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올해 5G 원년이 열린 가운데 글로벌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6G 전쟁이 시작될 조짐이다. 5G의 완전한 상용화도 이뤄지기 전이라 일각에서는 ‘성급하다’는 반응도 나오지만, 기술 표준 및 시장 트렌드를 초반에 장악하려면 ‘지금부터 6G 시대를 준비하는 것이 맞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 6G 시대에 시선이 집중된다. 출처=갈무리

1G부터 6G까지

현재 우리가 체감하기 시작한 5G의 G는 Generation, 즉 세대를 의미하며 이동통신의 발전을 나누는 척도다. 하나의 기술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해당 세대의 대표적인 기술들을 통칭한다.

1G는 이동통신을 처음 가능하게 만들어준 기술이다. 에릭슨이 개발한 북유럽 표준 NMT(Nordic Mobile Telephone) 방식과 영국표준 TACS(Total Access Communication System) 방식, 프랑스 표준 RC 2000(Radiocom 2000) 방식, AMPS(Advanced Mobile Phone System) 방식, 독일 표준 C-450 방식(독일, 포르투갈) 등 5가지 방식이 존재하며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이 1984년 처음 시작했다.

2G는 아날로그 음성신호를 디지털로 변환해 전송하는 기술의 통칭이며 유럽식인 GSM(Global System for Mobile communications)과 미국식인 CDMA가 존재한다. 3G에는 WCDMA와 HSDPA(고속 하향 패킷 접속) 등이 존재한다. 1G는 이동하며 즐기는 통신, 2G는 문자 메시지의 개발에 따른 사용자 경험 확대, 3G는 모바일 인터넷의 태동기라는 상징성이 있다.

반면 4G와 5G의 시대는 속도에 방점이 찍힌다. 4G는 LTE의 시대며, 5G는 속도 측면에서 4G의 20배다. 4G는 최대 전송속도가 1Gbps인 반면, 5G는 20Gbps기 때문이다. 이용자 체감 전송속도에도 차이가 난다. 4G는 10Mbps의 이용자 체감 전송속도를 기록하는 반면 5G는 최대 1000Mbps가 가능하다. 처리지연속도는 4G가 10ms(밀리 세컨드, 1000분의 1초)인 반면 5G는 1ms에 불과하며 최대기기 연결수는 4G가 10만대인 반면, 5G는 이론상으로는 100만대다.

6G는 4G에서 5G로 이어진 네트워크 속도의 비약적인 성장을 끌어낸다. 다만 5G와 비교해 ‘얼마나 빠른 속도를 내야 하는가’에 대한 논의도 시작하지 못했다. 일종의 무주공산인 셈이다. 일각에서 6G를 아직 ‘beyond 5G(비욘드) 5G’로 부르며 5G의 연장선 이상으로 개념을 확장시키지 못한 이유다.

▲ 두르가 말라디 퀄컴 수석 부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출처=퀄컴

치열한 경쟁

1G부터 5G까지 이르는 동안 각 기업의 개발주기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실제로 KT에 따르면 5G 기술 개발주기는 상용화 기준, 4G에 비해 무려 21개월이나 빨랐다. 두르가 말라디 퀄컴 수석 부사장은 "10년 전 처음 4G가 상용화 될 때 4개의 사업자만 존재했으나 5G 상용화 첫 해에는 20개가 넘는 사업자가 활동하고 있다"면서 "4G 초기에는 핸드셋 정도에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지금은 다양한 사업자가 관심을 보여주는 등 생태계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6G의 시대에도 통용되는 ‘가속도의 법칙’이다.

6G 시대를 위한 치열한 경쟁의 선봉에는 한국이 있다. 5G 세계 최초 상용화를 끌어낸 한국은 6G 시대에도 발 빠른 행보를 보여준다는 각오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움직이고 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 6G 연구개발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위한 첫 관문인 기술성평가를 통과했으며, 이를 통해 민관합작으로 976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이는 과기혁신본부에 제출됐으며, 최종결과는 내년 4월에 나온다는 설명이다.

과기정통부는 6G 실현을 위해 인공지능 등 지능형 플랫폼과의 연계를 비롯해 14개의 과제를 선정했으며, 유선장비까지 초저지연 기술이 가능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타진한다는 설명이다. 당연히 5G 시대에서도 미완의 영토로 남은 초고주파도 6G 시대의 과업이 될 전망이다.

국내 기업들도 6G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대표적이다.

올해 초 나란히 6G 연구개발조직을 만든 두 회사는 5G 기술의 고도화를 위한 적극적인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협력의 핵심은 28GHz 차별화, 초고신뢰 저지연 통신(Ultra Reliable and Low Latency, URLLC), 자율주행차량 및 드론용 V2X(Vehicle-to-Everything) 통신, 5G SA(Stand-Alone) 망 진화, 다중 안테나 기술 고도화(MIMO Enhancement), 5G 인빌딩 솔루션 연구와 상용화며, 상용 서비스 출시와 관련해서는 전방위적인 협력이 골자지만 미래에는 6G로의 개발도 염두에 두고 있다.

박진효 SK텔레콤 ICT기술센터장(CTO)은 “이번 협약이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글로벌 5G 리더십 강화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면서 “SK텔레콤은 파트너사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세계 최고의 5G 품질 확보 및 향후 6G 이동통신 기술의 진화에도 앞장 설 것”이라고 밝혔다. 전재호 삼성전자 네트워크사업부 개발팀장은 "현재 상용화된 5G의 망 최적화와 고도화에 부족함이 없도록 SK텔레콤과 지속 협력할 것"이며 "SK텔레콤과의 개발 협력을 통해 5G에 더하여 향후 펼쳐질 6G 시대를 함께 열어갈 것"이라고 밝혔다.

SK텔레콤은 노키아 및 에릭슨과도 6G에서 협력하고 있다. 핵심은 초고신뢰·저지연 통신(Ultra Reliable and Low Latency, URLLC), 안테나 분산형 다중 안테나 기술(Distributed MIMO), AI 기반 망 고도화, 28GHz 차별화, 5G SA(Stand-Alone) 망 등을 연구하고 상용망에 적용하는 것이 골자지만, 그 연장선에서 6G 기술개발에 대한 뜻도 함께하고 있다.

LG전자도 올해 카이스트와 함께 6G 영토개척에 나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 SKT와 에릭슨의 6G 협력. 출처=SKT

5G 최초 상용화를 끌어낸 한국의 기세가 상당하지만, 가장 적극적으로 움직이는 곳은 중국이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말 6G 연구개발에 돌입하는 한편 칩 설계 및 컴퓨팅 파워 등 다양한 영역을 아우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국가 6G 이동통신 기술 연구 업무 개시 선포식까지 열었다. 중국 과학기술부를 중심으로 중국과학원 등 많은 관련 기관들이 6G 기술개발을 위해 힘을 모으는 것이 골자다. 국가 6G 연구개발 업무팀과 전문가팀이 발족했으며, 이들은 사실상 중국의 6G 선봉장으로 여겨진다.

화웨이는 중국의 6G 전략에서 큰 공헌을 할 전망이다. 이달 초 중국에서 본격적인 5G 시대가 열린 가운데 그 중심에 화웨이 5G 네트워크가 작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6G의 흐름으로 나아가는 셈이다.

미국은 아직 6G에 있어 학계를 중심으로 논의가 시작되는 등 본격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의 행보에 시선이 집중된다.

일본은 5G 시대에서 경쟁국에 한 발 늦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술적인 측면도, 시기적인 측면도 모두 한국과 중국 및 미국에 압도당하고 있다. 2020년 도쿄 올림픽을 기점으로 5G 상용화에 나서는 것이 현재까지 나온 일본의 통신발전 로드맵이다.

6G에서는 ‘두 번 당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미국의 인텔과 만나 벌써부터 기술협력의 의지를 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인텔과 일본의 소니, NTT는 2020년 미국을 무대로 IOWN’(Innovative Optical and Wireless Network) 글로벌 포럼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엣지 컴퓨터 등 다양한 ICT 기술을 총망라하는 가운데 6G 시대의 협력이 포럼의 중요한 아젠다로 설정된 장면이 눈길을 끈다. 인텔은 5G 모뎀칩 정국에서 애플과 협력해 퀄컴의 아성에 도전했으나 사실상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글로벌 5G 경쟁에서 밀린 일본과의 협업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들을 ‘와신상담 군단’으로 명명하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