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미중 무역전쟁의 격렬한 파도가 순식간에 잦아들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7일(현지시간) 브리핑을 통해 “중국과 미국은 1단계 협상에 도달할 경우 기존에 부과됐던 관세를 단계적으로 취소하기로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면서 “긴밀하게 소통을 유지하고 있으며, 서로의 우려를 적절하게 해결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무부의 발표는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보도와 일맥상통한다. 당시 WSJ는 미 고위 관리의 발언을 인용해 두 나라가 단계적 관세 부과를 철회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사실상 중국의 판정승이라는 평가다. 경제 성장엔진이 주춤거리는 중국 입장에서 미국의 관세 부과는 상당한 부담이며, 이를 빠르게 철회시키는 것이 최우선 목표였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관세 부과를 통해 중국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한 바 있다. 이번 관세 부과 단계적 취소를 두고 미국이 한 발 물러났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심지어 첫 공식 발표 자체가 중국 상무부에서 나오기도 했다.

논란의 롤러코스터

두 나라는 지난달 미국 워싱턴에서 실무회의를 통해 미중 무역전쟁의 휴전을 의미하는 스몰딜에 합의했으나, 문서로 남길 수 있는 협정문을 남기지 않아 ‘미완의 협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의 한 축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입지가 급격하게 좁아지기 시작했다. 당장 탄핵정국이 시작됐다. 미국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사유를 정식으로 조사하겠다'는 결의안을 찬성 232표, 반대 196표로 통과시켰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게이트를 기점으로 출렁이던 탄핵론이 완벽하게 수면 위로 부상하는 순간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즉각 트위터에 "미국 역사상 최악의 마녀사냥이다(The Greatest Witch Hunt In American History!)"라는 트윗을 올리며 날을 세웠다. 여기에 장녀인 이방카 백악관 선임고문과 사위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을 비롯해 딕 체니 전(前) 부통령의 딸 리즈 체니 공화당 하원의원도 탄핵 정국을 비판하고 나섰다.

워싱턴 정재계에서는 아직도 트럼프 대통령 탄핵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 미 하원은 민주당이 장악했으나 미 상원은 여당인 공화당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 재선가도에는 먹구름이 끼고 있는 것이 맞다. 대통령 선거를 1년 앞두고 켄터키주, 버지니아주, 미시시피주, 뉴저지주에서 치러진 주지사 및 주의원 선거에서 공화당이 민주당에 참패한 점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공화당 승리가 당연시 됐던 미국 켄터키주 주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후보자가 당선되며 트럼프 대통령의 리더십은 큰 타격을 받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여러 가지 공격을 받으며 휘청이는 가운데,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은 상대적으로 탄탄대로를 걸었다.

중국 공산당은 지난달 31일 제19기 중앙위원회 제4차 전체회의(4중전회)를 통해 시 주석을 중심으로 하는 중국 특색 사회주의 체계를 더욱 강화한다고 밝혔다. 2035년 국가 통치체계 현대화 작업을 마무리하고 신중국 수립 100년인 2049년 세계 강국이 되겠다는 야망이다.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의 후계 구도에 대한 논의는 전혀 없었다. 중국 공산당의 여전한 존재감이 꿈틀거리는 가운데 중국은 시 주석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분위기다.

중국은 여세를 몰아 기술굴기 행보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27일 중국이 34조원의 반도체 펀드를 조성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한다고 보도했다. 중국 국영 담배회사 및 개발은행이 참여한 본 반도체 펀드는 액수 기준으로 메모리 반도체 2개 라인을 건설할 수 있는 비용이다. WSJ는 이를 두고 “중국의 반도체 군자금”이라고 표현했다.

5G를 넘어 6G의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한 행보도 시작됐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6G 연구개발에 돌입하는 한편 칩 설계 및 컴퓨팅 파워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국가 6G 이동통신 기술 연구 업무 개시 선포식까지 열었다. 중국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중국과학원 등 많은 관련 기관들이 6G 기술개발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골자다. 국가 6G 연구개발 업무팀과 전문가팀이 발족했으며, 이들은 사실상 중국의 6G 선봉장으로 여겨진다.

화웨이는 중국의 6G 전략에서 큰 공헌을 할 전망이다. 이달 초 중국에서 본격적인 5G 시대가 열린 가운데 그 중심에 화웨이 5G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6G의 흐름으로 나아가는 셈이다.

잔불은 남았다

미중 두 나라가 상대를 향한 관세를 단계적으로 철회하기로 결정하면서, 글로벌 경제는 안도의 한 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내년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입지가 좁아진 상태에서 자국 경제의 타격을 줄이기 위해 한 발 물러났고, 중국은 빠르게 관세 철회를 끌어내며 지루한 무역전쟁의 종지부를 찍으려 노력할 전망이다.

여러 가지 조건이 맞아 떨어지며 ‘미중 무역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조심스럽지만 낙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으나, 아직 ‘잔불’은 남았다는 평가다. 당장 지난달 워싱턴 실무협상에서 논의된 스몰딜의 실질적인 협상문 작성 장소가 뇌관이다. 아직 긴장의 끈을 놓지 말아야 하는 이유다. 나아가 백악관 내부에서도 이번 결정에 상당한 반발이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