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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판] 계약직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상) - 정년을 넘긴 선원에게도 인정된다.
   

정년이 보장되는 정규직 근로자 일자리가 줄어들고, 대신 그 자리를 계약직 근로자들이 메움에 따라 자연스레 계약직 근로자 관련 소송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지점은 계약직 근로자가 계약기간을 모두 채운 후 정규직 근로자로 전환될 수 있느냐는 것인데, 관련한 최신 판례들이 쏟아지고 있어 소개하고자 합니다.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우선 계약직 근로자라는 개념부터 정리해 봅시다. 일상적으로 우리는 계약직 근로자라는 표현을 많이 사용하지만 법률용어로는 ‘기간의 정함이 있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 즉 기간제 근로자가 정확한 표현입니다(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이하 기간제법 제2조 제1호). 기간제법상 사용자는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만 기간제 근로자를 사용할 수 있는데(제4조 제1항), 만약 2년을 초과한 기간의 근로계약을 체결하거나 단기간의 계약을 반복적으로 체결해 계속근로기간이 2년을 초과하면 그 기간제 근로자는 원칙적으로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근로자(이하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간주됩니다(제4조 제2항 참조). 그러나 사용자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고용부담’이라는 측면에서 ‘기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전환해 정년까지 보장해야 하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습니다. 이 때문에 사용자는 기간제법이 정한 2년을 초과하지 않는 범위 내로 근로계약기간을 정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게 되는데요. 우리 법원은 근로계약서상 기재된 2년 이하의 근로계약기간이 종료되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해당 기간제 근로는 당연히 종료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대법원 1998. 1. 23. 선고 97다42489 판결, 대법원 2006. 2. 24. 2005두5673 판결 등 참조).

# A씨는 2005년 또는 2008년부터 매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하여 B해운이 운영하는 낙도보조항로 선박의 기관장으로 장기간 근무를 해 왔습니다. 이 기간 중 A씨는 퇴직금 정산을 받지 않았고 이 같은 사실은 B해운도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한편 A씨가 마지막으로 B해운과 근로계약을 체결할 당시 A씨는 이미 B해운이 정한 정년을 지난 상태였는데, A씨가 선박의 기관장으로서 요구되는 직무수행 능력에 문제가 있다거나 연령에 따른 작업능률 저하, 위험성 증대의 사정은 보이지 않았고, B해운 역시 A씨가 근로자로서 계속 근로할 수 있음을 인정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해운은 A씨가 재차 근로계약기간 종료 후 근로계약 갱신을 원하자 A씨는 정년이 보장된 정규직 근로자가 아닌, 매 1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온 기간제 근로자라는 점을 들어 계약갱신을 거절한 것입니다.물론 예외도 있습니다. 근로계약, 취업규칙, 단체협약 등에서 근로계약기간이 만료될 무렵 인사평가 등을 거쳐 일정 요건이 충족되면 ‘무기계약’으로 전환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어도 근로계약의 내용, 근로계약을 체결하게 된 동기와 경위, 무기계약 전환기준의 요건과 절차 설정 실태, 수행업무 내용 등의 사정을 종합해 볼 때, 일정한 요건이 충족된다면 무기계약으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어 근로자에게 정당하게 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 즉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기간제 근로자에게도 계약을 갱신해 사실상 정규직 근로자와 동등한 권리와 의무를 가지는 무기계약직 근로자로 지위를 전환할 기회가 주어지는 것입니다(대법원 2016. 11. 10. 선고 2014두45765 판결 참조).

이에 대하여 대법원은 앞서 살펴본 이유들을 들어 A씨에게 ‘계약갱신권’이 인정된다고 전제한 후 정년이 지난 상태에서 기간제 근로계약을 체결한 경우에는 이에 덧붙여 해당 직무의 성격에서 요구되는 직무수행 능력과 근로자의 업무수행 적격성, 연령에 따른 작업능률 저하나 위험성 증대의 정도, 해당 사업장에서 정년이 지난 고령자가 근무하는 실태와 계약이 갱신된 사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근로계약 갱신에 관한 정당한 기대권이 인정되는지를 살펴야 한다는 판단을 내려, 정년이 지난 기간제 근로자의 ‘갱신기대권’도 인정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였습니다(대법원 2017. 2. 3. 선고 2016두50563판결 참조). 특히 근로자에게 이미 형성된 갱신에 대한 정당한 기대권이 있는데도 사용자가 이를 배제하고 근로계약의 갱신을 거절한 데에 합리적 이유가 있는지가 문제 될 때에는 사용자의 사업 목적과 성격, 사업장 여건, 근로자의 지위와 담당 직무의 내용, 근로계약 체결 경위, 근로계약의 갱신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와 운용 실태, 근로자에게 책임 있는 사유가 있는지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하여 갱신 거부의 사유와 절차가 사회통념에 비추어 볼 때 객관적이고 합리적이며 공정한지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고, 그러한 사정에 관한 증명책임은 사용자가 부담한다(대법원 2017. 10.12. 선고 2015두44493 판결 참조)고 판시하여, 결국 B해운이 이에 대한 입증을 다 하지 못하였다는 이유로 A씨의 손을 들어준 셈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기간제 근로자의 근로계약 ‘갱신기대권’이 인정되는지 여부가 논란이 되는 또 다른 판결들을 이어서 소개하겠습니다.

조태진 법조전문기자/변호사  |  expert@econovill.com  |  승인 2019.11.10  16: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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