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박자연 기자] 최근 HMR(가정간편식) 인기에 힘입어 국내 죽 시장이 뜨겁다. 본래 죽 시장은 ‘본죽’이나 ‘죽이야기’ 등 전문 오프라인 매장에 의해 좌우됐다. 그러나 이제는 전반적인 식품업계의 새로운 경쟁 시장으로 떠오르면서 재편되고 있다. 또한 용기 형태의 상온 죽으로 형성되던 시장이 파우치죽으로 변화하면서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 서울의 한 대형 할인마트에서 직원이 동원F&B의 양반 파우치죽을 정리하고 있다. 출처=동원F&B

용기에서 파우치로
시장조사기관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일반 대형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판매되는 상온 죽 시장 규모는 2015년 327억원에서 지난해 745억원으로 3년 만에 두배 이상으로 커졌다. 올해는 약 3배 정도 증가한 2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여기에 냉장죽과 외식 프랜차이즈 죽시장까지 합하면 총 5000억원 규모에 이를 예정이다. 

이처럼 죽 시장 성장에는 1인 가구 증가와 간편식 트렌드 확산이 작용했다. 최근 즉석 죽 제품은 간편하지만 맛과 영양을 동시에 갖춰 1인 가구나 맞벌이 가구를 중심으로 소비가 급격히 늘고 있다. 또한 HMR의 인기에 힘입어 즉석 죽에 대한 인식도 함께 바뀌고 있다. 과거 환자들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환자식 개념에서 건강식 개념으로 변화한 것이다.

특히 최근 죽 시장을 새롭게 견인하는 건 역시 ‘파우치죽’이다. 국내 죽 시장은 동원F&B가 1992년 국내 최초로 용기에 담긴 ‘동원참치죽’을 출시한 뒤 활성화됐다. 이후 30년 가까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용기죽’이 시장을 이끌어왔지만, 지난해 CJ제일제당이 비닐 재질의 봉지에 담긴 파우치 죽을 선보이면서 점차 제품의 종류가 다양해졌다.

▲ 상온 파우치 형태로 지난해 11월 출시된 비비고의 죽제품. 출처=CJ제일제당

관련 시장의 규모도 크게 성장했다. 업계에 따르면 파우치 죽 시장은 지난해 10월 3억 9400만원 규모로 전체 시장의 6% 정도였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CJ제일제당의 ‘비비고 파우치죽’ 출시 이후 점유율은 두 자릿수로 뛰고, 지난 8월에는 42억 2800만원으로 용기시장의 절반 이상으로 성장했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비비고 죽의 인기는 철저한 소비 트렌드 분석 하에 상온 HMR R&D 기술력을 기반으로 차별화된 맛 품질을 구현한 탄탄한 제품력에 있다”면서 “향후에도 지속적으로 전문점 메뉴의 파우치죽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해 ‘죽의 일상식화’ 트렌드를 주도하는 대표 제품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파우치 죽은 용기 죽에 비해 살균 시간을 줄일 수 있어 비교적 내용물을 그대로 유지하기 쉽다. 용기죽은 내용물을 넣고 끓여 완성한 후 장시간 살균하는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파우치죽은 포장재 안에 내용물을 넣어 조리와 살균을 동시에 진행한다. 파우치죽이 쌀알, 전복, 소고기 등 내용물의 식감이 직접 끓이는 죽과 비슷하다는 평가가 여기에서 나온다.

▲ 동원F&B 양반 파우치죽. 출처=동원F&B

너도나도 파우치죽 출시
소비자들의 입맛이 올라가면서 파우치죽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자 다른 업체들도 속속 파우치죽을 내놨다.

동원F&B는 지난 10월 ‘양반 파우치죽’을 출시했다. 용기죽으로 28년간 국내 죽 시장을 이끌어온 기술력으로 파우치죽 시장도 함께 견인하겠다는 계획이다. 양반 파우치죽은 전복죽, 쇠고기죽, 단호박죽, 밤단팥죽 등 4종으로 구성됐다. 시중 제품들은 일반적으로 죽을 미리 만들어놓기 때문에 공정 중 쌀알이 떡처럼 뭉쳐져 질감이 나빠지고 레토르트 과정에서 추가적인 열처리를 하면서 쌀알이 뭉개져 버린다. 반면 양반죽은 쌀과 각종 원물재료를 파우치에 함께 넣고 한번에 끓여내는 방식으로 열처리를 최소화하기 때문에 갓 만들어낸 품질 그대로 밥알이 살아있다는 회사 측의 설명이다.

동원F&B 관계자는 “용기·파우치죽 투트랙 전략을 중심으로 올 하반기에는 죽 전문점 수준의 프리미엄 용기죽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 풀무원 슈퍼곡물죽. 출처=풀무원

풀무원도 지난 10월 슈퍼 곡물을 사용해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는 ‘슈퍼곡물죽’ 3종을 선보였다. 슈퍼곡물죽은 ‘귀리소고기죽’, ‘현미전복죽’, ‘오곡삼계죽’ 3종으로 각각 용기형과 파우치형으로 출시됐다. 슈퍼곡물죽은 기존 죽 제품과 달리 씹는 맛을 극대화했다. 기존의 시판 죽은 전문점에 비해 밥알이 너무 풀어지고 씹힘이 없다는 특성 때문에 먹는 만족감도 떨어뜨리고 포만감도 부족한 단점을 보완했다. 죽에 씹는 느낌이 살아나는 슈퍼 곡물을 넣어 든든한 한 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했다.

가장 최근에는 오뚜기까지 파우치 죽 시장에 뛰어들었다. 오뚜기는 아침대용식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한 프리미엄 간편식 ‘오즈키친 파우치죽 4종’을 출시했다. 오뚜기가 용기 죽이 아닌 파우치 형태의 상품 죽을 선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에 선보인 신제품은 ‘오즈키친 전복죽’, ‘오즈키친 영양닭죽’, ‘오즈키친 단호박죽’, ‘오즈키친 동지팥죽’ 총 4종으로 좋은 품종의 쌀과 신선한 원재료가 큼지막하게 들어있는 프리미엄 제품이다. 오뚜기는 이번 신제품 출시와 함께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펼쳐 파우치죽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오뚜기 관계자는 “간편하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오즈키친 파우치죽’ 신제품을 출시했다”며, “용기죽에 이어 파우치죽 시장에서도 다양한 마케팅 활동으로 시장을 공략할 것”라고 말했다.

▲ 오즈키친 파우치죽 4종. 출처=오뚜기

재편되는 죽 시장 어떻게 될까
국내 죽 시장은 당분간 파우치죽이 견인할 예정이다. 오뚜기의 파우치죽 진출도 시장 경쟁을 더욱 격화시킬 전망이다. 다만 여전히 시장점유율에서 변동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동의 1위 자리를 지키던 동원F&B를 CJ제일제당이 바짝 추격하면서다. 지난해 즉석죽 시장에서 동원의 점유율은 60%였으나 지난 8월 기준 43%로 축소됐다. 이 기간 CJ제일제당은 4%에서 38%로 성장했다.

반면 파우치죽 시장에서는 CJ제일제당이 파우치죽 시장에서 67%의 점유율을 차지하며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는 심지어 동원F&B가 올해 7월 파우치죽 신제품을 선보이면서 하락한 수치다. 동시에 시장 규모는 더욱 커졌다. 실제로 이 기간 시장 규모는 전월 대비 약 2배 커졌고, CJ제일제당의 점유율은 떨어졌지만 판매량은 줄지 않았다.

동원F&B는 7월 신제품 출시 이후 파우치죽 시장에서 점유율이 3%에서 31%로 확대됐고, 8월은 전월보다 조금 떨어진 27%의 점유율을 나타냈다. 이렇듯 파우치죽 시장이 계속해서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에, 앞으로도 기업들은 특히 파우치죽의 라인업 확대를 통해 시장에 대응할 것으로 분석된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마지막 오뚜기의 파우치죽 진출로 CJ제일제당, 동원F&B와 함께 시장점유율을 서로 차지하고 경쟁구도를 보일 것”이라면서 “이는 점점 파우치죽 시장 파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