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중국의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가 주도하는 연중 최대 규모의 쇼핑 축제인 광군제(11월 11일)가 행사 시작 1시간 만에 매출 912억위안(약 15조1000억원) 돌파하며 새로운 기록을 세우고 있다. 광군제는 미국의 쇼핑 축제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먼데이를 합친 매출 규모를 넘어섰다. 그렇기에 시간당 매출은 매년 광군제의 가장 큰 이슈다. 그러나 광군제의 성과는 단순히 매출 규모가 다가 아니다. 여기에는 더 큰 의미가 부여돼야 하는 ‘무엇인가’가 있다. 

출발은 ‘불안’

중국 이커머스 기업 알리바바의 주도로 지난 2009년 열린 첫 회 광군제 행사의 총 거래액은 5200만위안(약 86억4916만원)이었다. 중국의 수많은 온라인 기업들이 으레 실시하는 할인행사들 중 하나로 시작된 광군제는 이후 현지의 폭발적인 반응에 힘입어 점점 그 거래액 규모가 커진다. 알리바바의 집계에 따르면 광군제는 2012년의 거래액은 최초로 100억위안을 돌파(191억위안)했고, 그로부터 4년 뒤인 2016년에는 1000억위안을 돌파(1682억위안)했고 11월 11일 0시 광군제 시작 후 1시간이 경과한 시점 기준 2135억위안(53조7777억원)을 기록한 지난해의 기록은 올해 912억위안(약 15조1000억원)으로 깨졌다. 현재까지 추이대로라면 올해의 총 거래액은 지난해 거래액을 넘어서며 신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이처럼 매년 드러나는 숫자로 그 성과를 알리는 광군제지만, 올해 광군제 이전 중국 소비 시장의 분위기는 사실 그렇게 좋지는 않았다. 지난 약 16개월 동안 완벽하게 결론이 나지 않은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외교·무역 긴장관계의 영향을 받는 중국의 내수 경기침체와 더불어 미국 혹은 미국과 우방 관계를 유지하는 국가에서 광군제 기간 발생하는 소비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알리바바의 놀라운 성장을 이룬 창업자 마윈(馬雲) 회장이 지난 9월 공식적으로 경영에서 물러난 이후 첫 광군제라는 변화도 올해 광군제에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작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로벌 전문가들의 분석도 있었다.

대응 전략 

일련의 불안요소들을 알고 있는 알리바바는 여러 방법을 통해 성장세 둔화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요소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했다. 우선 알리바바는 중국 내수의 축제가 아닌 전 세계 소비자들의 축제라는 점을 강조하는 마케팅을 펼쳤다. 알리바바는 자사의 글로벌 쇼핑몰 채널 티몰에서 미국의 탑 클래스 뮤지션 카니예 웨스트(Kanye West)의 아내이자 헐리웃 스타인 킴 카다시안(Kimberly Noel Kardashian)의 코스메틱 브랜드 ‘KKW’의 향수 제품 판매를 온라인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홍보하고 판매했다. 10일 전야제 행사에서는 미국의 인기 뮤지션 테일러 스위프트(Taylor Swift)의 공연 등 다양한 행사로 전 세계 소비자들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알리바바는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한 홍보 마케팅과 더불어 유통 채널 확장을 통한 글로벌 고객 확장에도 나섰다. 올해 광군제는 기존 알리바바의 메인 채널인 티몰·타오바오에 알리익스프레스, 라자다 등 글로벌 온라인 플랫폼까지 광군제 이벤트를 확장했다. 매년 천문학적 숫자로 나타나는 광군제의 성과를 만드는 대응 전략은 마케팅 강화, 채널 확장과 더불어 한 가지 중요한 요소가 더 있다. 바로 전 세계에서 쏟아지는 수십억 건의 주문을 감당할 수 있는 ‘체계’다. 

수요를 '견뎌내는' 기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2018년 광군제 행사가 진행된 24시간 동안 알리바바는 전 세계 230여개 국가에서 쏟아져 나오는 주문 약 10억4200억건을 감당해냈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것은 알리바바가 그 내용이나 기술 수준을 자세하게 공개하지 않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기술이다. 알리바바는 로봇 기술이 접목된 물류 시스템 운영 부문에서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선 기업이기도 하다.  

▲ 알리바바의 스마트 물류로 운영되고 있는 로봇 기술 현황. 출처= KOTRA

인공지능 등 첨단기술 활용에 대한 알리바바의 깊은 관심은 과거 마윈 회장의 여러 발언에서도 잘 드러난다. 마윈 회장은 2017년 알리바바의 컴퓨팅 기술 콘퍼런스에서 “사람들은 알리바바의 기술 혁신을 간과하고 있다”면서 “인공지능이 가진 큰 가능성을 전자상거래에 접목시키기 위해 알리바바는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150억달러(약 17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련의 사실들은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에게도 시사하는 것이 있다. 알리바바의 광군제가 늘 보여주는 숫자로 보이는 성과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를 이끌어내는 전략 마케팅과 첨단 기술이 도입되는 인프라의 활용이라는 점이다. 

인천대학교 동북아불류대학원 송상화 교수는 “매년 광군제에서 국내 이커머스 업체들이 주목해야 할 것은 단순히 매출이나 거래액의 규모가 얼마였는가가 아닌 10억명이 넘는 내수 수요와 더불어 수십억 글로벌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알리바바의 경쟁력”이라면서 “국경의 의미가 점점 사라지고 있는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에서 해외 업체들의 영역 확장에 맞설 수 있는 국내 기업들만의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