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CEO가 논란이 발생한 이슈에 대해 설명하거나 해명하는 일들이 늘고 있습니다. 대형 이슈인 경우 기자회견을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해명하기도 하고 언론에 보도자료를 배포하거나 온라인 채널을 통해 본인과 기업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표명하기도 합니다.

이때 해명 커뮤니케이션이 오히려 더 큰 이슈를 만들거나 대중의 공분을 증폭시키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최근에는 모 예비역 대장이 1시간에 걸친 기자회견을 통해 그간 이슈에 대해 해명하면서 대중의 뇌리에 남긴 것은 삼청교육대 발언밖에 없어 논란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경우 무엇이 문제인지 상황인식 실패와 커뮤니케이션 실패로 나눠서 살펴보겠습니다.

상황인식 실패의 첫 번째 원인은 CEO 자신을 외부와 단절시키고 독단적으로 고민하고 결정하는 데 있습니다. 어차피 본인의 결정이고 본인이 이겨 나가야 할 일이라 결심하고 장고를 거듭하지만 스스로 상황을 본인 중심에서 바라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만들게 됩니다. 자신은 신념이라 이야기하지만 외부 이해관계자는 아집과 고집으로 이해하게 되는 경우가 이런 케이스입니다. 이슈에 대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말을 모두 따르면서 흔들리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최소한 이해관계자와의 눈높이는 맞춰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두 번째, CEO가 홀로 있지 않고 주변에 다양한 사람과 함께 있지만 CEO에게 유리한 상황만을 전달하는 가신(家臣)에 둘러싸인 경우입니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의도적으로 반대 입장을 취하면서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하는 이른바 '악마의 변호인(devil's advocate)'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더불어 CEO에게 직언하는 그룹인 '레드팀(Red Team)' 운용에 대한 논의도 다양한 기업에서 활발히 진행되고 있습니다. 레드팀 전문가이자 《레드팀》의 저자인 마이카 젠코가 말한 "자신의 숙제에 대해 스스로 채점하지 마라"라는 이야기는 기업 CEO들에게 이슈 발생 시 객관적 상황인식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시사점을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 번째, 다양한 사람을 통해 전달받는 다양한 상황 정보에 대해 사실과 의견, 사실과 주장을 구분하지 못한 경우입니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오히려 정보 전달자의 목적과 의도가 담긴 의견과 주장만을 사실로 판단하게 됩니다. 위기 발생 시 정확한 상황인식을 위해선 테이블에 올려진 정보 보고에서 주관적 용어와 객관적 용어를 구분하고 비판적 사고를 통해 사실을 따져보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네 번째, 본인만 알고 이해하는 맥락에 집중하는 경우입니다. 알기 힘든 주관적 맥락에만 집중하다 보니 말은 길어지고 인과관계가 복잡해집니다. 그러다 보니 결국 논리적인 해명으로 들리지 않고 장황한 변명처럼 들리게 됩니다. 나아가 특정 계층만이 이해할 수 있는 맥락 속에서만 사실 관계를 판단하게 되어 본인은 상식이라 판단했던 사안을 대중들은 비상식, 몰상식이라 비난하는 상황도 발생합니다. 대중은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맥락 하에서 진행된 결과가 더 중요합니다.

상황인식을 잘 했다고 해도 커뮤니케이션 실패로 이어지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실패는 첫 번째, 오직 달성해야 하는, 쟁취해야 하는 목표에만 집중할 때 발생합니다. 목표에만 집중하면 강하게 단정하고 무리하게 확약하는 성급한 커뮤니케이션이 진행됩니다. 이후 이 발언들이 부메랑이 되어 본인의 발목을 잡는 일들이 발생합니다.

두 번째, 극도의 자기애 즉, 나르시시즘 과잉으로 반사회적인 불편한 표현들이 가중되는 경우입니다. 균형 감각을 상실한 채 거만하고 공감이 결여된 커뮤니케이션이 자행되는 경우는 대부분 나르시시즘 과잉에 기인합니다. 이때 부끄러움을 모르게 되고 쉽게 타인의 경계를 넘어섭니다. 본인은 굉장히 훌륭한 사람이며 자신의 중요성만이 강조되고 세상은 자신만이 바꿀 수 있다는 소영웅주의도 발현됩니다. CEO가 자신을 포장하는 것이 어렵지 않은 SNS 커뮤니케이션에 몰두하다 보면 나르시시즘이 강해지면서 사소한 댓글에도 분노하는 경우도 쉽게 발생합니다.

세 번째,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이 아니라 본인이 하고 싶은 말만 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정작 꼭 해야 할 말(핵심 메시지)은 못한 상황입니다. 대다수 사람들의 커뮤니케이션은 하고 싶은 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그것이 더 편하기 때문입니다. CEO의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준비 중 하나는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말과 본인이 꼭 해야 할 말을 맞춰 보는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내가 대중에게 자유롭게 하고 싶은 말과 내가 꼭 해야 할 말에는 괴리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이 차이를 대중이 듣고 싶어 하는 말로 메우면서 최소화하는 것이 성공적인 커뮤니케이션을 만듭니다.

네 번째, 부적절한 사례와 비유를 조심해야 합니다. 보통의 커뮤니케이션 가이드라인에서 비유는 양날의 검이라 일컫습니다. 성공적인 비유는 대중의 이해도를 높이지만 실패한 비유는 화를 자초하게 됩니다. 그래서 비유나 사례를 들어 커뮤니케이션을 하고자 할 땐 적시성, 적정성, 적절성을 반드시 따져봐야 합니다. 우리가 흔히 "이런 사례가 적절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비유가 맞는지 모르겠지만…"이라고 시작되는 말들은 다 문제가 소지가 있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 판단하고 멈춰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확한 상황인식을 바탕으로 논리적이고 전략적인 커뮤니케이션 계획이 수립되었다면 이후 충분한 연습을 해야 합니다. 기자들과 커뮤니케이션, 여러 이해관계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온라인에서 텍스트 커뮤니케이션 모두 연습을 통해 실수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연습을 한 CEO와 연습을 하지 않는 CEO는 실제 커뮤니케이션 현장에서 매번 큰 결과의 차이를 보입니다. 성공적 해명 커뮤니케이션 준비를 위한 학습(學習)은 학(學)과 습(習)이 모두 끝났을 때 완성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