. 거기다 더욱 안타까운 현실은 조금 시행해 보다가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또 다른 기업의 잘난 점을 좇아 금새 바꿔버린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어제까지는 해야 되는 것이 오늘은 하면 안 되는 것이 된다.

공관병 갑질 논란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모 예비역 육군 대장이 다시금 화제가 됐다.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야당에 입당 제의를 받았던 모양이다. 그는 군시절 공관병에게 텃밭을 가꾸게 하고 요리며 잔신부름은 물론 자신의 가족들을 위한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게 했다. “감을 따는 것은 사령관의 업무가 아니다. 공관에 있는 감을 따야 한다면 공관병이 따야지 누가 따겠느냐?”는 말이 회자됐다. 물론 감을 따는 것은 사령관의 업무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군 복무중인 장병의 임무도 아니다. 육군 규정 제120호 [병영생활규정] 제3절 장병 사병화 금지 제52조(병력 및 근무병 운용간 금지 사항)에 따르면 '①부대활동과 무관한 임무부여 또는 사적인 지시 행위는 할 수 없다 ②어패류·나물 채취, 수석·과목 수집 등은 지시할 수 없다 ③부대 또는 관사 주변 가축사육이나 영농 활동 등은 지시할 수 없다'라고 나와 있다. 하급자의 노동이 아니라 감을 함께 따서 나눠먹는 사람 중심의 생각이 있었다면 이런 말도 되지 않는 말이 횡행하는 사태는 없지 않았을까 싶다.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음을 알아야

리더의 생각이 그 조직에 투영되어 문화로 나타날 때가 많다. 어떤 사람은 아래로부터 뭔가를 하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도 한다. 위에서 뭐라 하면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하는 것이 조직이고, 하고 있던 것도 하지 말라고 하면 따를 수 밖에 없는 것이 조직의 생리가 아니냐고 푸념한다.

명문대학인 하버드 출신의 스티브 발머 회장이 이끌던 마이크로소프트는 십 수년 동안 끊임없이 추락했다. 하지만 이름도 모르는 인도의 대학을 나오고, 또다시 어딘지 감이 잡히지 않는 미국의 그저 그런 대학에서 유학한 인도 출신의 사티야 나델라가 회장이 되자 모든 것이 달라졌다. 시장에서 점점 잊혀지고 있던 마이크로소프트를 혁신의 아이콘으로 다시 자리매김하게 만들더니 시가총액 1위를 재탈환하도록 만들기도 했다. 이것은 기업의 성공을 위해 소통, 공감, 개방성 그리고 나눔이라는 임직원들의 문화와 태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강변하는 것이다.

사티야 나델라가 생각하는 마이크로소프트에 필요한 인재는 자신이 가장 뛰어나다고 믿는 사람이 아니다. 쉼 없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은 물론, 구성원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포용하는 사람이다. 공감 능력을 갖추고 구성원이 다 같이 성장하도록 이끄는 사람, 즉 커뮤니티 리더십이 있는 사람이 인재다. ‘홀로 성장하는 시대는 끝났다’의 저자인 이소영씨가 강조한 부분이다.

군대 얘기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하자면, 정신교육 시간에 연세가 지긋한 주임상사가 강사로 나섰다. 시종일관 다른 중대 이기고 상 받았다는 내용이었다. ‘자신은 어떤 부대를 지휘하게 되든 간에 1등 문화를 심는다’는 자화자찬이었다. 환경미화에서 최우수 부대로 선정됐다, 축구 시합에서 1등 해서 휴가 보냈다, 내무반을 잘 꾸며서 세탁기를 상으로 받았는가 하면, 동계 훈련에서도 우수하게 수행해 왔다는 내용이었다. 1등이 추구하는 바이며, 그런 문화가 더 나은 병영생활을 만든다는 것이었다.

듣자니 말이 아니다 싶었지만 내색 할 수 없었다. 환경미화 상은 서울 외곽의 인도에 깔려 있는 보도블럭을 훔쳐와 부대 주변에 깔았던 결과였다. 축구 시합에서는 공을 차지 말고 상대 선수들 정강이를 걷어차라고 주문해, 다치게 해서라도 이기게 했다. 목수일을 하다 온 병사를 근무 열외 시켜서 나무 둥치나 뿌리를 다듬게 했단다. 거기다 동계 훈련은 인근 농가에서 쓰기 위해 쌓아둔 볏짚을 훔쳐와 훈련장을 치장했던 것이었다.

이기기 위한 것은 좋으나, 단 한 가지도 정상적인 것이 없었다. 도둑질이 결코 우수한 문화가 될 수 없는 것임에도, 상 받았던 것을 자랑했다. 감동이나 동경이 아니라 역겨움의 대상이었다. 그런 주임상사가 우리 부대와 엮이는 것 조차 싫었다. 우수한 DNA니 1등주의 문화이니 하는 말로 포장한 것도 차라리 경멸의 대상이었다. 자랑하는 것들 중 사람과 관련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맹수에게 쫓기면서 자신의 몸 치장에 신경을 쓰는 사슴은 없다. 때가 되면 신선한 풀을 찾아 대이동을 하는 누 떼에도 가슴 찡한 현상이 나타난다. 악어가 득실대는 강을 건널 때도 그들의 삶의 방식이 나타난다. 최소한의 희생으로 조직이 새 생명을 얻는다. 하물려 사람들이 모인 기업에서 서로에 대한 생각은 누 떼만큼도 하지 않고, 껍데기만 그럴싸한 조직들이 많다. 사람이 빠진 문화는 존재할 수 없다. 그리고 조직문화의 뒷받침 없는 껍데기 기업의 성장도 곧 바스러질 메마른 모래성이나 마찬가지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11.27  11: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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