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 롯데쇼핑 IR자료

[이코노믹리뷰=박정훈 기자] 유통업계의 업황이 어렵고, 대기업 유통업체들의 상황은 대부분 좋지 않다. 이에 유통업체들은 3분기 실적의 부진을 예상하고 미리 ‘마음의 상처’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다. 문제는 그 부진이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이었을 때의 충격이다. 그런데 그 일이 일어나고야 말았다. 7일 발표된 롯데쇼핑 3분기 실적은 업계의 모든 예상을 밑도는 수준을 기록했다. 

투자업계는 롯데쇼핑의 실적발표 이전부터 3분기 실적의 부진을 ‘어느 정도’ 예상했다. KB증권 이동현 연구원은 롯데쇼핑의 3분기 연결 실적은 매출 5조9919억원, 영업이익 151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다. 이는 각각 지난해 대비 3%, 24% 감소한 수치를 전제한 것이다. 유진투자증권 주영훈 연구원은 매출 4조4653억원(-4.5%, YoY), 영업이익 1512억원(-24%, YoY)으로 전망했고 메리츠종금증권 양지혜 연구원은 매출 4조5200억원(-3.3% YoY), 영업이익 1357억원(-31.8% YoY)을 전망했다. 

3분기 롯데쇼핑의 실적은 투자계와 업계가 악재를 최대한 반영한 예상보다 ‘더 안 좋은’ 실적으로 모두를 놀라게 한다. 7일 발표된 공시에 따르면 롯데쇼핑은 연결기준 3분기 매출 4조4047억원 영업이익 876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5.8% 줄었고 영업이익은 56% 감소했다. 당기순손실은 232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이는 롯데쇼핑 사업의 근간인 오프라인 유통채널의 부진에서 비롯됐다. 무엇보다 뼈아픈 것은 대형 할인점(롯데마트) 부문의 부진이었다. 롯데마트의 할인점 부문은 매출 1조6637억원, 영업이익 123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대비 2.6% 감소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1.5% 줄었다. 더 안타까운 것은 판관비용을 약 79억원 줄이는 등으로 허리띠를 졸라맸음에도 부진의 큰 흐름을 바꾸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유는 명확했다. 온라인 유통채널 그리고 경쟁사의 대형 할인점과 경쟁하기 위한 가격 할인 전략으로 인한 비용의 부담과 마진율의 감소가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다. 

▲ 3분기 매우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롯데마트. 출처= 롯데쇼핑

여기에 전자제품전문점 롯데하이마트는 매출 9836억원, 영업이익 334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각각 11.6%, 48.4% 감소한 수치를 기록했고 롯데슈퍼는 23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으로 하락세의 끝을 보여줬다.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유니클로’의 국내 운영 주체인 에프알엘코리아와 롯데쇼핑 e커머스 사업부문 등이 포함된 기타 사업부문은 약 63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기타사업부문은 지난해 같은 기간 107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그나마 체면을 차린 것은 롯데쇼핑의 백화점 부문이었다. 3분기 백화점 부문은 매출 7322억원, 영업이익 104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지난해 대비 1.9% 감소했으나 신세계와의 경쟁에서 승리하며 상권을 확보한 인천터미널점의 수익 반영으로 영업이익은 16.8% 증가했다.

부진의 원인은 명확하다. 경쟁 오프라인 채널과 온라인 마켓을 동시에 견제하는 목적의 가격 할인 프로모션 등으로 대형할인점은 수익성이 악화됐다. 여기에 내년 중 정식 온라인 플랫폼이 출범될 이커머스 사업부는 아직은 버는 돈보다 들어가야 할 돈이 많은 시기인 준비 단계다. 중심이 되는 사업 부문인 오프라인 채널이 안정적으로 수익을 올려줘서 이커머스가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오프라인의 상황이 좋지 않은 ‘이중고’인 것이다. 일본 브랜드 불매운동의 영향을 직간접적으로 받는 ‘롯데 한정’의 특수 악재도 고스란히 실적에 반영됐다.   

특수 상황을 배제한 나머지 요인으로 인한 실적 부진은 롯데쇼핑만의 고민은 아니다. 롯데의 경쟁사인 신세계의 유통사업부문 이마트가 지난 2분기 창사 이래 최초로 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충격을 받은 것과 비교하면 어떤 면에서 지난해보다 줄어들긴 했지만 플러스 영업이익을 기록한 롯데쇼핑은 양호한 편으로도 볼 수 있다. 아직(7일 기준) 발표되지 않은 이마트의 3분기 실적에 대한 투자계의 예상도 롯데쇼핑의 실적 발표 전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럼에도 장기적 관점에서 롯데쇼핑에 대한 기대감은 남아있다. 다양한 방법으로 이뤄지는 롯데그룹 차원의 지원이 예정돼있기 때문이다.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이 유통 부문에 대한 12조5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약속했다. 더불어 유통부문이 보유하고 있는 부동산 자본 유동화를 통한 현금 확보를 도모한 롯데리츠가 상장 첫날부터 상한가를 기록하는 등으로 좋은 분위기를 이어 나가고 있는 것은 기대가 되는 부분이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올해 3분기는 온-오프라인 유통채널들의 경쟁이 격화된 것과 더불어 각 채널들의 최저가 경쟁이 다시 일어나는 등으로 롯데쇼핑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라면서 “내년 3월로 예정된 이커머스 플랫폼의 성공적 구축, 물류혁신을 통한 비용의 절감 등으로 실적을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3분기 롯데쇼핑의 실적은 확실히 나빴지만, 국내 유통업계 전반의 상황을 고려해보면 '어쩔 수 없었던' 부분도 있었다"라면서 "관건은 롯데쇼핑의 이커머스 사업부문이 안정적으로 자리잡을 때까지 어떻게든 잘 버텨내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