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강민성 기자] 연간 1%대 수익률로 ‘쥐꼬리수익률’이라는 비판에 은행권이 퇴직연금 수수료와 운용조직을 전면 개편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최근 신규 고객 유치를 위해 중소기업에 수수료를 인하해 가입부담을 줄여주는가 하면 청년 고객층에 추가할인이 제공되고 있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2005년에 도입한 퇴직연금 시장이 매년 커지면서 올 상반기 적립금이 200조원에 도달했다. 하지만 저금리에 따라 퇴직연금 수익률도 지속적으로 하락해 퇴직연금 전반을 다시 개편하고 있다. 특히 시중은행의 수수료인하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 사진=이코노믹리뷰DB

◇ 국민은행, 은행권 최초 개인형IRP→연금 전환시 수수료 ‘0’

국민은행은 금융권 최초로 은퇴 이후 개인형IRP에 입금된 퇴직급여를 연금으로 수령할 경우에는 운용관리수수료를 전액 면제해준다. 또한 근로자가 확정급여형(DB)과 확정기여형(DC)에 퇴직연금에 가입했다가 퇴직후 개인형IRP 계좌로 퇴직금을 지급받으면 수수료를 소급해 할인해준다.

할인율은 △2년차부터 10% △3년차 12% △4~5년차 15% △6~7년차 18% △8년차 이상은 20% 각각 할인된다. 운용관리수수료를 제외한 8년이상 장기계약(80%)에 대한 자산관리수수료는 20% 적용된다. 예를 들어 은퇴자 김모씨가 10년 전 회사에 재직하면서 DB(DC포함)형 퇴직연금을 적립한 경우를 가정해보자. 김씨가 10월 말에 퇴직하면서 퇴직금 전액을 IRP계좌로 전환한 후 연금으로 수령한다면 김씨가 적용 받는 소급 계약기간과 소급한 장기계약 할인율은 계약 연수를 10년으로 소급 인정받아 운용관리수수료와 자산관리수수료에 대한 장기계약할인율 20%를 적용받는다.

◇ 국민은행, 청년나이 39세로 확대…시중은행은 ‘34세’

국민은행의 퇴직연금이 타 은행 대비 차별화 된 점은 개인형IRP를 연금수령할 경우 수수료 면제와 청년가입 나이다. 타 은행에서 청년 고객을 34세로 보지만 국민은행은 39세로 늘렸다.

국민은행은 “개인형IRP계약시점에 만39세 이하인 청년고객은 운용관리수수료를 평생 20% 할인해준다”고 밝혔다. 이어 “할인율은 퇴직연금에 가입한 날부터 소급을 해서 다시 장기할인해 계약 경과연수를 계산하는 것”이라며 “수수료 할인을 통해 수익률을 제고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이밖에도 중소기업 부담경감을 위해 사회적기업 등에 수수료를 감면하기로 했고, 손실발생의 경우 수수료를 면제해주기로 결정했다. 특이점은 타 은행은 손실이 발생할 경우 펀드로 운용된 적립금에 한해 수수료를 면제해주지만 국민은행은 전체 적립금을 면제하기로 했다.

노후준비·세액공제 혜택 등을 위해 은퇴전에 가입한 개인형IRP도 수수료 면제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국민은행 측은 “손실 발생시 수수료 면제는 개인형IRP에 적용되며 누적 수익이 0 이하인 경우는 개인형IRP의 운용상품 종류(펀드,정기예금)에 관계없이 전체 수수료를 면제한다”고 밝혔다.

◇ 신한·우리·하나銀, 수수료 개편 방식은?

국민은행의 퇴직연금 수수료 개편은 타사보다 다소 늦은 시도지만 파격적인 행보로 보인다.

앞서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은 올 하반기부터 퇴직연금 수수료를 인하를 진행했다. 

신한은행의 IRP가입자 수수료 개편 주요 내용은 △ 계약일 당일 누적수익이 0이하인 고객에 당해연도 수수료 면제 △ 청년우대(만34세 이하)에 대한 운용관리 수수료 20% 감면 △10년이상 장기 가입시 운용·자산관리 수수료 최대 30% 감면 △개인형 IRP를 연금방식으로 수령할 경우 수수료 30%감면(만 34세이하, 10년 이상 가입후 연금수령시 최대 70% 감면) 등이다. 또한 DB형 DC형의 경우 사회적기업의 퇴직연금 운용과 자산관리 수수료를 50% 감면해주고 표준형 DC운용관리 수수료도 일괄 0.1%인하해준다. 마지막으로 30억원 미만 운용관리수수료도 0.02~0.1% 인하해주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7일 수수료를 인하했다. 사회적경제기업, 사회복지법인, 아이돌봄서비스, 어린이집 등에 최대 50% 감면하고 사회초년생, 연금수령고객 등 개인고객에게 최대 70% 수수료를 인하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KEB하나은행은 사회초년생 시절부터 연금자산을 준비하는 손님들을 위해 개인형퇴직연금(IRP)의 만 19세부터 34세 가입 고객에게 수수료를 70% 인하했고, 만 55세 이후 일시금이 아닌 연금으로 수령자에게 수수료를 최대 80%까지 인하했다. 현재 하나은행은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인 경우 그 해 청구된 수수료 자체를 일괄 면제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 시중은행, 고객 수익률 높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

주요 시중은행들은 수수료 개편과 함께 퇴직연금 운용 방식도 바꾸고 있다. 우리은행은 ‘포괄적운용지시’를 도입했다. 포괄적운용지시는 미리 지정한 운용방법에 따라 만기시점에 고객이 선택한 상품군내 최적의 상품으로 자동 운용지시되는 방법이다. 우리은행과 비슷한 방식으로 신한은행은 ‘쏠리치 퇴직연금자산관리’를 도입했다. 로보어드바이저 알고리즘 통한 개인 맞춤형 자산관리로 퇴직연금 관리해주는 방식이다. 신한은행 측은 “펀드상품, 자산배분 비중의 쏠림도 등 고객이 보유한 상품현황을 매일 진단하고 최적의 모델 포트폴리오 추천 및 사후관리까지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국민은행은 ‘연금 케이봇’ 서비스를 통해 AI기반 딥러닝 기술로 포트폴리오를 추천해주고 있다. 향후 국민은행은 ‘퇴직연금 전담고객 관리제도’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하나연금통합포털’을 만들어 은퇴설계와 관련한 다양한 정보를 소비자가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퇴직연금은 다양한 금융상품에 가입할 수 있지만 고객 원금이 손실나면 안되기 때문에 보수적으로 운영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한 면에서 은행 가입 수요가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권의 퇴직연금운용은 수익률을 제고하는 것이 가장 큰 숙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