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정다희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지난 8일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LG유플러스의 CJ헬로 주식취득 건을 각각 승인했다. 독과점 우려 등으로 진통을 겪던 유료방송시장 M&A(인수합병)의 물꼬가 트인 셈이다. 

시장은 이번 유료방송 M&A의 최대 수혜자로 LG유플러스를 지목하고 있다. 심사과정 내내 업계에 꼬투리를 잡혔던 MVNO(알뜰폰)과 관련해 별다른 조건이 부과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 건이 잘 마무리되면 LG유플러스는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을 대폭 확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알뜰폰 자회사인 미디어로그에 CJ헬로의 알뜰폰 사업 헬로모바일의 가입자까지 약 70만명의 MVNO 가입자를 얻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황성진 현대차증권 애널리스트는 "초장기적으로는 관련 망도매대가의 감소효과까지 노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길었던 공정위 심사…결실 코 앞 LG유플러스·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는 CJ헬로 지분취득 건으로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와의 인수합병 건으로 각각 지난 3월 15일과 5월 9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정거래위원회에 인가 신청서를 제출한 바 있다.

수개월을 이어진 심의 끝에 지난 8일 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이 떨어졌다. 공정위는 기업결합을 승인하되 디지털 방송시장을 비롯한 8VSB(셋톱박스 없이 디지털 케이블 방송을 볼 수 있는 전송방식) 유료방송시장에서의 경쟁 제한 우려를 차단하고 소비자 선택권을 보호한다는 이유로 각 사에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시정조치가 부과된 조건부 승인이지만 각 사가 가장 우려했던 교차판매 금지 조항은 제외됐다. 인수가 끝나면 각 사는 인수합병한 회사의 제품을 자유롭게 교차로 판매할 수 있게 된다.

각 사는 공통적으로 부과된 시정조치 내용에 따라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8VSB 케이블TV 가입자 보호 (8VSB 및 디지털 케이블TV간 채널격차 완화, 8VSB 케이블TV 포함 결합상품 출시방안 수립․시행) ▲케이블TV의 전체 채널수 및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저가형 상품으로의 전환, 계약 연장 거절 금지 및 고가형 방송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 ▲모든 방송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과 디지털 전환 강요 금지 등의 조항에 따라야한다.

공정위의 승인을 받은 두 개의 건 모두 케이블TV와 IPTV사업자간 결합인 동시에 이동통신, 초고속인터넷 등 여러 시장에서 수평·수직·혼합형 결합이 발생하게 된다.

SK-티브로드가 결합하는 경우 지역독점적 성격의 디지털 케이블 TV 플랫폼과 IPTV 플랫폼을 동시에 보유하게 될 뿐만 아니라 이동통신영역, 초고속인터넷과 IPTV, 디지털케이블TV까지 포함하는 다양한 결합상품을 구성할 수 있게 된다. 유통망도 통합되면서 판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LG유플러스-CJ헬로의 결합에서 문제제기 됐던 알뜰폰 사업부에 대해선 LG유플러스의 논리가 인정됐다. 공정위는 최근 CJ헬로의 가입자수와 점유율이 감소 추세에 있고 알뜰폰 시장 자체의 경쟁력이 떨어지면서 CJ헬로의 독행기업성이 크게 약화됐다고 판단했다.

추후 방송통신위원회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승인절차가 남아있어 추가적인 시정조치가 부과될 가능성은 남아있는 상태다.

▲ M&A 이후 재편될 유료방송 시장. 출처=과학기술정통부

◇유료방송시장 어떻게 바뀔까?

유료방송시장의 경쟁구도는 기존 케이블TV SO와 IPTV에서 통신3사끼리의 경쟁으로 재편될 예정이다. 이번 승인으로 주요 케이블TV SO가 IPTV로 통합되면서 본격적인 통신 3사간의 경쟁구도로 전환됐다는 설명이다. 

한국투자증권은 "유료방송 시장은 현재 1강 4중 5약 체제에서 KT, LG유플러스, SK브로드밴드 등 3강체제로 재편될 것"이라면서 "통신 3사 계열에 포함되지 않는 CMB, 현대HCN 등 9개 개별 SO도 M&A 대열에 합류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이어 "KT는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 수의 3분의 1(33%)을 확보하지 못하게 한 유료방송 합산규제가 해결되지 못한 상태"라면서 "만약 KT가 딜라이브를 인수할 경우 KT의 유료방송시장 점유율은 37.4%로 상승한다"고 설명했다. KT는 위성TV와 케이블TV, IPTV를 포함하는 전체 유료방송시장에서 점유율 선두를 달리고 있다. 

이번 건이 마무리되면 유료방송시장 업계 1위인 KT는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의 강한 도전을 받게 된다. 현대차증권은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입장에서 이번 M&A와 지분취득을 통해 5G 환경으로 빠르게 재편되는 통신시장에서 매우 중요한 축인 미디어 플랫폼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규모의 경제를 통한 미디어 콘텐츠 소싱이나 홈쇼핑 수수료 협상과 해외 콘텐츠 업체들과의 대응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게 됐다"면서 "유무선 결합을 위한 잠재고객 확보 측면에서도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 LG유플러스의 연간 영업이익과 성장률 전망. 출처=LG유플러스, 하나금융투자

◇내년 통신 주가엔 어떤 영향 미칠까?

투자업계에서는 이번 인수건이 장기적으로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에 호재로 작용할 거란 의견이 다수다. 통신사들이 최근 미디어·콘텐츠를 포함한 비통신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하면서 수익모델을 다각화하는 가운데 5G와의 시너지도 기대되고 있어 실적 개선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정부 정책도 요금인하보다 5G 확대 장려책에 집중되고 있다. 본격 5G 개화기를 앞두고 통신주의 상승이 기대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료방송시장이 재편되면서 매출증가, 비용절감 등의 시너지가 예상된다"면서 "유료방송통합이 각 사의 손익 호전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선 경쟁 완화로 인한 비용 감소 측면이 있다. 경쟁 사업자 수가 3개(통신3사)로 줄고 결합판매가 확대되면서 각 사의 마케팅비용이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통신이 유료방송시장과 결합하면서 가입자 이탈과 가입자 유지 비용의 감소도 함께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통사들의 수익지표인 ARPU 상승 또한 기대되고 있다. 양 애널리스트는 "케이블TV 가입자가 IPTV 가입자로 바뀌면서 주문형비디오(VOD) 이용의 증가로 ARPU 상승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지난해 IPTV 가입자당 방송 수신료 매출액은 케이블 TV의 2.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도 내년 통신 주가를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김 애널리스트는 "10월 국감에서 드러났듯 현재 통신산업의 규제환경은 양호한 편"이라면서 막연히 규제 리스크를 걱정하는 투자자들의 우려는 과도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국에서도 통신요금인하 이슈보다 5G 확대에 따른 장려책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5G 요금제로 인한 이익 확대와 함께 5G 장려책이 집중되면서  2020년 실적 개선과 함께 EPS(Earnings Per Share, 주당순이익) 성장, 멀티플 할증 국면 전개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알뜰폰에 발목이 잡혔던 LG유플러스의 경우 공정위가 해당 부분을 문제 삼지 않았고 통신3사 중 무선수익비중이 높은 축에 속해 5G 확대에 따른 이익 개선 효과도 더 클 것이란 분석이다. 

한상웅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방송시장에서도 3위 사업자에 머물러 결합 상품 등의 효과가 타 통신사 대비 작았던 LG유플러스는 이번 인수를 통해 2위 사업자로 올라서게 되면서 중장기적으로 유료방송을 기반으로 한 무선 등에서의 점유율 확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