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금융당국이 건강관리 성과에 따라 보험료 혜택을 주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확대하기 위해 관련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보험사 헬스케어 시장이 활성화하기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르면 내년부터 만보기‧혈당측정기 등 건강관리 기기를 보험사가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될 전망이나, 의료법‧신용정보법 등 근본적인 법제도가 개편되지 않을시 단순 서비스‧마케팅 전략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 건강관리 기기…마케팅‧서비스 차원

13일 한 보험사 관계자는 “만보기 등 보험사들이 제공할 수 있는 건강관리 기기는 단순 고객 관리나 마케팅적인 측면으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며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이 더욱 개발‧활성화 되려면 의료법 등의 제도 개정부터 우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웨어러블 기기를 어느 정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측면이다. 다만, 만보기 등 일상생활에서 흔히 쓰이는 정도의 건강관리 기기는 스마트폰으로도 웬만큼 가능해 이번 규제 완화가 보험사나 고객에게 큰 메리트로 다가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7월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판매 가이드라인 개정을 예고 한 바 있다. 이에 내년부터 만보기, 혈당측정기, 구강 세균 측정기 같은 건강관리 기기를 보험사들이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됐다. 3만원 이하의 건강관리 기기만 제공 가능하던 제한이 약 10만원으로 확대된 것이다. 그간 건강관리 기기는 ‘특별이익의 제공’으로 현행법상 고객에게 제공이 금지돼 있어 외주형태로만 서비스가 이뤄져 왔다.

건강증진형 보험이란 건강관리 노력‧성과에 따라 보험료 혜택을 주는 상품이다. 걷기‧금연‧혈당체크 등 목표 달성시 포인트 제공 및 보험료 할인 등이 주어진다. 보험사는 우량 고객을 유치할 수 있고 가입자는 건강관리를 할 수 있어 윈윈 상품이라는 평가다. 

◇ 불명확한 법적 규제 해결돼야

그러나 국내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은 해외에 비해 개발이 더디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불명확한 법제도가 헬스케어 활성화를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번 금융당국 정책에 건강관리 기기 제공이 확대될 전망에도 보험사들이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다.

의료법 27조에는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있다. 의료법상 의료인이 아닌 자는 의료행위를 할 수 없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형사처벌 대상이다. 건강관리서비스의 의료행위 해당 여부는 판례가 축적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새로운 서비스 출시를 원하는 사업자는 의료법 위반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이렇다보니 위법을 우려한 보험사들이 건강증진형 상품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 출처=보험연구원

보험사가 서비스 제공을 위해 수집하는 피보험자 등의 건강 관련 정보가 신용정보법상 질병정보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는 소정의 고지사항을 밝히고 별도 동의를 받으면 되나, 신용정보법상 질병정보는 보험사가 '보험업' 외의 목적으로는 이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양승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와 마찬가지로 유권해석 절차 등을 통해 개별 사안의 법적 위험은 신속하게 해소하고, 사례 축적을 통한 규제 개선 사항 발굴 및 판단지침 보완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보험사 건강관리 기기 제공이 헬스케어 활성화의 물꼬를 틀 것이란 전망도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보험이 아픈 사람에게만 혜택을 주는 기조였다. 하지만 이런 흐름이 지속되다보니 의료비 지출이 너무 심해, 예방 측면으로 정책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보험사들의 건강증진 웨어러블 기기라고 볼 수 있다. 이는 정부는 물론 보험사 입장에서도 의료비 절감 효과가 뛰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계기로 헬스케어 확대 속도도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