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더 이상 패션기업에서만 패딩을 판매하지 않는다. 의류사업의 진입장벽이 계속해서 낮아지면서 유통과정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편의점에서 패딩조끼를 판매하거나, 유통사들이 직접 자체 브랜드(PB)를 론칭해 가성비 높은 패딩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국내 의류기업으로 눈을 돌리자 유통업체들도 가성비를 내세워 소비자 공략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 홈플러스 F2F의 플리스 경량다운 제품. 출처=홈플러스

유통사에서 가장 먼저 PB상품을 선보인 것은 홈플러스다. 홈플러스는 자사 패션PB ‘F2F’을 통해 경량다운과 플리스를 출시했다. F2F는 홈플러스 의류PB 기획 전문팀이 제품 기획부터 생산, 소싱, 유통, 판매까지 직접 진행하는 SPA브랜드다. 가성비가 높은 것이 특징으로, 글로벌 브랜드와 동일한 해외 생산처를 통해 고품질이지만 합리적인 가격 책정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홈플러스 F2F는 이번 시즌 보온성과 패션성, 높은 활용도를 고루 갖춘 경량다운과 플리스로 합리적인 소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를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특히 경량다운이 국민 교복으로 불리며 일상에 자리잡은 만큼 실용성과 품질 안전성이 핵심 경쟁력이라고 판단해 실용적인 디테일을 더한 상품을 선보이고 전체 물량도 지난해보다 소폭 늘렸다.

그 중 지난해 반응이 좋았던 여성용 경량다운의 물량은 45% 이상 대폭 확대했다. 점퍼류는  길이감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가성비 아이템’으로 입소문 나며 조기 완판을 달성했던 롱베스트는 핑크, 베이지, 라이트블루 등 화사한 컬러를 추가했다.

▲ 홈플러스 F2F의 플리스 경량다운과 플리스 제품. 출처=홈플러스

함께 선보이는 플리스 제품은 상품수를 늘리고 품목별 물량 조절을 통해 적중률을 높이는데 주력했다. 지난해 선보였던 라운지웨어 기획 상품은 상하의 코디가 가능한 세트와 원피스 라인을 강화하고,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플리스 아우터도 새롭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강선경 홈플러스 패션본부 바이어는 “F2F는 연간 900만장 이상 꾸준히 판매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앞으로도 기능성 소재와 안정적인 품질과 트렌디한 디자인으로 가심비 높은 제품을 통해 패션 전문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홈플러스가 자사의 PB상품을 내세우자 이마트도 자체 브랜드 ‘데이즈’를 이용한 겨울 상품 판매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 데이즈 벤치코트를 소비자가 살펴보고 있다. 출처=이마트

데이즈는 올해 F/W 경량 패딩 조끼 물량을 지난해 11만 장에서 올해 20만 장으로 대폭 확대했다. 경량 패딩 조끼 상품군 매출 신장률은 2017년 67%, 지난해 43%로 계속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판매할 다운 점퍼는 지난해 가을부터 기획해 거위털 등 핵심 원단을 10월 중 미리 대량으로 확보했다. 패딩 제조 공장은 매년 6~8월이 성수기지만 원가 절감을 위해 데이즈는 비수기인 3~5월 중 공장을 가동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올해 다운 원부자재 가격 인상에도 대규모 물량 발주를 통해 가격을 3년째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이마트는 “데이즈가 가성비 높은 벤치코트를 선보일 수 있는 이유는 1년 전 사전기획을 통해 거위털 등 원재료를 대량으로 선매입하고 비수기에 공장을 가동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김세민 이마트 데이즈 의류팀장은 “입동 이후 기온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한겨울 의류를 저렴하게 장만할 수 있는 대대적인 행사에 돌입한다”면서 “기본에 충실한 벤치코트, 경량패딩, 겨울 특화 소재를 활용한 의류 등 다양한 상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 데이즈 벤치코트를 소비자가 입어보고 있다. 출처=이마트

유통업체들이 자체 브랜드를 통해 패딩사업에 뛰어들었다면 편의점과 콜라보해 의류사업에 진출한 경우도 있다.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지난 10월 업계 최초로 ‘경량패딩조끼’를 선보였다. 경량패딩조끼는 국내 여성 속옷 전문기업 ‘남영비비안’과 협업해 출시한 상품이다. 이처럼 편의점이 의류판매에 본격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패딩조끼는 남녀공용 상품으로 색상은 블랙과 네이비 2종, 사이즈는 95부터 105까지 출시됐다.

편의점에서 의류판매를 시도한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성과가 좋지는 못했다. 지난해 세븐일레븐이 와이셔츠를 판매한 게 대표적인데 큰 성과는 없었다. 편의점은 생필품을 구입하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한데다 진열공간과 판매 가능한 의류도 부피가 작은 티셔츠나 스타킹 정도로 제한적이다. 그러나 패딩조끼의 경우 브랜드별 디자인 차이나 제품의 질 차이가 거의 없고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면서 편의점에서 판매 가능한 아이템으로 떠오른 것이다.  

김현정 세븐일레븐 MD는 “하반기는 편의점이 동절기를 앞두고 관련 상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이며 겨울 시즌을 준비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하면서 “차별화 가치가 높고 실용성이 뛰어난 상품 개발 콘셉트로 관련 상품 구색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 세븐일레븐에서 업계 최초로 2만원대 선보이는 '경량패딩조끼' 제품. 출처=세븐일레븐

허물어지는 유통 경계, 왜?
이처럼 유통사들이 의류사업에도 적극 뛰어들면서 유통업계에서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심리가 약화되자 채널 간 경계 구분 없이 다양한 상품들이 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나 하반기에는 패션업계가 성수기에 들어가는 시기라 자연스레 타이밍도 잘 맞아 떨어진 셈이다. 특히나 유통만 하던 유통사들이 직접 PB상품을 내세우며 의류사업에 공격적인 것은 유니클로 불매운동 영향도 있었다. 국내 소비자들이 일본 불매운동으로 인해 국민템이라고 불리던 유니클로의 패딩조끼, 후리스 등을 대신할 국내 의류 기업으로 눈을 돌리면서 매출이 오르자 이 기회를 노려 편승한 것이다.

일반 SPA 브랜드보다 중간 과정을 과감히 없애 가격을 더욱 저렴하게 책정한 점도 소비자를 매료시키기 좋은 점 중 하나다. 2년 전 한참 롱패딩 시즌이 불 때 하나씩 장만한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고가의 패딩을 살 필요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롱패딩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고 가볍게 입기 좋은 패딩조끼나 아직 패딩을 장만하지 않은 가성비족을 노린 전략도 어떻게 보면 현명한 전략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아직까지는 소비자들이 유니클로를 대신할 국내 기업 브랜드로 눈을 많이 돌리고 있다”면서 “SPA 브랜드들도 실제로 하반기 매출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 속 유통채널들이 의류사업에 진출하지 않을 이유는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