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가 범하는 오류중 하나는 노후를 위해 재테크를 하지만 정작 은퇴필요자금은 얼마인지, 이를 위한 해결책은 무엇인지 심각하게 고민하지 않는 것이다.


공자는 나이 40을 불혹(不惑)이라 했지만 현대인의 40대는 '불감(不感)'이라 할 수 있다. 공자는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는 나이라고 했지만 현대인은 이것저것에 치여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나이로 내몰리고 있는게 현실이다.

대한민국의 40대는 힘들다. 부모를 봉양해야 하는 마지막 세대이며, 가장으로서 가족의 생계는 물론 아이들의 장래까지 챙겨야 한다. 자칫 잘못하면 88만원 세대이거나 청년실업자인 아이들을 끼고 캥거루처럼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40이 넘으면서 몸은 이곳저곳에서 이상 신호를 보내지만 하루 몇 알의 비타민과 간장약, 또는 피로회복제를 마시고 버텨야 한다. 그러다가 준비되지 않은 자신의 노후가 걱정에서 공포로 스멀스멀 다가온다.

세 가지 후회 안고 사는 서글픈 40대
40대에는 세 가지의 후회를 안고 산다고 한다. 그 세 가지가 따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두세 가지가 한꺼번에 겹쳐서 오기도 한다. 이럴 때면 막연한 노후에 대한 공포가 현실로 다가오기도 한다. 40대가 세상살이에 후회가 몰려오는 첫째는 20~30대에 느끼지 못하던 자녀 교육비에 대해 부담을 느낄 때라고 한다. 실제로 ‘2008년도 은퇴준비 인식조사’에 따르면 은퇴자금 준비를 못하는 가장 큰 이유로 ‘자녀 교육비 마련 때문’(26.6%)이라고 응답했다. 다음이 ‘돈이 없어서’와 ‘나이가 어려서’라는 답변이었다.

대한민국의 많은 40대들이 자녀들의 교육비에 그만큼 부담을 느끼고 힘들어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04~2009년의 4년제 대학교의 등록금 인상률 통계를 보면 2009년 사립대학교 연간 평균 등록금이 742만원이었는데 이는 2004년에 비해서 28.6%가 올랐고 같은 기간의 물가 상승률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였다.

40대의 두 번째 후회는 부모들의 은퇴와 직장 상사들의 은퇴를 보면서 갖게 된다. 20~30대 때에는 부모가 언제까지 사회에서 일하며 자신의 든든한 후견인이 될 것이라 생각하지만 40대 초반에 들어서면 믿었던 부모들이 사회 일선에서 물러나는 삶을 보게 된다. 직장 상사의 은퇴도 영향을 미친다. 부모들의 은퇴와는 다른 차원에서 온몸으로 공포를 느끼게 된다. 오랫동안 같이 생활하면서 때로는 부러움의 대상으로, 때로는 술자리의 안주로 삼던 선배들이 하나 둘씩 사라져 가는 모습을 보면서 자신의 5년 또는 10년 뒤의 모습을 보게 된다.

세 번째는 동기나 동창, 친구들과의 자산 규모의 차이를 느끼게 되면서다. 비슷한 시기에 학교를 졸업하고, 직장생활과 결혼까지 엇비슷한 시기에 했지만 40대에 들면 자산규모의 격차가 나기 시작한다. 아니 현격한 차이가 생기기도 한다. 어느 순간 누가 먼저 종자돈(Seed Money)을 만드느냐를 기점으로 내 집 마련 시기 및 그 이후의 보유 부동산 가격의 변화를 통해서 혹은 주식이나 기타 재테크의 차이점으로 인해 40대부터 급격하게 자산규모의 차이가 발생하게 된다.

교육비·내 집 마련 등 예산원칙을 정하라
그렇다면 40대에는 어떻게 해야 보다 풍요로운 삶을 계획할 수 있을까? 40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녀교육일 것이다. 하지만 계속 늘어나는 교육비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몇 가지 원칙이 필요하다. 먼저 교육비로 얼마를 지출할지 예산을 수립해야 한다. 이때 정한 예산 범위를 초과해선 안 된다.

주변 사람들의 얘기를 듣다보면 이것도 해야 할 것 같고 저것도 하고 싶다. 하지만 예산을 수립해두면 뭔가 새로운 것을 시작하기 위해선 기존의 것을 하나 줄여야 한다. 이때 교육비 예산에는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한 저축계획도 포함해야 한다. 현재 사교육비 지출과 미래 대학등록금 저축은 하나의 예산 범주에서 관리해야 한다.

그럴 때만 과도한 사교육비 지출을 막으면서 대학등록금 마련도 가능하다. 한정된 예산에서 사교육비 지출이 늘면, 대학등록금 마련을 위한 저축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40대의 또 다른 고민은 내 집 마련이다. 40대에 자신의 힘만으로 주택을 마련하는 사례는 드물다. 대다수가 은행 등에서 대출을 끼고 마련하게 된다. 주택마련 대출 중에 모기지 대출이란 게 있다. 이 모기지 대출은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구조로 돼 있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

첫째, 40세가 넘어 만기 30년짜리 대출을 받으면 70세가 넘어야 빚을 다 갚을 수 있다. 우리나라 평균 정년이 55세 전후인 점을 감안하면 퇴직한 다음에도 10년 이상 원리금을 상환해야 하는 것이다. 자칫 잘못하면 국민연금을 빚 갚는 데 써야 할 수도 있다. 둘째, 대출금 상환 구조에 문제가 있다.

원리금균등상환 대출은 매달 원금과 이자를 합쳐 일정 금액을 상환하는 대출 방식이다. 따라서 대출 초기에 상환하는 금액은 대부분 이자에 해당하고 원금 상환 부분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만약 중간에 부동산 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한다면 집값보다 부채가 많아지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노후준비 땐 홀로 남을 배우자 배려도 필수
자녀교육비와 내집 마련 비용도 중요하지만 40대가 빠뜨리면 안 되는 게 미래에 대한 설계다. 대부분 여유가 없다고 하지만 40대에게 노후 준비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숙제다. 지난 2010년 11월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직장인 74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이 느끼는 체감 정년퇴직 나이는 48.2세로 나타났다.

이 결과처럼 40대에는 지출이 가장 늘어나는 시기이지만 반대로 다니던 직장에서 퇴직 후 은퇴에 대해서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시기인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수익률보다는 안정성을 우선해야 하고 재테크 방법에서도 직접투자를 선택하기보다 간접투자 상품을 선택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만약 노후를 위해 펀드에 가입한다면 가입하려는 펀드의 운용사가 어디인지, 주식형인지 채권형인지, 우량주에 투자하는지 중소형주에 투자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선택해야 한다.

40대는 앞으로 수입이 발생하는 시기가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니 그동안 노후 준비에 소홀했다면 적극적으로 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준비를 실천해야 하는 시기다. 이때 본인의 노후 준비뿐 아니라 배우자의 노후 준비가 잘 돼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통계상으로 여자는 남자보다 7~8년 이상 수명이 더 길다. 보통 결혼연령도 3~4세 차이가 나는 것을 감안할 때 남편 사별 후 배우자 홀로 생존하는 기간은 10여년 가까이 된다. 때문에 은퇴 후 노후를 준비할 때 배우자 노후에 대한 준비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40대, 보장자산 다시 재정비해야 하는 시기
40대는 그동안 준비했던 보장자산을 재정비해야 하는 시기다. 나이가 들면서 보험료도 상승하게 되고 한번 병에 걸려 치료를 받게 되면 보험가입도 쉽지 않다. 때문에 40대에는 적절한 크기의 사망보장을 준비하고 있는지, 암, 뇌출혈 등 큰 질병으로 인한 보장자산은 준비돼 있는지 체크해야 한다.

평생 지출되는 의료비 중 60대 이후 의료비 지출이 급증하는 것을 볼 수 있다. 그래서 40대는 은퇴 후 노후 대비로 은퇴자금의 준비뿐 아니라 100세까지 보장되는 의료비 보장자산의 준비도 반드시 필요하다.

가정의 보금자리인 주택의 화재, 폭발, 파열, 붕괴, 침강 사고 등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손해에 대한 보장도 필요하다. 특히 실화책임에 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불을 낸 사람이 화재 배상에 대한 책임뿐 아니라 실화로 인해 피해를 입혔을 경우 형법에 의해 벌금까지 처해질 수 있게 됐으므로 다양한 생활 위험에 대한 보장도 준비해 놓아야 할 것이다.

가정 경제를 책임졌던 가장의 부재는 남겨진 가족에게 가장 치명적인 위험으로 닥칠 수 있다. 만약 자녀가 생겼다면 사랑하는 자녀의 꿈이 가장의 부재 시에도 끝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적절한 사망보장의 준비는 반드시 필요하다.

40대는 가장 왕성한 활동을 하며 수입을 극대화하는 시기로 본격적인 자산형성이 가능한 기간이다. 하지만 늘어나는 자녀교육비, 생활비로 자산을 늘리기 쉽지 않다.
40대가 범하는 오류 중에 하나는 은퇴설계를 위해 돈을 모으는 재테크를 하지만 단순히 돈을 벌고 모으는 것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정작 은퇴 필요자금은 얼마인지, 이를 위한 해결안은 무엇인지에 대해 크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경제활동기에 일정부문을 저축하여 은퇴이후 소비를 충당하는 ‘생애재무설계’ 측면에서 본다면 40대는 은퇴시점에서 은퇴생활을 위해 얼마만큼의 자산이 필요한지를 생각해보고 본격적인 노후준비를 시작해야 하는 시기라 할 수 있다. 생애재무설계 측면에서는 자신의 직업과 소득 그리고 생애주기별 구체적 재무목표에 따라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필요자금이 달리 계산되어지고 재테크의 방법 또한 달라져야 한다.

근로소득자의 경우 40대 재테크의 핵심은 이미 마련한 자산을 잘 운용해서 자산규모를 늘리는 동시에 은퇴생활을 위해 필요한 자산을 추가적으로 준비하는 데 있다. 대부분의 40대 근로자들은 왕성한 조직 내 활동으로 수입이 지출보다 많은 시기이기 때문에 고객의 투자성향을 고려해 적극적 투자가 가능한 시기이기도 하다.

근로소득자의 가장 큰 장점은 은퇴 시까지 매달 신규자금이 생긴다는 점인데 이를 이용해 적립식 형태로 연금저축 상품에 투자할 수 있다. 연금저축은 향후 안정적 현금흐름을 창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노후대비 금융상품으로 적합하며, 다른 금융상품에 대한 세제혜택이 축소되고 있는 추세임에도 불구하고 세제혜택이 확대(2011년 소득공제 한도:연간 400만원)되고 있는 유일한 상품이다.

연금저축의 종류에는 공시이율에 따라 수익률이 결정되고 안정적 현금흐름이 강조되는 연금보험과 주식시장의 상승 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해 볼 수 있는 연금펀드가 있으므로 수익자의 니즈에 따라 선택 가능하다.

“자녀 교육비 부담에 아무것도 할 수 없다” 79.8%
“주변 친구들 보면 우리 아이만 놔둘 순 없어요. 부모가 경제 능력이 모자라서 아이가 공부를 못한다는 말은 듣기 싫어요. 먹고 입는 것을 줄여서라도 다른 아이들만큼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주부 정경아씨(서울 송파구 가락동)는 하나뿐인 아들을 위해서라면 부모가 희생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벌써 40대 후반에 접어든 남편의 수입으로는 노후 대비는 꿈도 꾸지 못한다. 다행히 맞벌이를 하지만 언제나 생활을 빠듯하다.

통계청이 최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교육비가 부담스럽다’는 30대와 40대는 각각 72.5%, 79.8%였다. 50대도 79.7%에 달했다. 30~40대는 사교육비가, 50대와 60세 이상은 대학등록금을 부담요인으로 꼽았다.

이처럼 부모들은 허리가 휠 정도가 교육비를 대고 있지만 앞으로도 자녀 교육비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가구의 연간 교육비가 오는 2020년에는 평균 700만원을 넘을 것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자녀의 교육비 부담 증가로 부모세대는 은퇴, 질병 등에 대비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된다.

최근 상명대학교 금융경제학과 유경원 교수가 분석한 ‘가계지출 요인의 구조변화와 정부정책의 영향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가구의 소비에서 교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5년 11.8%에서 오는 2020년에는 13.9%로 늘어나고 가구의 연간 교육비 규모도 같은 기간 267만원에서 165% 늘어난 707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보고서는 “우리나라 가계는 저출산 고령화의 진전으로 자녀수가 감소함에 따라 교육에 대한 질적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출산율 저하로 인한 교육지출 확대는 가계저축률 저하와 금융자산 축적 부진과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교육비 부담이 늘면서 정작 부모세대는 은퇴, 질병 등에 대한 대비와 저축을 줄여 미래가 불안한 상황이다. KB금융경영연구소에 의하면 현재 대표적 학부모 세대인 1955~1963년생 가구의 작년 평균 총 자산은 3억4000만원이며, 이 중 부동산을 제외한 금융자산은 5400만원에 불과했다.

은퇴이후 최소생활(가구 당 월평균 148만원)을 유지할 수 있는 가구 역시 4곳 중 1곳에 불과했다. 이들 가구의 총소득에 대한 교육비 비중은 지난 2006년 10.8%에서 작년 9.1%로 최근 5년 동안 9~10% 사이를 오르내렸다. 전체 소득의 10분의 1은 자녀교육비에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다 보니 저축 여력도 급속히 악화되고 있다.

서울서 내집 마련 한푼 안써도‘꼬박 9년’
40대에게 내집 마련은 현실이자 굴레다. 자녀가 성장하면서 2년마다 이사를 다닐 수도 없고 집도 늘려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30대에 결혼해서 40대에 자신의 힘으로 집을 마련하기는 정작 ‘하늘의 별따기’처럼 어려운 일이다.

전국 2인 이상 가구가 소득을 한 푼도 쓰지 않고 꼬박 모은다고 해도 서울에서 중소형 아파트로 내 집을 마련하는데 8년 10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포털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1월 15일 현재 수도권 중소형 아파트(전용면적 85㎡ 이하, 재건축 제외) 평균매매가는 2억9433만원으로 조사됐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전국 2인 이상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389만7000원(2011년 3분기). 따라서 평균매매가를 월평균 소득으로 나눈 결과, 수도권에서 중소형 아파트로 내 집을 마련하는데 약 6년 4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시도별로는 중소형 평균 매매가가 4억1225만원인 서울시가 8년 10개월로 가장 많은 기간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어 매매가 3억394만원인 신도시가 6년 6개월, 2억3284만원인 경기도가 5년, 1억9945만원인 인천광역시가 4년 3개월이 소요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시구별로는 중소형 평균 매매가가 7억4016만원인 서초구와 7억3967만원인 판교신도시가 각각 15년 10개월이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7억1590만원인 강남구가 15년 4개월, 6억6798만원인 과천시가 14년 3개월이 걸렸다.

이러한 조사방법을 토대로 10년 이상 저축해야 내 집 마련이 가능한 지역은 서초구, 판교, 강남구, 과천시 외에도 송파구(6억3381만원, 13년7개월), 용산구(6억2496만원, 13년4개월), 광진구(5억1511만원, 11년), 중구(4억7327만원, 10년1개월), 광교(4억7063만원, 10년1개월) 등 총 9곳으로 조사됐다.

한상오 기자 hanso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