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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큐레이션] 웨이브와 티빙은 살아남을 수 있을까?콘텐츠와 하드웨어서 갈린다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바야흐로 OTT 전쟁이다. 글로벌 사업자 넷플릭스가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며 국내 시장에서도 승승장구하는 가운데 애플TV 플러스, 디즈니 플러스도 속속 몸을 풀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토종 OTT 웨이브와 티빙은 어떤 행보를 보여줄까. 또 어떤 대응에 나서야 할까.

   
▲ 웨이브가 보인다. 사진=임형택 기자

웨이브의 어설픈 넷플릭스 따라잡기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만나 탄생한 웨이브의 초기 행보는 넷플릭스와 유사한 구석이 있다. 특히 3000억원을 투자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선다는 장면은 '하우스 오브 카드'를 통해 홈런을 친 넷플릭스의 초반 궤적과 상당부분 겹치는 분위기다. 적극적인 글로벌 시장 진출 의지도 비슷한 편이며, 오히려 웨이브의 행보가 더 빠르다. 넷플릭스는 초창기 미국 시장에만 집중했으나 웨이브는 출범 후 한 달만에 글로벌 진출 시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웨이브는 지난달 21일 동남아시아 7개국에서 모바일 스트리밍이 가능한 ‘웨이브고(wavve go)’ 서비스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싱가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필리핀, 베트남, 라오스, 태국 등 7개 국가에서 현지 테스트를 진행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 결과물이다.

   
▲ 웨이브고가 보인다. 출처=콘텐츠웨이브

최종 지향점도 동일하다. 사실 모든 OTT의 목표겠지만, 웨이브도 출범 당시 OTT 시장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스트리밍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기 위한 큰 그림을 그렸다. 이는 구글의 포트나이트와 인간의 수면을 경쟁자로 생각하는 넷플릭스의 전략과 동일하다.

그러나 여기까지다. 웨이브는 넷플릭스와 몇몇 지점에서 비슷한 전략을 차용하고 있으나 아직 넷플릭스 수준의 로드맵을 실제 행동으로 보여주지는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웨이브가 오리지널 콘텐츠에 3000억원을 투자한다고 했으나 넷플릭스의 규모에 비하면 '새발의 피'라는 지적은, 두 기업이 보여주는 규모의 경제가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일정정도 이해될 수 있다. 또 넷플릭스는 로컬 전략을 추구하며 결제 인프라를 가진 통신사와 협력해 기본 사용자 경험을 구축하고 로컬 콘텐츠 제작자와 협력해 '글로벌 시장 진출의 길'을 열어주지만 웨이브는 아직 시도조차 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역시 두 기업을 단순하게 비교하면 어렵기 때문에 어느정도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

가장 큰 차이점이자 웨이브의 약점은 사용자 경험이다. 넷플릭스는 한 때 스스로를 '테크 기업'으로 포장하면서 폭식시청을 가능하게 만드는 파격적인 시청 사용자 환경을 능숙하게 보여줬으나, 웨이브는 이 대목에서 크게 뒤쳐져 있다. 오히려 푹과 옥수수의 합병 과정에서 기존 옥수수 이용자들의 지탄을 받고 있으며, 사용자 인터페이스부터 기대이하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웨이브가 야심차게 생중계하는 프리미어 12의 경우, 앱을 실행하면 모든 화면을 지나치게 가득 채워 혼란을 주고 있다는 말까지 나온다. 웨이브 시청을 위해 앱에 접속했다가 화면을 가득 채운 프리미어 12를 피해간다는 것이, 앱 종료를 누르는 일도 다반사다.

JTBC와 협력하는 CJ ENM의 티빙은 아직 갈 길이 멀다.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말이 나오고 있으나 업계에서는 말 그대로 '가능성만 보여주는 만년 기대주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컨디션이 제대로 올라오지 못하고 있다. 왓챠는 블록체인 기술까지 타진하는 이색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나, 역시 한 방이 없다.

   
▲ 넷플릭스의 추천 인터페이스. 출처=넷플릭스

콘텐츠 분화, 플랫폼도 없어
웨이브와 티빙, 왓챠 등 국내 OTT들이 전열을 재정비하고 야심찬 행보에 나서고 있으나 업계의 반응은 아직 미온적이다. 이대로는 글로벌 OTT의 공습을 이겨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넷플릭스는 특유의 콘텐츠 본능에 사용자 큐레이션 고도화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으며, 로컬 콘텐츠 사업자와 협력해 그들에게 '글로벌 시장'이라는 장밋빛 행보를 약속할 수 있다는 강점이 있다. 조만간 국내 진출이 가시화되는 디즈니 플러스는 움직이는 행보 자체가 역사다. 투자사 USB증권 애널리스트가 지난 10월 미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86%가 디즈니 플러스를 인지하고 있었으며, 이들 중 절반은 가입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디즈니의 위상을 고려하면, 상황은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디즈니의 영화에 가장 열광적으로 환호하는 나라 중 하나가 바로 한국이다.

애플도 1일 애플TV 플러스를 가동했다. 아직 국내 이용자들은 즐길 수 없으나 해외 계정으로 접속하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조만간 국내 시장 진출이 유력하다.

웨이브와 티빙, 왓챠 등 국내 OTT들은 글로벌 OTT의 공습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까? 현 상황에서는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콘텐츠 분화다. 암묵적으로 국내 OTT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각 OTT의 특징이 있다. 웨이브는 지상파 콘텐츠, 넷플릭스는 외국 드라마, 왓챠는 국내 영화를 좋아하는 이용자들이 주로 몰린다. CJ 계열의 드라마를 좋아한다면 선택은 당연히 티빙이다.

이런 상황에서 왓챠와 티빙이 콘텐츠적 측면에서 글로벌 OTT 사업자 대비 강점을 보인다고 할 수 있을까? 답은 '아니다'이다. 당장 웨이브만 봐도 핵심은 지상파 콘텐츠인데, 아쉽지만 지상파가 콘텐츠를 통해 미디어 환경을 주도하는 시대는 끝났다. 한류로 대표되는 새로운 K 콘텐츠 시장의 핵심에서 활동하고 있으나 이미 많은 케이블 사업자들에게 패권을 빼앗겼다는 평가다.

만약 웨이브의 핵심인 지상파 콘텐츠가 옛날처럼 엄청난 파괴력을 가졌다면, CJ와 JTBC 콘텐츠를 바탕으로 승부를 거는 티빙의 행보는 없었을 것이다. 이들은 지상파 콘텐츠가 없이 자기들의 콘텐츠로 '일가'를 이룰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으며, 이는 곧 지상파 콘텐츠의 약화를 의미한다.

물론 지상파 콘텐츠의 영향력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역으로 글로벌 OTT도 이 측면에서 타격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양측의 타격을 모두 비교해도 역시 국내 OTT의 타격이 더 클 수 밖에 없다. 애초에 TV가 아닌 모바일 디바이스를 중심으로 N-스크린을 좋아하는 이용자들은 지상파 콘텐츠 시청자가 아닌 1020 세대를 중심으로 하는 '신인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 드라마와 글로벌 영화가 익숙하며, 또 얇은 지갑 사정으로 극장에 가야 볼 수 있는 글로벌 콘텐츠를 자기의 모바일 디바이스로 본다는 것 자체가 매력적이다.

결국 OTT 시장에서 콘텐츠 분화 현상이 벌어지는 한편, 1020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글로벌 콘텐츠가 본격적으로 진입하면 국내 OTT 패권은 순식간에 글로벌 OTT의 손에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 OTT의 콘텐츠 분화 현상을 걱정하는 한편 '유료방송이 콘텐츠를 재판매할 수 있는 길을 보장해야 한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현 상황의 콘텐츠 분화 현상은 국내 OTT 사업자들에게 '필패'를 의미한다.

국내 OTT가 각종 법과 규제에 얽매여 있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여기에 대한 논의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정도로 익숙하고, 또 심각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국내 OTT의 약점이 또 있다. 바로 하드웨어 디바이스다. 특히 디즈니 플러스와 애플TV 플러스의 행보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최근 아마존은 자사의 파이어TV에 디즈니 플러스를 기본 탑재하기로 밝혔다. 이는 하드웨어 디바이스를 가지지 못한 디즈니의 강점이며, 나아가 엄청난 우군이다. 당장 국내 시장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낮지만 장기적으로 특정 하드웨어에 탑재되는 OTT의 생명력은 그 자체로 배가될 전망이다.

물론 웨이브 등 다른 OTT도 이 정도 수준의 하드웨어 디바이스 협력은 해내고 있다. 그러나 애플TV 플러스는 차원이 다르다. iOS라는 특유의 플랫폼 생태계에서 가동되는 애플TV 플러스는, 비록 확장성에는 한계가 있으나 다양한 기타 서비스와 연결되며 시너지를 몇배수로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심지어 애플 아이폰을 주로 사용하는 층은 글로벌 OTT에 익숙한 젊은 세대다. 이들이 애플 아케이드로 게임하며 애플TV 플러스로 OTT를 즐기며 아이폰을 사용하는 한, 외부에서의 공략은 어려워 진다.

   
▲ 디즈니 플러스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갈무리

콘텐츠 섞고, 디바이스 늘리고, 약점 보완하라
국내 OTT의 위기 탈출은 이러한 약점을 보완하는 것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유료방송의 콘텐츠 재판매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 라인으로 일단 콘텐츠 분화 현상을 막아야 한다. 넷플릭스가 국내에서 100만명 돌파에 몇 년이 걸렸다는 한가로운 소리를 할 정도로, 지금 시장이 초기인 것도 아니다. 일단 국내 콘텐츠의 플랫폼 다변화를 빠르게 끌어내 당장 할 수 있는 유연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TV 제조사들과의 적극적인 협력과 사용자 인터페이스 개선과 같은 기본적인 전략은 당연히 추진되어야 한다. 여기에 한류 콘텐츠의 파괴력을 증진시킬 수 있는 로드맵을 고민하고 콘텐츠 사업자들과의 만남을 전제로 확실한 IP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웨이브 입장에서는 다소 '치사하게 보일 수 있으나' 제로레이팅 등 적극적인 통신 플랫폼과의 연합전선도 꾀해야 한다. 나아가 옥수수 수준의 요금제 혜택과 같은 플랫폼 전략도 나워줘야 한다. 여기까지 왔으면 오픈 생태계 전략도 진지하게 고민하면서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와의 연동을 추구해야 한다. 미디어 콘텐츠 하나가 아니라 게임 및 다양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연결해야 한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최진홍 기자  |  rgdsz@econovill.com  |  승인 2019.11.09  22:2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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