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 파마 코리아 컨퍼런스 2019가 열리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신약개발 성공률이 지속해서 낮아지고 있는 가운데 인공지능(AI)를 활용한 신약개발이 주목된다. AI신약개발은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신약개발 주기를 단축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글로벌 제약사 등 제약바이오 기업이 앞다퉈 진출하거나 해당 기술을 보유한 기업과 협업을 맺고 있다.

AI신약개발은 차세대 제약바이오 기술로 꼽히지만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를 확보하는 것과 AI를 통해 발굴한 신약후보물질에 대한 특허권 인정 문제 등이 여전히 풀어야할 숙제다.

신약개발 난항 지속, AI 효율성 높일 전망

업계에 따르면 신약개발 단계에서 약 5000여개 이상 발굴된 신약후보물질 중 5개만이 임상시험에 진입한다. 이 중에서 또 하나만이 신약으로 최종허가를 받는 실적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따르면 FDA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 소요되는 임상 기간도 1990년대 평균 4.6년에서 2000년대 들어서 7.1년으로 늘어났다.

신약개발에 있어 어려움이 지속하는 가운데 AI를 활용할 시 모든 사례를 다 실험하고 증명해야 하는 기존 연구방식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AI을 통한 신약개발은 방대한 데이터를 AI가 취합하고 분석해 임상시험을 최적화 시키고 부작용이나 작용기전 등도 예측하고 분석하는 등 여러 부분에서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 신약개발 과정과 AI·빅데이터 적용 분야. 출처=과학기술정보통신부

논문 탐색에 있어도 AI는 효율성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제약바이오 관련 연구 논문은 특성상 내용이 방대하고 전문적이라 사람이 이를 보고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었다. AI는 한번에 100만건 이상 논문 탐색이 가능해 연구가 수십 명이 수년 동안하는 작업을 짧은 시간 내에 해낼 수 있다.

업계 전문가는 “신약개발 기간은 평균 10~15년에 이르고 1조원이 넘는 자금이 투입된다”면서 “AI를 활용하면 2~3년 걸리던 신약후보물질 탐색 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부작용 우려가 있는 후보 물질을 빠르게 걸러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일수도 있다. 기존에 실패한 신약후보물질에서 새로운 효능을 찾아내는 일 등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제약사 AI신약개발에 잇단 투자, 한국 기업은?

머크,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 로슈, 화이자, 노바티스, 얀센, 화이자 등 글로벌 제약사는 이미 AI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신약개발에 돌입했다. GSK는 AI신약개발 전문기업 아톰와이즈와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GSK는 자체 보유한 신약개발 데이터를 제공하고 신약개발에 적합한 타겟물질을 받는다. 아톰와이즈는 AI신약개발 플랫폼의 성능을 더 다듬을 수 있게되는 것이다.

다케다는 임상환자 증상과 부작용 실험데이터를 AI에 학습시켜 임상에 필요한 적합한 환자군을 선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바이엘은 데이터 분석을 넘어 AI가 임상에서 약동학적 모델을 예측하는 수준까지 기술을 개발했다.

로슈는 자체 AI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리얼월드데이터 수집 전문기업인 플랫아이언과 유전자 분석 전문기업 메디슨을 인수해 헬스케어 데이터 축적에 힘을 쏟고 있다. IT개발자도 고용해 활용하고 있다.

AI신약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 한국 제약사는 대웅제약이다. 대웅제약은 헬스케어 인고지능 조직을 신설해 AI신약개발에 적용할 알고리즘을 개발하는 데 주력했다. 유전체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항암제 처방 기술과 신약개발 및 신약재창출 기술에 대한 연구도 지속하고 있다. 대웅제약은 울산과학기술원(UNIST)와 네이버, 분당서울대병원 등과 헬스케어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 글로벌 제약사와 한국 제약사 사이 매출-매출액 대비 R&D 비중 비교 표. 출처=제2차 제약산업 육성지원 5개년 종합계획

유한양행은 캐나다 사이클리카와 공동연구 계약을 맺고 AI기반 신약후보물질 발굴 플랫폼을 파이프라인 2개에 적용할 예정이다. 사이클리카의 AI 기반 후보물질 발굴 플랫폼(Ligand DesignTM, Ligand Express®)은 약물타깃에 결합하는 후보물질들의 약리학적, 물리화학적 및 체내동태적 특성까지 고려해 이를 선별한다는 점에서 다른 AI 신약개발 플랫폼들과의 구별되는 차이점을 나타낸다.

신테카바이오는 AI 관련 바이오테크로 크게 세 가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딥매쳐 AI신약 플랫폼의 최종 목표는 합성신약물질과 항암백신물질, 인실리코(In silico) 전임상을 구현하는 것이다. 각각 소프트웨어 패키지가 따로 있다.

스탠다임은 기존 의약품 중 다른 약효를 발굴하는 ‘스탠다임 인사이트’와 기존 물질의 분자구조 등을 바꿔 새로운 후보물질로 만드는 ‘스탠다임 베스트’를 개발했다. 업계 전문가는 “제약바이오 산업은 혁신에 대한 위기를 맞고 있다”면서 “AI 기술이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뢰성 높은 데이터‧특허권 인정 문제 있어

AI신약개발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데이터 기반 조직이 구성되고 임상 데이터를 수집, 관리, 분석, 공유하는 등의 방법이 꼽힌다. AI신약개발이 해결해야할 문제는 신뢰성 있는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가다.

AI 특성상 많은 데이터가 모일수록 더 적확한 분석력을 보여줄 수 있는데 모인 데이터가 화학합성‧바이오 등 인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의약품 개발에 활용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업계 전문가는 “제약사와 병원, AI신약개발 기업은 대개 각 기업과 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폐쇄성 데이터를 활용하고 있다”면서 “빅데이터를 구축하면 AI신약개발에 더욱 도움이 되겠지만 문제는 신뢰성을 갖추고 있는 데이터를 어떻게 확보하느냐다”고 설명했다.

특허권 인정과 관련한 문제도 제기된다. 기존에는 한 기업이 자체적으로 후보물질을 탐색한 후 이를 연구, 개발을 통해 신약으로 개발하고 해당 신약에 대한 권리와 특허 등을 보유했다면, AI신약개발에서 AI가 탐색한 신약후보물질로 신약개발에 성공할 시 특허권은 누가 보유할 것이냐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신약 가치는 대부분 특허를 통한 독점권에서 나오므로 AI를 통해 발굴한 물질에 대한 특허를 어떻게 인정할지에 대한 문제가 남아 있다”면서 “신약개발 전에 계약 등을 통해 명확하고 세세하게 내용을 정해둬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