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애플이 2022년 증강현실 헤드셋을, 2023년 증강현실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글라스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비즈니스인사이더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최근 스티브 잡스 시어터에서 직원들과 함께 새로운 증강현실 기기에 대한 다양한 비전을 공유했다. 2022년 출시될 가능성이 높은 증강현실 헤드셋은 부피가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23년 스마트글라스는 작은 크기에 착용하기에 큰 무리가 없다는 말이 나온다. 프로젝트명은 N421로 확인됐다.

애플의 증강현실 로드맵에 시선이 집중된다.

▲ 애플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갈무리

결단의 배경은?
애플제국의 뿌리에는 아이폰이 있다. 폐쇄적 생태계 환경인 iOS를 기반으로 하는 아이폰은 특유의 스토리텔링을 무기로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을 호령하고 있다.

문제는 아이폰이라는 하드웨어의 생명력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점이다. 물론 최근에는 아이폰 외 아이패드 등 다양한 하드웨어 기기 매출이 살아나며 감성의 소프트웨어를 하청업체가 제작한 하드웨어에 탑재하는 방식은 여전한 유효함을 자랑하지만, 이제 애플의 핵심 동력은 콘텐츠가 되고 있다는 것이 정설이다.

애플의 3분기 실적에 힌트가 있다.

애플은 3분기 640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역대 3분기 사상 최대 매출 기록을 갈아치웠으나 아이폰 매출은 전년 동기 367억달러에 비해 떨어져 330억달러를 기록했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의 역성장이 아이폰 입지에 영향을 줬다는 말이 나온다. 전체 시장이 축소되며 아이폰의 존재감이 낮아지는 현상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전쟁이 벌어지며 애플의 서플라이 체인이 타격을 받은 것도 원인으로 보이며, 5G 초반 경쟁에서 멀어진 것도 3분기 아이폰 매출 부진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아이폰 매출은 부진했으나 아이패드와 웨어러블·홈·액세서리에서 호실적이 나온 장면도 눈깅을 끈다. 각각 47억 달러, 65억 달러의 매출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는 애플의 하드웨어 전략이 아직은 유효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핵심은 콘텐츠다. 3분기 애플의 콘텐츠 매출을 보면 125억달러에 이른다. 애플뮤직과 아이클라우드 및 앱스토어 플랫폼 수익이 올라가며 전체 실적을 끌어 올렸다는 평가다.

▲ 애플의 콘텐츠 전략이 소개되고 있다. 출처=갈무리

애플은 현재 애플 TV 플러스 및 애플 아케이드, 애플뉴스 등 구독 비즈니스에 중심을 둔 콘텐츠 전략을 강하게 끌어가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콘텐츠 경쟁력이 올라가는 한편 iOS를 중심에 둔 특유의 폐쇄형 생태계도 강화될 전망이다.

애플 TV 플러스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미디어 콘텐츠 전략의 연장선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 다양한 경쟁자가 존재하는 가운데, iOS에 중심을 둔 애플의 콘텐츠 전략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애플뉴스 플러스는 기존 애플뉴스의 확장판이다. 전문지계의 넷플릭스로 불리는 텍스처 인수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보인 애플은 애플뉴스 플러스를 통해 300여종의 전문지를 구독할 수 있도록 했다. 다양한 영역의 콘텐츠를 월 9.99달러에 즐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애플 아케이드는 구독 비즈니스 게임 플랫폼이다.

결론적으로 애플은 콘텐츠 회사가 되어가고 있다. 아직 아이폰으로 대표되는 하드웨어 전략은 여전하고, 또 아이패드 등의 성공으로 당분간 핵심 캐시카우는 살아남을 수 있을 전망이지만 미래 성장 동력이 콘텐츠라는 점은 변함이 없다. 그리고 여기서 애플의 증강현실 전략을 돌아볼 필요가 있다.

애플의 증강현실 야망
2016년 6월 팀 쿡 애플 CEO는 공개 컨퍼런스 현장에서 증강현실 로드맵 가능성을 강조했다. 그는 "애플은 끊임없이 증강현실에 투자할 것이다”라며 “우리는 고객에게도 기업에도 멋진 기회를 주는 증강현실에 오랫동안 빠져있다"고 호언했다. 팀 쿡 CEO는 이후 몇 차례나 증강현실에 대한 관심을 보이며 관련 사업에 집중한다는 방침을 가감없이 공개한 바 있다. 2016년 11월에는 애플의 스마트글라스 개발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당시 블룸버그는 애플이 증강현실 기반의 스마트글라스를 개발하고 있으며 "조만간 출시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애플은 자율주행차인 애플카 로드맵을 공개하며 증강현실에서 뚜렷한 행보를 보여주지는 못했다. 구글 나이언틱의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GO 흥행대박이 이어졌으나, 애플은 증강현실 분야에서 이렇다 할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2017년 3월 블룸버그는 애플의 증강현실 로드맵이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는 보도를 한다. 애플이 플라이바이미디어(FlyBy Media), 메타이오(Metaio) 등을 연이어 인수한 상태에서 증강현실 인프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2013년 인수한 이스라엘 회사 프라임센스의 기술력도 애플의 증강현실 로드맵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왔다. 애플 내외부에서 끊임없이 '메이드 인 애플'의 증강현실 안경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대목도 의미심장하다. 당시 블룸버그는 애플이 몇 잠재적 공급업자와 비밀리에 이 프로젝트를 공유하고 있으며, 테스트를 위해 니어 아이(near-eye) 디스플레이를 소량 주문했다고 밝힌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증강현실 기기인 홀로렌즈가 등장했을 당시 포브스가 "새로운 컴퓨팅의 미래"라는 극찬을 보냈던 점에 착안하면, 애플이 증강현실을 바탕으로 일종의 포스트 스마트폰 플랫폼을 준비하고 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2017년 4월에는 의외의 방식으로 애플 증강현실 기반 스마트글라스 소식이 흘러나왔다. 애플인사이더는 4월 20일(현지시간) IT 전문매체 기즈모도를 인용, 애플 직원이 증강현실 기반 스마트글라스 프로토타입 제품을 시험하다 눈에 부상 입었다는 내용의 보고서가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문건에는 “애플 디앤자(De Anza) 사옥에서 이용자가 제품을 실험하는 BT4 이용자 실험 이후 대상자가 눈에 이상을 호소했다”며 “이번 테스트에서 눈에 레이저를 몇차례 맞았을 수 있다"는 내용이 나온다.

비슷한 부상이 2017년 3월 2일(현지시간)에도 있었다. 당시 기록된 문건에는 애플 볼카 파크웨이(Vallco Parkway) 사옥에서 새로운 타입의 프로토타입 제품을 테스트하다 직원이 눈에 고통을 호소했다고 적혀 있다.

애플의 증강현실 기술 개발 소식이 무성한 가운데, 2017년 9월 출시된 아이폰8에 시선이 집중됐다. 아이폰8에 들어간 A11과 GPU, CPU 모두 아이폰의 증강현실 인프라를 지원한다는 것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이후 애플은 최근 공개된 아이폰11까지 모두 증강현실 기능을 지원하고 있다.

여기서 애플이 증강현실 기기를 2020년 출시한다는 보도가 나온다. 블룸버그는 2017년 11월 8일(현지시간) "애플이 오는 2019년까지 증강현실 헤드셋 기술 개발을 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2020년까지 제품을 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도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애플은 2017년 3월 증강현실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수행하기 위해 수백명의 엔지니어팀을 구성했고 애플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 쿠퍼티노 시와 서니베일 연구실에서 코드명 'T288'이라는 프로젝트를 증강현실 관련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당시 애플 전문 매체 맥루머스(Mc Rumors) 등 주요 외신은 “애플이 아이폰에 이을 차세대 기기로 증강현실 이어셋을 선정했다”면서 “애플 증강현실 헤드셋은 개발자 도구인 AR킷(AR Kit)을 개발한 팀이 맡는다"는 구체적인 주장까지 거론했다.

애플은 2018년 8월 증강현실 기반 스마트글라스를 개발하는 아코니아도 전격 인수했다. 애플은 아코니아 인수를 두고 "일반적인 스타트업 인수합병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업계에서는 애플의 증강현실 전략이 조금씩 베일을 벗는 장면에 주목했다. 지난 5월에는 아이팟 터치를 아예 증강현실 플랫폼으로 바꾸는 파격을 보이기도 했다. 4년 만에 신형 아이팟을 출시한 상태에서 핵심에 증강현실을 위치시켰기 때문이다.

▲ 신형 아이팟이 보인다. 출처=갈무리

시선에 집중하다
애플은 증강현실 인프라를 두고 다양한 실험과 시도를 거듭한 후 기어이 2022년 증강현실 기반 헤드셋, 2023년 증강현실 기반 스마트글라스 출시를 선언하기 시작했다. 최초 블룸버그 보도 등을 종합하면 그 시기는 다소 늦어졌으나, 이제 애플의 증강현실 로드맵은 핵심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애플의 증강현실 자신감은 지끔까지 축적한 기술 인프라는 물론 '지금이야 말로 증강현실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상황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구글글라스가 B2C 측면에서는 실패했고 여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으나, 핵심은 역시 편의성 부족이다. 그러나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작은칩을 통해 증강현실 기반 스마트글라스를 안전하게 상용화시킬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됐다. 이를 포스트 스마트폰으로 삼아 미래 컴퓨팅 플랫폼으로 삼으려는 큰 그림이다.

증강현실이 쇼핑 등의 영역으로 보폭을 넓히는 장면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세계적인 가구업체 이케아는 2017년 고객이 매장에 방문하지 않아도 스마트폰 증강현실 기술로 가구를 배치할 수 있는 앱을 출시했다. 오프라인 매장에 가지 않아도 편안하게 집에서 이케아의 가구 배치를 고민할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다만 약점은 있었다. 하나의 가구만 증강현실 앱으로 구현할 수 있어 전체적인 배치에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이케아는 이러한 약점을 극복한 새로운 앱을 출시했다. 다수의 가구를 한 번에 증강현실로 배치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기 때문이다. 이제 고객들은 새로운 증강현실 앱을 통해 자기가 택한 다수의 가구들을 실제 환경에 배치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증강현실로 배치한 가구의 구매 희망 리스트를 생성할 수 있는 기능도 지원되며 실제 구매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사용자 경험도 확보하게 됐다.

▲ 이케아의 증강현실 앱이 보인다. 출처=갈무리

페이스북의 자회사 인스타그램도 증강현실 가상피팅 서비스를 도입했고 LG전자도 비슷한 시도에 나서고 있다. 패션 브랜드 해지스와 협력해 인공지능 씽큐 핏을 공개한 바 있다. 3D 카메라를 통해 고객이 옷을 입은 상태에서도 신체를 정확히 계측하고 그 데이터를 기반으로 아바타(Avatar, 가상 공간에서의 분신)를 생성한다. 아마존은 증강현실과 쇼핑, 나아가 자사 생태계의 적극적인 결합을 꾀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지난해 퀄컴 4G 5G홍콩 서밋 당시 필립 톰슨 아마존 테크 리더는 증강현실 쇼핑 청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결국 기술의 발전으로 증강현실 허들이 낮아졌고, 최근 증강현실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는 것이 애플의 '승부수'에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다. 떨어지는 아이폰 매출도 마찬가지다.

여기에 하나의 동력이 더 추가된다. 바로 콘텐츠 기업으로의 변신이다.

애플은 구독경제 기반의 애플TV 플러스, 애플 아케이드 등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iOS로 확보한 많은 이용자들을 여전히 애플제국에 가둬 안정적인 성장을 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 연장선에서 증강현실은 iOS 콘텐츠 제국의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결국 애플은 콘텐츠에 집중하며 여전히 많은 이용자들을 잡아두기를 원하며, 증강현실은 이용자들의 시선을 빼앗아 '애플'에 가두는 매력적인 수단이 될 전망이다.

콘텐츠 기업으로 거듭나는 애플은 아이러니하게도 콘텐츠 하나로 승부를 보지 않는다. 증강현실을 비롯한 다양한 기술을 총동원해 당신의 시선 전체를 훔쳐 애플제국에 가두려고 한다. 이는 큰 틀에서 넷플릭스 등 콘텐츠 시장의 경쟁자들이 쉽게 넘볼 수 없는 영역이다. 기술이 있고, 하드웨어 플랫폼과 매력적인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iOS가 존재하는 애플이기에 가능한 로드맵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