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가 통용되지 않는 조직에는 강압적이고 획일적인 리더가 군림할 수 밖에 없고, 이는 기업의 생산성 하락으로 이어진다. “나 때는 말이야(라떼는 말이야)”라고 으스대며 낮은 업무성과를 자랑스럽게 여기는 기묘한 일도 벌어진다.

결국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업의 다양성과 포용성은 어떤 가치를 보여줄 수 있을까? 전통적인 한국 기업의 문화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는 얼마나 강력한 존재감을 떨칠 수 있을까? 나아가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기업에 스며들도록 하는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이보영 우버 다양성·포용 책임자(CDIO·chief diversity&inclusion officer)를 7일 우버 코리아 사무실에서 만났다.

▲ 이보영 우버 다양성·포용 책임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우버의 구원투수, 이보영 다양성·포용 책임자(CDIO)
글로벌 온디맨드 차량공유 플랫폼 우버는 2017년 커다란 내홍에 휘말린다. 우버의 여성 엔지니어가 성추행 및 성추문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해당 여성이 이 사실을 고위층에 알렸으나 조직이 합당한 대응책을 마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결국 트리배스 칼라닉 우버 창업주는 물러났고, 조직은 흔들렸다.

흔들리는 우버의 구원투수로 영입된 것이 바로 이보영 우버 다양성·포용 책임자(CDIO·chief diversity&inclusion officer)다. 1975년 한국에서 태어난 그는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 2003년 미국 뉴욕대 스턴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이어 컨설팅기업 언스트앤영 디렉터, 에이온휴잇 수석컨설턴트(AP)로 일한 후 마시앤드매클레넌 CDIO를 거쳐 2018년 우버에 합류했다.

그는 기업이 건강하게 성장하려면 다양성과 포용성을 기업의 핵심 가치로 여겨야 한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두 개념의 명확한 정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고 봤다.

이 CDIO는 "다양성의 경우 밖에서 보이는 인식이지만, 내부에는 크게 4가지 레이어가 있다"면서 "가장 근원적인 레이어는 개인의 타고난 기질이다. 인생을 좌우하는 것이며 큰 변화가 없는 한 계속 유지된다"고 말했다. 그 위에는 나이와 성별, 인종 등이 있다. 이 CDIO는 "타고난 기질과 나이 및 성별, 인종은 개인이 선택할 수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 위에는 외부적인 측면이 있고 여기에는 결혼 및 아이의 유무, 교육, 종교의 요소가 있으며 그 위에는 소속 근무연수 및 연차, 업무의 숙련도가 있다. 이 CDIO는 "4가지 레이어 중 타고난 기질과 나이와 성별 등은 개인이 정할 수 없으며 결혼 및 종교, 근무연수 및 연차 등은 개인이 정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다양성의 요인들"이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개인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으며 크게 4개의 레이어를 통해 '다양성의 정체성'이 완성된다는 뜻이다. 아래 2개의 레이어는 개인이 바꿀 수 없는 선천적인 요인이고 위 2개 레이어는 개인이 선택할 수 있다.

다양성의 정체성을 명확하게 분석하는 것으로 기업의 조직문화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이를 제대로 된 동력으로 활용하려면 포용성이 필요하다. 이 CDIO는 "다양성으로 인해 포함된 다양한 재능들을 최적화시키는 것이 바로 포용성"이라고 설명했다.

▲ 조직의 다양성과 포용성이 중요하다. 출처=갈무리

왜 다양하고, 포용해야 하는가?
개인이 4개의 레이어로 대표되는 다양성을 가지고 있고, 이를 포용성이라는 액션으로 품어야 한다면 그 당위성은 무엇일까? 기업이 왜 다양해야 하고, 또 포용해야 하는 것일까?

이 CDIO는 다양한 연구결과로 이를 증명했다. 그는 "CEB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 조직이 다양성을 가지고 포용성을 확대할 경우 목표 달성율이 57% 증가하고 인재가 유출되지 않는 비율도 24% 늘어난다"면서 "동료들의 유대감도 21% 올라가며 자발적으로 일하는 빈도도 11% 상승한다"고 밝혔다.

기업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도 미친다. 이 CDIO는 "맥킨지 조사에 따르면 특정 기업에 다양한 문화와 인종이 포진했으면 수익성이 평균 33% 올라간다"면서 "특히 여성 임원이 많을 경우 수익성 측면에서 평균 21%의 성장세를 보이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BCG의 보고서에도 기업 조직의 다양성이 담보될 경우 혁신적인 제품이나 서비스를 창출할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말도 나왔다.

이 CDIO는 다양성과 포용성을 설명하며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기업 조직의 문화'를 거론하기도 했다.

그는 "오랫동안 기업의 다양성과 포용성을 연구하며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다양성이 풍부한 조직과 획일적인 조직의 성과를 비교하면 당연히 다양성이 풍부한 조직의 성과가 높다. 그런데 성과가 나온 후 다양성이 풍부한 조직은 스스로의 성과를 '낮다'고 보는 경향이 있다. '더 열심히 했어야 하는데' '더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라는 성찰이 이어진다"고 말했다.

반면 획일적인 조직은 상대적으로 낮은 성과를 거뒀음에도 스스로가 성과를 두고 자화자찬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설명이다. 이 CDIO는 "획일적인 조직은 성과가 나빴음에도 오히려 만족하는 경향이 있다"면서 "근거없는 자신감을 보인다"고 말했다.

이 CDIO의 연구는 '일은 못하면서 조직의 성과도 낮지만 스스로 자기가 일을 잘 하는 줄 착각하는 꼰대들의 탄생'을 설명한다. 이 꼰대들은 현재 기업 전체를 망치고 있으면서 '라떼는(나 때는) 말이야'를 외치며 자기의 과거를 미화해 그 속으로 숨어드는 경향을 보인다. 더 깊숙히 파고들자면, 조직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가지지 못한 상태에서 '초록은 동색 효과'에 빠져 자기의 상황이나 처지를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다고 볼 수 있다. 다양한 의견과 주장이 나오지 않는 조직이니 '그저 그런 비슷한 사람들'이 낮은 성과를 외면하고 무사안일주의를 택하게 되고, 이 지점에서 '낮은 성과'라는 명백한 현실을 인정할 수 없으니 과거로 도망쳐 '라떼'만 외친다는 뜻이다.

결국 악순환만 반복된다. 심지어 더 무서운 것은, 한 번 이런 상태에 빠지면 되돌리기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다양성이 담보된 조직은 다양한 의견으로 조직의 방향성을 세밀하게 정하지만, 획일적인 조직은 이러한 안전장치가 없다. 이 CDIO는 "다양성이 낮은 조직은 다양한 측면의 의견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당연히, 의사결정에서 오류 비율이 높다"고 말했다.

▲ 여성 이름이 붙은 태풍에 더 큰 피해가 나온다. 출처=갈무리

"여성 이름이 붙은 태풍에 더 많은 사람이 죽는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기업 조직 문화에 쉽게 스며들지 않는 이유 중 가장 많이 집중할 대목은 바로 '선입견'이다. 사람은 자기가 익숙한 것만 바라보며, 이는 다양성을 해치는 큰 요인이다. "서 있는 곳이 다르면 보이는 풍경도 다른 법"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의 큰 적인 선입견을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 놀랍게도 이 CDIO는 선입견을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입견은 극복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인정하고 체화시켜 다음 단계로 나갈 동력이라는 뜻이다.

이 CDIO는 "효율적인 운영만 추구한 기업 조직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만나면 당연히 선입견을 가질 수 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이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선입견은 '생존의 효율성을 극대화시키는 무기'다. 자기의 상황을 빠르게 인지해 필요한 정보만 습득하도록 도와 최종적으로 생존이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본능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선입견은 경험을 통해 습득하기 때문에 기업 조직에서 오랫동안 일한 사람은 당연히 선입견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 CDIO는 재미있는 사례로 '선입견의 강력함'을 소개했다. 단적인 사례가 태풍에 이름 붙이기다.

많은 기상학자들은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위험을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1960년대부터 태풍 및 허리케인에 사람 이름을 붙여오고 있다. 익숙한 명칭을 통해 사람들이 빠르게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2014년 영국의 조사팀이 발표한 데이터에 따르면, 여성 이름이 붙은 태풍이나 허리케인에 피해를 본 사람이 남성 이름이 붙은 태풍이나 허리케인에 피해를 본 사람보다 무려 3배나 많았다.

이유가 뭘까? 이 CDIO는 "태풍이나 허리케인의 규모에 관계없이 남자 이름이 붙으면 사람들은 강하고 무서운 재난이라 생각해 많은 대비를 하지만, 여성 이름이 붙으면 무의식적으로 약한 재난이라 생각해 대비에 소홀히 한다"면서 "우리 안의 선입견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이 CDIO는 "백인 여성과 아시아 여성이 바늘에 얼굴이 찔리는 사진을 보여줬을 때, 백인은 아시아 여성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고 아시아인은 백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했다"면서 "역시 선입견의 위력"이라고 말했다.

▲ 조직문화가 중요하다. 출처=갈무리

테크닉이 필요
결국 선입견은 우리의 본능이고, 또 단박에 넘을 수 있는 '산'이 아니다.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도 마찬가지다. 특히 한국처럼 획일적인 조직이 익숙해 이 방식이 효율적이라는 선입견에 빠진 상태에서, 선뜻 다양성과 포용성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일이다.

이 CDIO는 선입견을 인정하고 체화하면서 몇 가지 해법을 제시했다. 그는 "선입견을 넘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도구는 스토리텔링"이라면서 "아무리 다양성과 포용성이 좋다면서 데이터와 로직을 제시해도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 효과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스토리텔링은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전파하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이 CDIO는 "가장 핵심적인 기술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너무 아름다워서 허탈하다. 그러나 곰곰히 짚어보면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이 CDIO는 "획일적인 조직에 익숙한 사람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상황에 던져지면 겁이 나고 위협을 느낀다"면서 "왜 겁이 나고 위협을 느낄까. 그건 자기에 대한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간단한 논리다. 만약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감에 충만하다면 다양성을 포함한 새로운 가치에 더 마음을 열 수 있다. 공포는 두려움의 자식이다.

이 CDIO는 끊임없는 실패도 언급했다. 그는 "간혹 어떤 기업이 다양성을 지향하기 위해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면, 이는 비판받을 일이 아니아 칭찬받아야 할 일"이라면서 "조직 문화는 실패의 연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기본적인 개념을 이해하라"고 말했다.

다양성을 위해 힘을 합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 CDIO는 "우버에는 12개의 임플로이 리소스 그룹(ERG)가 있으며 여기에는 동성애자, 아시아인 등 소수자들이 모여있다"면서 "이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며 조직의 포용성을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는 '보여주기식'도 필요하다는 다소 파격적인 제안이다. 이 CDIO는 "만약 잠재력은 있지만 아직 능력이 부족한 여성 직원이 있다면 과감하게 임원으로 올려라. 보여주식이라도 상관없다"면서 "이러한 행보 자체가 조직의 문화를 다양성으로 이끄는 결정적 행보이자, 기업 외부의 브랜드를 올리는 일도 된다"고 말했다.

▲ 우버의 RCG가 소개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강인한 결단"
이 CDIO의 주장은 명쾌하다. 개인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4개의 레이어로 이해할 수 있다. 이런 상태에서 조직은 포용성이라는 액션플랜으로 다양성을 키워야 한다. 당연히 성과는 오를 수 밖에 없다. 다만 선입견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 하며, 이는 부수고 혁파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체화시켜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순서일 뿐이다. 이후 몇 가지 '기술'로 다양성과 포용성을 기르자.

논리는 심플하고 주장은 평범하면서도 파격적인데다 당위성은 무겁다. 그러나 선뜻 받아들여지지 않는 구석도 분명히 있다.

이 CDIO가 말한 '기술'중 보여주기식 시스템 재정비가 대표적이다. 잠재력있는 여성 직원을 무조건 임원으로 올려 겉보기에라도 다양성을 추구한다면, 이 과정에서 역차별이 나올 수 있다. 만약 능력있는 획일화된 남자 직원이 부당한 불이익을 보는 것은 아닐까. 이런 질문에 이 GDIO는 "개인으로 볼 때는 역차별이 될 수 있다"면서 "그러나 시스템 전체의 혁신을 끌어내야 한다"고 답했다. 역차별을 받는 사람에게는 다른 방식의 보상을 제시하고, 시스템 차원에서는 큰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말로 해석된다. 그 만큼 다양성과 포용성을 위한 강인한 결단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기업 조직에 중요한 개념이라는 것은 명확하지만, 문제는 착각이다. '라떼'만 찾는 부장님이 스스로의 조직을 다양성과 포용성이 있는 조직의 리더라고 착각할 수 있다. 업무 성과가 낮은데도 자신감을 가지는 착각도 하는데, 조직의 성격을 착각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닐까.

▲ 이보영 우버 다양성·포용 책임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이 CDIO는 다양성이 있는 조직과 획일적인 조직의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면 된다고 본다. 차이점을 읽어낼 수 있는 기술도 있다. 이 CDIO는 "두 조직의 차이점은 간단히 구분할 수 있다. 리더십을 발휘하는 집단이 모두 비슷한 배경이나 특징을 공유하고 있는지 보고, 의사전달이 하향식이냐 상향식이냐를 보라"면서 "이어 의사결정이 하나의 조직에서 이뤄지는 확인하고 가장 아래 직원과 가장 위 직원의 핫라인이 있는지, 상황에 맞는 균등한 임금을 제공하는지 보라"고 조언했다.

이 CDIO가 말하는 다양성이 있는 조직의 특징은 보는 각도에 따라 '조직의 의사결정을 무시하는' 것으로도 읽힌다. 그러나 이러한 강인한 결단이 있어야만 새로운 미래를 쏠 수 있다는 것이 이 CDIO의 주장이다.

또 하나 의문이 든다. 다양성과 포용성이 있는 조직도 중요하지만, 간혹 속도가 중요한 영역에서는 '몽골기병' 전략이 필요한 법이다. 이 때 다양성과 포용성을 '태평하게' 챙기는 일이 가능할까?

이 CDIO는 "우버의 이야기를 해야겠다"면서 "2017년 2월 우버의 여성 엔지니어가 자기의 피해사실을 공개한 후 조직은 크게 흔들렸다. 트래비스 칼라닉 창업주는 회사를 떠났고 내가 투입되는 일이 벌어졌다"면서 "사건이 벌어지기 전인 2015년, 실리콘밸리에는 다양성과 포용성에 대한 논의가 한창이었고 만약 그 때 우버가 그 개념을 받아들였다면 2017년 2월의 일이 있었을까?"라고 반문했다.

그는 "속도와 효율성이 중요한 조직이라고 해도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다양성과 포용성을 언젠가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시기는 빠를수록 좋다. 만약 여기에 실패하면 나중에 '어쩔 수 없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추구해야 하며 이 과정에서 아픔을 느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 우버는 그때의 우버와 다르다. 그러나 고통이 있었다. 우버의 사례를 보면, 왜 기업들이 다양성과 포용성을 받아들여야 하는지 잘 알 것이다. 그 시기는 빨라야 좋고, 나중에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 CDIO는 끝으로 "리더가 다양성과 포용성의 가치를 이해해야 한다"면서 "직원이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다. 결국 새로운 리더십이 필요한 순간"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