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최근 만난 한 유력 유가공업체 관계자는 매일 흰 우유 200㎖ 1팩씩 구독 이용 한단 말에 사뭇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요즘 일반 가정에서 흰 우유만 신청해 매일 받아먹는 고객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의미다.

흰 우유는 과거 한국전쟁 등을 거친 뒤 경제적으로 황폐해진 우리 나라의 국민에게 요긴한 영양원이었다. 이후 우리나라 국민 소득이 급격히 늘어나고 요식업계가 발전함에 따라 흰 우유를 대신할 수 있는 음식이나 건강기능식품 등이 쏟아져 나왔다. 출산율도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시대상이 변화하며 흰 우유 소비량은 줄고 있다.

낙농진흥회에 따르면 한국인 1인당 흰 우유(백색 시유) 소비량은 2018년 27.0㎏으로 집계됐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0년 이후 1997년 최고치인 31.5㎏을 기록했지만 이후 등락폭을 보이다 현 수준에 머물렀다.

최근 유가공업계에서 꾸준히 “흰 우유를 더 많이 마시자”라고 외치는 행보는 건강 증진, 시장 발전 등 측면에서 반가운 소식이다. 낙농자조금관리위원회 등 기관에서는 식이요법에 우유를 활용하는 ‘밀크어트’를 권장하고 우유를 활용한 음식 조리법을 제시하는 등 활동하고 있다.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을 만한 전략이다.

동시에 기존 우유 마니아를 공략해보는 건 어떨까 한다. 대체재로 넘어간 우유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킴으로써 충성도를 회복하는 전략이 더 효율적일 수 있다.

관건은 가격이다. 가격을 낮춰야 한다. 작년 농촌진흥청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 900명 가운데 270명(30.0%)은 ‘브랜드 상관없이 가격·행사를 고려’해 우유를 고른다고 응답했다. ‘항상(28.2%) 또는 가급적(41.8%) 주로 구입하던 브랜드 우유를 구입’한다는 응답을 제외한 나머지 의견이다.

브랜드 호감도는 시장 성장을 목표로 외부에서 좌우할 순 없는 무형의 변수다. 가격은 제조사·유통사의 노력 여하에 따라 조정 가능하다. 1000㎖ 두 팩에 3000원 수준인 대형마트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의 가격 경쟁력에서 변화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생산자들이 적절한 해법을 마련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