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곽철용 신드롬'이 최근 SNS 및 인터넷 커뮤니티를 강타한 가운데 벌써부터 '포스트 곽철용'을 적극적으로 찾는 행보가 이어지고 있다.

▲ 그는 예림이를 향한 불타는 사랑을 멈..췄다. 아귀 만나고 나서. 출처=영화사 갈무리

포스트 곽철용?
6일 SNS 및 커뮤니티에서는 배우 권태원이 자주 회자되고 있다. 그는 영화 기준 '우묵배미의 사랑'(1990년)에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일부 SF 매니아들 사이에서 전설의 영화로 불리는 '홍길동 대 터미네이터(1993년)'도 출연한 중견 연기자다. 홍길동 대 터미네이터는 피키캐스트에서 카카오페이지로 이적한 고품격 영화 비평 웹툰 '부기영화'가 연재처 변경 첫 회에 다루며 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 외에도 비열한 거리(2006년), 화려한 휴가(2007년), 각시탈(2012년), 내부자들(2015년) 등 다양한 영화에서 필모그래피를 쌓은 그가 최근 유력한 포스트 곽철용으로 거론되는 이유에 시선이 집중된다. 그가 소위 '뛰어난 호구 연기'를 선보이며 대중에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우연히도 곽철용 신드롬의 시발점인 영화 타짜1(2006년)이다. 배우 권태연은 당시 영화에서 호구(혹시나 싶어 영화사 정보를 찾아보니 정말 배역이 호구로 되어있다) 역할을 맡아 극에 풍성한 재미를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묻고 더블로 가" "화란아 나도 순정이 있다" "마포대교는 무너졌냐?" "어이, 젊은 친구, 신사답게 행동해"라는 주옥같은 명대사로 대중을 매료시켰던 곽철용의 존재감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배우 권태연의 찰진 대사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김혜수 배우가 연기한 '예림이'에 빠져 도박의 세계에 깊숙하게 발을 내딛으면서 "예림이! 우리 오래가자" "예림이 이런식으로 나한테 이별을 통보하는 거야?" 라는 대사로 극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고니와 아귀의 마지막 전투에서 뒤로 빠지며 선장에게 바둑을 가르쳐주는 장면도 큰 인기를 누렸다.

백미는 마지막 전투의 향배를 가리는 화투장 확인. 당시 권태연 배우는 "예림이, 그패 봐봐! 혹시 장이야?"라는 대사로 극의 긴장감을 높이는 역할을 했다.

비단 타짜1에서만 그의 진가가 발휘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영화 신세계(2012)에서 호..아니, 폭력조직의 원로인 박이사 역할을 맡아 후배들에게 쩔쩔매는 모습으로 큰 호평을 받았다. 또 범죄와의 전쟁(2012년)에서는 호..아니, '허'사장 역할을 맡아 극 초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곽철용, 아니 김응수 배우가 타짜1을 통해 중후하면서도 왠지 웃음이 나오는, 그러나 선 굵은 대사로 2019년의 넷심을 흔들었다면 배우 권태연은 다소 소심하고 쪼잔한 연기로 2019년의 넷심을 흔들고 있다. 그러면서도 극의 긴장감이 최고치에 이르는 순간 나오는 그의 '웃음 터지게 만드는 대사'에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고 있다. 왠만한 커뮤니티에서 권태연 배우에 대한 '짤방'이 벌써부터 난무하는 배경이다.

김응수 배우가 '국민 깡패' '국민 곽철용'이 된 것 처럼, 권태연 배우도 '국민호구'가 될 수 있을까. 한 네티즌은 두 사람을 비교하며 권태연 배우에게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말한다. 그는 "곽철용이 주목받은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 중에서 곽철용이 '재평가가 시급한 CEO'로 회자된 것이 컸다"고 말한다. 궁금증이 생겨 메신저로 물어보니 그는 "곽철용은 언제든 고니를 압도할 무력이 있었으나 정정당당하게 화투판(사실 커피에 약타는 등 정정당당하지는 않았지만)에서만 승부를 보려했고, 고니와 같은 인재를 보고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너, 나와 같이 일할 생각이 없냐'며 제안하는 대인배의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곽철용 신드롬의 결실은 다양하지만, 그 배경이 되는 원동력에는 '의외의 감성'이 있다는 뜻이다.

권태연 배우가 연기한 배역들은 아쉽게도 이러한 인사이트가 없다. 그러나 또 다른 네티즌은 "권태연 배우의 호구 역할은 상황을 반전시키고 고조시키는 역할을 했다"면서 "또 다른 묘미가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티즌들에게 질문할 때는 심각했는데, 지금 기사를 쓰고보니 무슨 글을 쓰고있는지 모르겠다.

"스타는 우리가 만든다"
곽철용 신드롬 이전에 김두환 신드롬(김영철 배우)가 있었고, 범죄의 재구성(2004) 싸움의기술(2005년)의 김선생(백윤식 배우) 신드롬이 있었다.

이러한 신드롬의 공통점은 대중에 익숙한 중견배우라는 점과, 그들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극에서 독특한 매력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좁혀진다. 이는 권태연 배우도 충분히 해당된다.

나아가 '우리의 스타는 우리가 만든다'는 넷심의 행보에도 시선이 집중된다. 아이돌 그룹의 팬덤이 "우리 오빠들"을 위해 자발적으로 홍보활동을 벌이는 것처럼, 넷심도 비슷한 현상을 간혹 연출하는 편이다. 다만 '멋짐'보다는 레트로 열풍을 실감하게 만드는 소재에, 재미에, 의외의 반전을 노리는 편이 강하다.

이러한 특색은 일반적으로 보이는 자발적인 팬덤보다 더 강력한 응집력을 보여준다. 넷심이 뭉쳐 '우리의 스타'에 주목하면 그와 관련된 파생 콘텐츠가 엄청나게 쏟아지는 장면이 대표적이다. 이는 '멋짐'만을 위해 뭉친 아이돌 팬덤 이상의 파괴력이며, 문화현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