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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동진 칼럼 : CEO만 보세요] 완벽한 척 하지 말아야
   

“아빠, 탄핵이 뭐야?”

“으응, 보통 사람들은 잘못하면 경찰이나 검사가 잡아가고 판사가 재판해서 벌을 받는데, 경찰, 검사, 판사 보다 훨씬 더 높은 사람이 잘못할 때는 함부로 잡아가거나 벌을 줄 수가 없잖아. 하지만 높은 사람이라도 큰 잘못을 하면 당연히 벌을 받아야겠지? 그럴 때 사용하는 말이야.”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일상 생활에서 툭툭 던지는 질문도 대답하기 까다로운 것들이 많아졌다. 다 커가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흐뭇하지만, 가끔씩은 알면서도 쉽게 설명할 수 없는 것들도 있고, 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설명하려니 개념이 쉬이 정리되지 않아 말문이 막히는 경우도 있다.

초등학생인 아들에게는 슈퍼맨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은 이 세상 아빠의 공통점일 것이다. 뭐든 궁금한 것은 척척 대답해 주고, 어려운 일도 해결해 주는 똑똑하고 힘센 아빠로 말이다. 초등학교 저학년일 경우에는 어느 정도 가능했다. 그때의 아이들이야 질문하는 내용이 아주 단순하고 가벼운 것들일 뿐이고, 그 아이들에게 힘이 세어 보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다.

 

말로만 기본과 원칙을 앞세워서는 안돼

현명한 사람들은 오르내림에 관계없이 기본 원칙을 늘 지킨다. 반면 경솔한 사람들은 감정적으로 반응하여 상황이 좋을 때는 일에 뛰어들지만, 반대로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기 마련이다. 그간의 오랜 사회 경험을 토대로 어떤 상황에 처하든지 간에 나는 정공법으로 대처하고 기본과 원칙에 입각해서 행하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행하는 것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한 세월을 호령하며 떵떵거리는 위치에 있던 기업이 호기롭게 해외 투자를 진행했는데,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어찌할 줄을 몰라서 선배들을 찾아 다니며, 이런 초대형 악재를 피하기 위한 묘책이 없을까 하는 방법을 구하던 중에도 ‘원칙에 입각해서 정공법으로 나가라’는 답이 최선책이었다.

이제 이런 고생은 좀 그만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가지고 있던 그런 상황에서도 어김없이 경기 불황의 여파는 내가 속한 조직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쳤고, 가는 곳마다 늘 위기의 연속 상황이 펼쳐졌다. 내가 긴급하게 어디론가 불려 간다는 것은 필시 뭔가 좋지 않은 상황이 벌어졌다는 얘기였다. 좋은 일이 생겼을 때에 나를 급하게 찾는 일은 없었다. 때문에 어디선가 나를 급하고 애타게 찾는다는 것은 어려움이 닥친다는 것과 동일했다. 그럴 때마다 강요당한 것은 어떻게든 그 어려움의 태풍을 지나갈 수 있는 요행과 묘책이었으나 사실 그런 것을 택하는 것은 더 큰 화를 부르는 일이었다.

번번히 짧게 그리고 한 방에 빠져나갈 수 있는 것을 원하는 사람 앞에서 ‘그렇게 하면 안 됩니다!’고 맞서며 애써 힘들고 어려운 길로 돌아 가자고 했다. 그래야 나중에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런 나를 보고는 매번 ‘전문가라는 사람이 맨날 생각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하자는 의견뿐인가’ 하는 눈치였다. ‘그런 것은 나도 알겠다’며 내가 내놓는 대답을 탐탁지 않게 받아들인 적도 많았지만, 섣부른 술수는 화를 부를 뿐이라며 고생을 자처해 나가곤 했다. 그런 일에는 늘 시간과 노력이 요구됐다.

덕분에 리스크가 클수록 외부로부터의 공격이 아니라 내부의 균열이 더 힘들게 했던 기억이 많다. 몸이건 조직이건 상처는 하루아침에도 생길 수 있지만, 그 상처가 곪지 않고 제대로 치유되기 위해서는 시간과 노력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한 순간에 생긴 상처를 한 순간에 원래 상태로 되돌릴 수는 절대 없다. 피부에 상처가 생긴 것을 한 순간에 나은 것처럼 보이기 위해 겉만 기워버린다면 내부가 곪아 더 큰 상처가 될 수도 있다. 때문에 매번 그렇게 시간과 공을 들이는 몫은 오로지 내게로 몰리고, 상처는 여러 곳에 중첩이 되기 때문에 주위로부터의 곱지 않은 시선을 감내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커뮤니케이터의 운명이기도 했다.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결코 상처를 겉만 잘 기워내는 사람들이 아니다. 크고 작은 상처에 있어서 처리해야 할 방법을 원론적으로 강구하여 속에서부터 소독하고 치료하여 겉과 속이 제대로 아물게 하는 것이 전문가다.

 

‘난 완벽한데 시장이 문제라고?!!’

성공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가치 있는 것은 무엇이든 시간이 걸리기 마련이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역경, 실패, 거절, 장애물을 뛰어 넘어 계속 나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은 다름 아닌 열정과 투지다. 그게 완벽에 가까운 방향으로 나아가는 길이다. 누구나 열정의 불꽃은 피우는데, 성공하는 사람은 따로 있다. 그 이유는 열정의 불꽃을 피우는 데에는 웬 만큼의 계기면 되지만 그 열정의 불꽃을 지속시키는 데에는, 불꽃을 피우는 것 보다 몇 배의 힘이 든다.

예전에 근무했던 직장은 소위 기적이라는 것이 몇 번 정도 겹쳐져서 그야말로 세계적으로도 알아 줘야 하는 제품이었다. 40년 전에 공동 사무실에서 책상 하나 전화 하나 팩스 한대로 시작한 사업이었고, 공장을 짓기 시작하면서 중간에 대출 조건이 달라져서 두어 번이나 자살을 생각할 정도로 막막했지만 우연히 기적적인 몇 번의 일이 겹치면서 그 뒤론 성장가도를 달렸다. 첫 매출이 발생되고 그 다음 매출로 연결되고 그렇게 회사는 조금씩 성장을 해왔고, 그 뒤에도 성장은 지속되었다. 하지만 그 뒤로는 증자나 기업인수 합병 등으로 겉은 성장하는 듯 보여도 속은 허약해져만 갔다. 그렇게 우수한 제품을 공급함에도 불구하고 시장 점유율은 오히려 깎여 나갔다.

처음에 어려움을 딛고 성장할 수 있었던 힘은 철저한 기본과 원칙의 준수였다. 먹고 살기도 힘든 시절이었지만, 해외 선진 사업장에서 그저 하나라도 제대로 배우기 위해 노력했고, 그들이 주문하는 대로 원칙적인 꼼꼼함을 그대로 답습해 규모는 작아도 거의 완벽한 사업장을 설립했다. 그런 곳에서 나온 제품이니 당연히 경쟁사들이 긴장할 수 밖에 없었다. 거기에 우연히 해외의 대형 기업과의 기술지원과 함께 브랜드의 사용도 가능해져 있었지만, 어느 정도 시장을 파고든 뒤로는 전혀 점유율을 올리지 못하고 있었다.

문제는 후발 주자라서 이미 다른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을 빼앗아야 하는 점이었는데, 고객에 대한 첫 번째 접촉부터 문제가 생기고 있었다. ‘우리 제품이 더 우월하고 가격에서도 경쟁력 있으니 당신은 당연히 기존에 사용하던 제품을 우리 제품으로 바꿔야 한다.’ 처음 시장 접근 시각 자체가 달랐다. 하지만 영업맨들에게는 그런 것이 정답이 될 순 없었다. 어떤 이유에서든 한 기업이 사용하는 제품을 중간에 바꾸게 하는 데에는 그 보다 훨씬 많은 노력과 시간이 동원되어야 했다. 무엇보다도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 기업들 쪽에서는 이미 수많은 데이터를 쌓아 놓고 쓰고 있는 기존의 제품을 애써 새로운 제품으로 바꿔서 새로운 고생을 자처해 나가려는 의지가 없었다.

조바심이 난 CEO는 시도 때도 없이 시장을 질책하고 나섰다. 언론과 인터뷰가 있을 때나 사내외 연설에서도 시장이 멍청하다는 질타를 쏟아내기 시작했다. “더 싸고 더 우수한 제품인데도 이를 외면한다는 것은 시장이 문제다”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우리는 잘 하고 있고 우리 제품은 우수한데도 잘 팔리지 않는 것은 결국 그 제품을 구매하는 고객이 멍청해서 그렇다는 것이었다. 그도 저도 아니면 기존 업체들의 얄팍한 꾀임에 넘어갔거나 뭔가 모를 비리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약점을 인정하는 것이 약점 극복의 첫걸음

미국 컬럼비아대 로렌스 피터 교수가 1969년 발표한 ‘피터의 법칙’이라는 것이 있다. 그는 ‘수직적인 계층조직 내에서는 모든 직원이 경쟁력 없는 직책으로 승진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래서 결국 ‘많은 직책이 그 역할에 맞지 않는 직원들로 채워지는 경향이 있으며, 결과적으로 직무수행 능력이 부족한 직원들이 맞지 않는 직책을 담당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다시 말하자면 조직의 상위 직급은 무능한 인물로 채워질 수밖에 없다는 이론으로 유능한 사람을 승진시키다 보면 나중에는 일을 감당할 수 없는 위치에까지 승진을 시켜 결국은 무능한 지경에 까지 이르게 된다. 이렇게 무능한 사람도 높은 직위로 신분 보장이 되면 그 자리에 계속 머물게 된다. 마치 전지전능한 능력이라도 갖춘 사람처럼 보이지만 특정 몇몇 분야를 빼고는 그도 역시 문외한일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결재를 해 달라고 하고 판단을 내려 달라고 하니 아는 척을 할 수 밖에 없다.

약점을 인정하는 것은 약점에 항복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을 극복하는 첫걸음이다. 때문에 느끼는 고통은 자질을 시험하고, 어려움을 극복했을 때 보상을 얻는 ‘성장통’과 같다는 생각으로 접근해야 한다. 완벽한 체 하는 것이 방법이 될 수는 없다. 초등학생에게 엉터리 답변으로 넘어가면, 당신의 아이는 어쩌면 엉터리 지식으로 평생을 보낼 수도 있다.

구동진 칼럼니스트·홍보인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11.21  17:5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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