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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家 DNA에 새겨진 모빌리티 영혼 깨어난다정의선에서 정몽규까지 본격적인 날개짓 시작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글로벌 ICT 플랫폼 시대가 열리며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이 세상을 호령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일각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비즈니스의 연장선에 있는 온디맨드 시대가 구독경제의 이름으로 꿈틀거리는 중이다. 

핵심은 모빌리티에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해 자율주행차부터 스마트시티의 꿈을 실현하려는 많은 기업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구슬땀을 흘리며 미래를 개척하고 있다. 글로벌 모빌리티 업계의 강자로는 소프트뱅크와 손을 잡은 우버, 그리고 중국의 디디추싱, 동남아시아의 그랩이 꼽힌다.

국내에서도 다양한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카풀을 사실상 포기한 카카오 모빌리티는 이제 국내 최대 택시회사가 됐고 이제는 LG유플러스와 협력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카카오와 주식을 교환하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모빌리티 영역에 진출한 SK텔레콤은 티맵택시로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으며, SK그룹 전체가 모빌리티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KT는 카 인포테인먼트의 측면에서, 네이버는 스마트시티의 청사진을 그리며 비슷한 미래를 그리고 있다. 쏘카 VCNC 타다는 외로운 플랫폼 택시 전쟁을 치르고 있고 벅시는 물류와 만났으며 반반택시의 실험도 이어지는 중이다.

치열하게 전개되는 모빌리티 시장의 격전이 다양한 전장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는 가운데, 현대가 움직이고 있다. 현대는 대부분 신생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모빌리티 시장에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전혀 이상하고 어색한 일이 아니다. 현대家의 DNA에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모빌리티의 영혼이 꿈틀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영혼의 시선은 단순 제조업에서 땅, 이제는 하늘로 향하고 있다.

   
▲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가영 기자

HDC현산·미래에셋 컨소시엄, 아시아나 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우선협상대상자에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이 선정됐다.

아시아나항공의 대주주인 금호산업은 12일 오전 이사회를 열어 아시아나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HDC현대산업개발·미래에셋 컨소시엄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HDC컨소시엄은 2조4000억원대, 애경그룹 컨소시엄과 KCGI 컨소시엄은 2조원에 못미치는 인수가격을 각각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은 당일 오후 3시 기자회견을 열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국가 기간산업인 항공산업이 우리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부합한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정 회장의 모빌리티 발언이다. 그는 "본계약이 원활히 성사되도록 앞으로 최선을 다 할 계획"이라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은 앞으로 항공산업 뿐이 아닌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정 회장의 발언을 두고 '의미심장하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다. 건설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을 품어 모빌리티 그룹으로 도약한다는 논리를 두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건설사와 항공사의 만남이 어떻게 우버와 카카오 모빌리티 등이 활동하는 모빌리티 시장의 지향점이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은 현대의 역사에 있다.

   
▲ 포니 자동차가 보인다. 출처=갈무리

1940년, 그리고 2020년
1915년 강원도 통천군에서 태어난 그는, 지금의 초등학교에 해당되는 송전공립보통학교를 졸업한 후 고향에서 청년기를 보낸 후 무작정 가출해 서울 신당동의 쌀가게 '복흥상회(福興商會)'에서 일하게 된다. 

특유의 성실성을 인정받은 그는 3년 만에 자기의 쌀가게를 열었으나 이후 상점을 정리, 1940년 아도서비스라는 자동차 정비공장을 연다. 한국을 대표하는 전설의 경영인 정주영 회장과, 현대자동차의 시작이다.

청년 정주영은 아도서비스를 열어 순조로운 경영을 이어갔으나 불의의 화재, 이어진 일제의 기업정비령이라는 날벼락을 맞아 석탄운반업을 시작한다. 이어 해방이 되자 서울 중구 초동의 적산지를 불하받아 1946년 현대자동차공업사를 설립한다.

시간이 흘러 1967년, 정주영 회장의 셋째 동생인 정세영 회장이 현대자동차를 정식으로 설립한다. 그는 1957년부터 현대건설에서 일했으며 현대자동차를 설립해 사장을 맡으며 첫 자동차 코티나, 1974년 최초의 국산 모델 자동차인 현대 포니를 생산한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포니는 세계를 달리기 시작했고, 정세영 회장은 '포니정'이라는 별칭까지 얻는다.

'포니정' 정세영 회장의 장남이 바로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다. 정몽규 회장은 현대자동차에서 일하며 아버지 정세영 회장으로부터 경영수업을 받았으나 1999년 3월, 정주영 회장이 당시 장남인 정몽구 회장에게 경영권을 승계하기로 결정하자 아버지와 함께 현대산업개발로 옮겼다.

정몽규 HDC현대산업개발 회장이 자동차 산업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그런 이유로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모빌리티 그룹으로의 변신을 꾀하는 것도 자연스럽다는 평가다. 자동차에서 시작된 이동의 사용자 경험이 최근 모빌리티 혁신이라는 비전으로 수렴되는 상황에서, 정 회장은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자동차에서 땅, 이제는 하늘의 모빌리티라는 원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 1940년 아도서비스에서 시작된 꿈이, 80년이 흘러 내년인 2020년 하늘로 뻗어가는 셈이다.

   
▲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현대차

현대의 모빌리티, 미래의 모빌리티 될 수 있을까
현대의 모빌리티 전략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전유물만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포니정'의 역사가 깃들어 있는 현대자동차그룹이다.

현재 현대차는 모빌리티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2023년까지 6조4000억원을 투자해 모빌리티 업체로의 극적인 변신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의선 수석 부회장은 지난해 9월 3대 전략 방향으로 Clean Mobility(친환경 이동성)와 Freedom in Mobility(이동의 자유로움), Connected Mobility(연결된 이동성)를 제시한 바 있다. 사실상 모빌리티의 모든 것을 차지하겠다는 의지다.

모빌리티 업체로의 변신의지는 강력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 당장 현대기아차는 지난해 1월 싱가포르의 그랩에 300억원을 투자했고 그해 7월에는 메쉬코리아에 225억원, 중국 임모터에 60억원을 투자했다. 이어 8월에는 인도 레브에 150억원을, 11월에는 싱가포르 그랩에 추가로 3033억원을 투자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올해 3월에는 인도의 올라에 약 3700억원을, 4월에는 코드42에 20억원을 투자했다. 7월에는 KST모빌리티에 50억원을 연이어 투자했다.

최근에는 미국의 자율주행차 전문 기업인 앱티브와 만났다. 조인트 벤처를 설립하는 것이 골자며, 미래 모빌리티 혁신을 주도하고 인간중심에 기반하는 완벽한 ‘이동의 자유(Freedom in Mobility)’를 실현해 고객가치를 높이겠다는 공동의 목표를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번 협력은 인류의 삶과 경험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자율주행기술 상용화를 목표로, 함께 전진해나가는 중대한 여정이 될 것”이라며 “자율주행 분야 최고 기술력을 보유한 앱티브와 현대차그룹의 역량이 결합된다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해 글로벌 자율주행 생태계를 선도해 나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기아자동차와 SK, LG, CJ는 기술 모빌리티 기업인 코드42에 총 300억원을 전격 투자하기도 했다. 기아자동차가 150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를 바탕으로 국내에도 대형 모빌리티 기술 스타트업이 탄생하게 됐다.

현대해상도 있다. 현대해상은 11일 현대차와 협력한 코드42와 함께 미래 모빌리티 산업 및 관련 리스크 관리 방안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으로 급속도로 성장하는 모빌리티 환경에서 데이터 기반의 모빌리티 특화 보험상품과 보험가입 프로세스 혁신 방안 연구·개발에 함께한다는 방침이다.

   
▲ 현대해상과 코드42가 만나고 있다. 출처=현대해상

약점은 있다
현대의 모빌리티 사랑은 일사분란한 것이 아니다. 현대라는 기업이 하나의 뿌리에서 시작됐으나 현재 각자의 경영은 분리되어 있다고 봐야하기 때문이다. 다만 범 현대가의 모빌리티 사랑은 전체 시장으로 봐도 고무적인 현상이다. 당장 모빌리티 시장의 대중화와 확장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HDC현대산업개발과 현대자동차의 묘한 인연을 고려하면, 흥미진진한 '각자의 방식'은 벌써부터 업계의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약점도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경우 구체적인 모빌리티 전략을 보여줄 동력이 아직은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구체적인 모빌리티 청사진을 그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정설이다. 아직은 자동차에서 시작된 염원이 항공기의 하늘로 이어지는 단계일 뿐, 모빌리티 전략을 단행할 수 있을 정도의 액션플랜은 없다는 말이 나온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이제 모빌리티에 대한 꿈을 꾸기 시작했다고 보면 된다"며 "기대를 갖고 우리의 모빌리티 전략을 기다려 달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제조에서 플랫폼 비즈니스로의 전환을 시도하고 있으나, 역시 온디맨드 플랫폼 등을 운영하는 ICT 본능이 약하다. 택시업계가 카카오 모빌리티 등 ICT 기업과 만나 모빌리티 혁명을 꾀하는 수준까지 왔기 때문에 현대차의 주고객인 기존 산업의 '반작용'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으나, 온라인 기반의 플랫폼 비즈니스 역량이 부족하다는 평가다.

물론 현대차는 구독경제 기반의 차량공유 플랫폼을 가동하는 등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조직문화 전반을 유연하게 가다듬으려는 시도는 보인다. 다만 플랫폼 비즈니스를 완전히 체화하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어 공격적인 모빌리티 전략이 가동되고 있으나 수소차부터 자율주행, 그 외 기술 전반에 대한 전선이 지나치게 넓다는 지적도 나오고 기술 시너지 측면에서 대단위 플랫폼을 함께 조성할 수 있는 더 강력한 우군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11.12  18:0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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