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양생명 본사 전경. 출처=동양생명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3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동양생명에 관심이 쏠린다. 업황 악화 속에서도 순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900% 이상 급증했기 때문이다. 자회사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더라도 경상이익이 대폭 증가해, 수익성이 구조적으로 개선됐다는 평가다.

다만, 4분기에는 변액보험보증준비금 추가 적립 및 계절적인 요인으로 인한 위험손해율 악화 등으로 부진한 실적을 보일 것이란 전망이다. 크게 늘어난 저축성 수입보험료에 2022년 도입될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대비 우려도 나온다.

◇ 단순 호실적 아냐…경상이익 대폭 증가

동양생명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1086억원으로 전년 동기 106억원 대비 921% 증가했다. 자회사인 동양자산운용 매각익(세전 약 860억원)이 반영된 결과다. 같은 기간 경상이익 역시 4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8%, 전 분기 대비 29%나 상승했다.

영업이익은 565억원으로 전년 동기 158억원 대비 256% 늘었으며, 매출액은 1조8386억원으로 41.5% 증가했다. 운용자산이익률도 3.15%로 지난해 대비 34bp 상승했다. 운용자산 포트폴리오 중 국내 채권 비중은 38.3%로 5.5%포인트 하락한 반면, 대출과 수익증권은 각각 3.9%포인트, 2.4%포인트 확대되면서 운용자산에서의 기대수익률이 높아졌다. 국내 단기금리 반등에 따른 환헷지 비용도 절감됐으며, 수입보험료도 1조347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7% 증가했다.

▲ 출처=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

동양생명의 이 같은 실적은 포화된 보험시장에 저금리‧저출산‧고령화까지 겹쳐 성장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업계 상황을 고려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라는 평가다. 실제로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상장 생보사들의 3분기 실적은 어두울 전망이다. 삼성생명과 한화생명의 3분기 순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4%, 57.4%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잠정실적을 발표한 오렌지라이프의 3분기 순익은 64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0.9% 하락했다.

◇ 4분기 전망 ‘흐림’…저축성 증가에 준비금 부담 커지나

그러나 동양생명의 호실적이 4분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변액보험보증준비금 추가 적립 △계절적 영향에 따른 위험손해율 증가 등의 영향이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4분기 동양생명은 영업손실 412억원, 순손실 22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변액보험보증준비금 추가 적립 관련 약 250억원이 인식되고, 계절적 영향으로 위험손해율은 79.3%(+2.4%포인트)로 악화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축성 수입보험료가 크게 늘었다는 점도 우려 사항이다. 2022년 IFRS17 도입 시 보험 부채가 원가 평가에서 시가 평가로 변경돼 보험사들은 저축성 보험 상품이 많을수록 부채 부담이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의 3분기 보장성 수입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6.6% 증가에 그친 반면 연금은 61.3% 상승했다. 신규 연금 상품 론칭으로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한 판매가 급증한 탓이다.

다만, 월납 상품인 연금보험은 최저보증이율이 낮고 과거 일시납 저축성보험에 비해 책임준비금 부담이 덜해 IFRS17 도입 등에 따른 리스크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동양생명은 신규 연금 상품 론칭으로 방카슈랑스 채널 입지를 다지고 있다”며 “저축성 상품의 2%대 고정 최저보증 대비 구간별 최저 보증을 설정해 제도적 차원에서 요구자본 증가 우려는 제한적 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방카슈랑스 채널에서 연금상품을 대량으로 판매함에 따라 수입보험료가 급증했다”며 “이는 과거 2016~2017년 판매했던 일시납 저축성보험과는 다른 성격이라고 판단된다. △연금 상품이기 때문에 일시납이 아닌 월납 상품일뿐더러 △최저보증이율이 낮아 부채적정성평가 시 이익계약이기 때문에 보유계약을 줄여야하는 압박이 없다”고 분석했다.

동양생명 관계자는 “연금상품은 최저보증이율이 5~10년은 0.8%, 10년 이후는 1%로 저축성에 비해 준비금 부담이 적다”며 “또한 이번에 연금 판매가 늘어난 것은 정책적으로 판매를 지속 확대했기 때문이 아닌 시장 수요에 대응하면서 일시적으로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