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우주성 기자] 국토교통부의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지난 6일 마침내 1차 분양가상한제 적용 지역을 결정했다. 설마했던 지역은 물론 지정을 어느 정도 예상한 곳도 당혹감 속에서 첫 주말을 맞이했다. 지정된 지역 모두 얼마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겠지만 특히 정비 사업을 막 진행 중인 각종 재건축, 재개발 사업의 경우 타격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사업의 규모가 크고 사업이 중기 단계를 넘어선 경우 파급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그 중 서울의 최대 단지인 재건축 단지가 있는 강동구 둔촌동, 재개발과 재건축 지구가 많은 대치동, 강북 최대 재개발 지역인 한남·보광동, 최근 통매각 등으로 상한제를 피하려 한 반포동은 분양가 상한제의 충격을 어떻게 흡수하고 있는지 살펴봤다.

강동구 둔촌동 : 간발차로 분상제 피할 둔촌 주공, 막바지 협상 중

▲ 둔촌 주공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이코노믹리뷰 DB

참여하는 시공사만 네 곳, 85개동 1만2032세대, 사업시행 면적만 13만9988평의 서울 최대 도시정비 사업인 둔촌 주공 재건축 사업장이 있는 강동구 둔촌동도 분양가 상한제 지정 지역에서 결국 벗어나지는 못했다. 이번 1차 분양가 상한제 지정에서 강동구는 길동과 둔촌동 2개 동이 선정됐다. 하지만 정작 둔촌 주공 아파트 재건축 사업은 분양가 상한제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조합 측은 이미 2월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고 분양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모델하우스 건설에도 돌입한 상태라고 한 부동산 업자는 귀띔해주기도 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할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조금 여유를 가질 법도 하지만 정작 둔촌 재건축 조합 측은 12월에 있을 총회와 분양가 산정을 앞두고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해당 지역의 한 중개업자는 “이번 12월 7일 분양 등을 논의하기 위해 대의원회를 개최한다고 알고 있다. 일단 지금 나온 일정으로는 내년 2월까지는 분양한다는 계획이고 거의 그렇게 될 것 같다”고 조합 사정을 전했다.

한 조합원은 “준비는 잘 돼 있는 상황이다. 둔촌 주공 재건축 조합은 거의 올해 5월부터 분양을 위해 준비를 하다가 분양가 상한제 발표로 진행 과정이 늦어진 것뿐이다. 그렇기에 이번 주택도시보증공사와의 협상만 잘 이뤄진다면 연내 분양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는 관계자도 있다”고 조합 분위기를 밝혔다.

다른 조합 관계자는 “분양가는 협상 중이라 정확히는 모르지만 조합원 분양가만 2726만원이니까 그거보단 높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이번 총회가 잘 되기만 하면 1월 달에 동호수 추첨하고 2월에서 늦어도 3월안에는 분양을 들어가야 한다. 그래서 사실 마지막까지 긴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언론에 나온 것처럼 석면 등의 문제는 없고 분양가 협상에 지금 주안을 두고 진행 중에 있다. 일단은 최대한 평당 분양가 3550만원 선에는 맞추려고 노력중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용산구 한남동, 보광동 : 한남3구역 특별점검에 분상제까지 설상가상

▲ 한남3구역 전경.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용산구의 4개 동에서 분양가 상한제 규제 적용 지역으로 꼽힌 곳은 한남동과 보광동이다. 지정된 동이 동이니만큼 한남뉴타운 중에서도 현재 시공사 선정 작업이 진행 중인 한남3구역 재건축 사업도 타격이 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되고 있다.

한남3구역에서 만난 주민들과 조합원들은 이번 용산구 한남동과 보광동의 분양가 상한제 지역 지정에 대부분 언급을 회피했지만 일부 주민들은 여러 반응을 보였다. 그 중에는 애써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부정하는 사람도 몇 명 있었다.

한 50대 조합원은 “조합원들 사이에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있다. 시공사 선정으로 간신히 진척이 있나 싶더니 조사다, 상한제다 해서 아무래도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면서도 “사실 이런 식의 장애물은 사업 초기부터 여러 번 있었기 때문에 그냥 우선 지켜보자는 심정이 강하다”라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과 부동산 업자 몇도 사업 자체가 아직 많이 남았고 시간도 최소 수년은 걸릴 것이기에 큰 영향은 없다고 주장했다. 한 중개업자는 “이곳은 아직 사업 자체가 아직 멀었다. 해결해야 할 절차도 많다. 앞으로 분양가 상한제 시행기간보다 정비기간이 더 길지도 모른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중개업자 “역시 시공사나 조합 입장에서는 후분양 등의 방법도 모색할 수 있다. 아직 진행하는 사업 진행과는 별도지만 그런 주장을 하는 주민이 몇몇 있는 것으로 안다”고 이야기 했다.

다만 이런 분위기와는 별도로 한남3구역의 매매 분위기는 다소 주춤해진 것으로 보였다. 이미 특별 조사 등으로 매매 문의가 다소 줄어든 상태에서 추가적인 여파가 있을까 한 현지 중개업자는 우려하고 있었다. 그는 “매수 하려는 사람이 사흘 전부터 조금씩 줄었다. 이틀 새 더 그런 것 같은데 특별점검 때문인지 분양가 상한제 지정 때문인지는 아직은 알 수 없다”고 쓴 웃음을 지었다.

한편 일부 중개업자는 분양가 상한제보다는 현재 국토부와 서울시 등이 시공사의 입찰 조건 등을 가지고 특별 점검을 하는 상황이 분양가 상한제 지정보다 훨씬 사업 진행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걱정했다. 한남3구역 조합원이자 현지 중개업소를 운영하는 한 업자는 “해당 조사 자체가 사업의 방향과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만큼 조합원들은 이 점에 더 민감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치동 : 은마는 관망, 구마을 재개발은 동네 별로 희비 엇갈려

▲ 대치동 은마아파트.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이번에 분양가 상한제 지정 지역으로 지정된 서울 내 자치구 중 송파구와 함께 가장 많은 8개 동이 지정된 강남구는 상한제 적용 지역으로 유력하게 꼽힌 만큼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이 중 규제의 제1 타겟이었던 대치동의 경우도 마찬가지였지만 정비사업의 진행 속도마다 조금씩의 반응 정도는 달랐다. 대치동의 한 중개업소는 “당연히 예상은 했다”면서도 “현재 진행 중인 자금 출처 조사와 불시점검으로 정신이 없어 일단은 관망만 하고 있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대치동 일대는 자금 출처 조사가 시작된 지난 달 11일부터 강력한 단속과 점검이 이어져 조사 이후 한 달이 다 되어가는 현재까지 많은 중개업소들이 사무실을 비우고 영업을 하는 등 불시점검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역시 대다수의 중개업소가 문을 닫고 전화로만 영업을 하는 은마아파트 상가 중개업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사 기간 동안에도 은마는 가격이 약보합에 가까웠고 매물은 거둬들이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은마아파트는 추진위원회 단계에서 재건축 사업을 밟고 있는 단계인만큼 분양가 상한제 지정 여파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것이 중개업자들의 생각이었다. 한 중개업자는 “잠깐 호가가 4000만원 정도 내려가긴 했지만 일부 동만 그렇고 워낙 매물이 귀해서 추이라고 부르기는 힘들 것 같다. 문의는 줄었지만 저번 분양가 상한제 발표 때도 잠깐 그러다가 말았다. 이번에 지정이 됐다고 해도 사업이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오히려 영향을 적게 받는 점도 분명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사업 초창기인 은마 아파트와는 다르게 관리처분 인가까지 얻었지만 애매한 사업 진행 단계 때문에 분양가 상한제 지정에 따른 희비가 동네 단위로 극명하게 엇갈린 곳도 있다. 대치동 구마을 1·2·3 지구가 그 곳이다. 구마을 2지구의 경우 철거 등의 속도가 빨라 이번 11월 8일 모델하우스를 오픈하고 ‘르엘 대치’라는 이름으로 분양에 들어갔다. 르엘 대치의 분양가는 평당 4750만원. 하지만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구마을 1지구와 3지구는 이주 막바지 단계이고 철거도 시작하지 않아 분양가 상한제 유예기간인 4월 28일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가 가능할지 불투명한 상황이다.

▲ 대치제2지구 공사현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2지구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대치1지구와 대치3지구는 사실상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지는 못할 것 같다. 얼마정도 타격이 가시화되지 않아서 아직은 특별한 움직임은 없지만 앞으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모양이다. 해당 지역의 일부 조합원들은 이미 불만을 토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입자 등의 문제로 내부도 시끄러운데 이런 문제까지 발목을 잡는다면 불만이 커질 듯하다. 만약 평당 분양가가 4000만원 초반대 선까지 깎여 내려간다면 그 사람들이 가만히 있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반포동 : 분상제 신반포3차냐, 초역세권 반포우성이냐 수요자들 고민

강남 4구에 대한 분양가 상한제 지정이 확실시 됐던 만큼, 서초구 역시 4개 동이 분양가 상한제 지역으로 1차 지정됐다. 지정된 동은 잠원동, 반포동, 방배동, 서초동이다. 이 중 반포동에 위치한 신반포3차 경남아파트 인근 중개업자는 연속되는 규제로 생계에 지장이 있을 것 같다고 괴로움을 토로했다. 그는 “지금 거의 지금 영업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영업에 지장이 많다. 이미 불시점검 단속 때문에 지장이 많은데 향후 상한제 지정으로 재건축 문의 말고 다른 아파트 문의나 거래에도 자칫 영향이 있을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반포동은 대치동보다는 실제로 불시점검의 영향은 다소 덜한 듯 했다. 강남구 대치동의 경우 사무실을 비운 경우가 많았지만 같은 시간대임을 고려해 볼 때 대치동보다는 단속의 정도가 덜한 듯 곳곳에서 정상적인 영업을 하고는 있었다.

▲ 반포 우성 아파트 재건축 현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옛 반포우성 아파트 근처의 고속터미널역 인근의 중개업소 역시 “단속 때문에 오전은 문을 잘 안연다. 저녁에 문을 열기 시작한다. 잠원동, 신반포, 구반포 모두 단속은 한다. 그래도 계약 등은 안할 수가 없으니 영업은 하고 있다”고 현황을 말했다.

그는 또 “상한제 지정으로 서초구 전체적으로는 아직 재건축 재개발 단지가 많으니 문의나 가격 조정등은 할 것 같다. 아직 초기 단계이거나 삼호 아파트나 유예기간 내 가능한 단지, 이번에 분양을 하는 반포 우성 아파트는 그나마 괜찮겠지만 애매한 단지일수록 더욱 그럴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곳 반포동의 경우는 반포 우성이 현재 르엘 신반포 센트럴로 분양했고 신반포3차는 지금 임대사업자 통매각을 추진 중인 상황인만큼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 신반포 3차 경남아파트 공사현장. 사진=이코노믹리뷰 우주성 기자

고속터미널 역 인근의 다른 업자 역시 “우성도 분양조건이 나쁘지는 않지만 만약 경남이 통매각 안되고 분양이 된다면 분양가 상한제에 의해 진짜 로또분양이 되는 거니까 어떻게 될지는 지켜보겠다는 관망조의 고객도 생겨나기 시작한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분상제 지정이 예고됐지만 지금도 종종 신반포3차 경남아파트에 대한 문의가 있었다. 경남을 기다릴거냐 우성으로 갈거냐 고민하는 문의가 늘었다. 경남아파트는 대단지에다가 차익이 더 많을테고 우성아파트는 초역세권인데 비해 세대수는 적어 그런 쪽에서 고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