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귀난치유전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차세대 의약품 유전자 치료제가 주목된다. 화이자 아시아 클러스터 의학부 총괄 브라이언 샤피로(Bryan Shapiro) 대표가 화이자의 유전자 치료제 비전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황진중 기자

[이코노믹리뷰=황진중 기자] 단 한 번 투약해 완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는 노바티스의 척수성 근위축증(SMA) 유전자 치료제 ‘졸겐스마’가 시판 중인 가운데 희귀난치 질환 부문에서 유전자 치료제가 차세대 의약품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만 유전자 치료제 개발과 관련해 높은 약가 문제와 면역 반응 등이 여전히 해결해야할 문제로 부각되고 있어 주목된다.

유전자 치료제 뭐길래?

유전자 치료제로 유명한 의약품은 노바티스가 개발한 SMA 소아 환자 대상 일회성 치료제 ‘졸겐스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지난 5월 2세 이하 소아를 대상으로 졸겐스마 품목허가를 최종 승인했다. 가격은 212만 5000달러로 한화로는 약 25억원이다. 이는 단일 치료제로 전 세계에서 최고가다.

유전질환은 대개 약 3만개로 구성된 유전자 중 일부가 변이에 따라 단백질 누락, 비정상 기능 등이 나타날 때 발생할 수 있다. 유전자 치료는 올바른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체내의 표적 조직에 전달해 누락된 단백질이나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단백질을 생성시켜 조직이나 세포의 기능을 회복하는 차세대 치료법으로 분류된다. 업계 전문가는 “유전자를 치료제처럼 사용해 세포 단위에서부터 질병 근본 원인을 공략해 단 한 번의 치료만으로 환자의 삶의 질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 졸겐스마 제품 모습. 출처=노바티스

유전자 치료는 증상 및 질병 진행 관리에 중점을 두던 기존 의약품이나 치료법과는 달리 세포 수준에서 질병 근본 원인 개선을 목표로 하므로 희귀유전질환 분야에서 높은 가능성이 기대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유전자 치료제는 2012년 글리베라가 허가를 받은 후 올해까지 8개 유전자 치료제가 미국이나 유럽에서 시판허가 승인을 받았다.

업계에 따르면 희귀질환 약 7000종 가운데 80%가 유전질환에 해당한다. 전 세계에서 희귀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약 3억 5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는 “유전자 치료제는 단 한번 치료를 통해 환자의 평생 치료 부담에서 자유롭게 할 수 있고, 의료 시스템 효율을 높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면서 “최근 유전자 치료제 임상 연구 및 상업화에 대한 기반이 마련되면서 희귀유전질환 환자들을 위한 치료 가능성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제약사, 유전자 치료제 바이오테크 인수 활발

FDA가 세포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한 지핌문서 등을 지속해서 발표하는 가운데 글로벌 제약사는 유전자 치료제 바이오테크 인수를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글로벌 제약사 로슈는 스파크 테라퓨틱스를 48억달러에 인수했다. 이 기업은 로슈 그룹 내에서 독립적으로 운영된다. 스파크 테라퓨틱스는 미국과 유럽에서 상업화에 성공한 희귀 안과질환 유전자 치료제 ‘룩스투나’를 시판해 AAV 기반 치료제 개발 분야를 이끌고 있다.

바이오젠도 희귀 안과질환 유전자 치료제 파이프라인을 확보하기 위해 나이트스타 테라퓨틱스를 8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나이트스타는 주로 남성에게 발병하는 맥락막결손(CHM) 치료용 유전자 치료제 ‘NSR-REP1’ 등을 개발 중이다. 바이오젠 관계자는 인수 당시 “잠재령을 보유한 2개 유전자 치료 자산을 확보해 안과 분야로의 진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글로벌 세포 유전자 치료제 임상 수. 출처=미국재생의료연합연구회

화이자는 지난 3월 유전성 간질환에 대한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프랑스계 바이오테크 비벳 테라퓨틱스의 지분 15%를 확보했다. 비벳은 우리슨병 치료용 유전자 치료제 ‘VTX-801’을 개발 중이다. 윌슨병은 인체 내에서 간이나 중추신경계를 포함한 다른 장기에 구리가 과다하게 축적되는 유전질환이다. 치료법은 간 이식이 유일하다.

화이자는 신경근육‧중추신경질환 유전자 치료제를 개발하는 밤부테라퓨틱스를 1억 5000만달러 규모로 인수한 후 유전자 치료제 생산시설을 짓기 위해 5억달러를 추가로 투자할 방침이다. 지속해서 유전자 치료제 연구개발(R&D)에 투자를 하고 있다.

화이자 아시아 클러스터 의학부 총괄 브라이언 샤피로(Bryan Shapiro) 대표는 “화이자는 유전자 치료제와 관련해 전략적 투자와 동시에 연구 등 처음부터 시판까지 가능한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면서 “화이자가 1차적인 협력 파트너가 되길 기대한다. 희귀유전질환을 앓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것이 비전”이라고 말했다.

유전자 치료제, 정책‧비용‧면역반응 해결 필요

차세대 의약품으로 기대를 받는 유전자 치료제 분야에도 해결해야할 난제가 많다. 이는 정책, 비용, 면역반응 등으로 구분된다. FDA는 2020년까지 해마다 200개 이상의 세포 유전자 치료제 임상허가신청(IND)이 접수될 것으로 예상하고 2019년 주요 정책으로 세포 유전자 치료제 전담 인력을 추가로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FDA는 세포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둘러싼 업계 동향이 1990년대 후반 항체 의약품 개발 당시와 유사하다고 판단했다. 항체 의약품은 이후 주류 치료 방법 중 하나가 됐다. 업계 전문가는 “각 국 규제와 행정 관련 부문을 보면 이는 의학 혁신에 발 맞춰 만들어진 것이 아니므로 더 업데이트가 될 필요가 있다”면서 “환자들이 치료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유전자 치료 벡터 작용기전. 출처=화이자

유전자 치료제는 최신 연구가 필요한 만큼 R&D 비용과 약가 관련해서도 논란이 많다. 화이자는 유전자 치료제 개발‧생산시설 구축 등에 5억달러를 투자할 방침을 밝혔고, 노바티스는 스파크 테라퓨틱스 ‘룩스투나’에 대한 미국외 판권을 확보하기 위해 1억 7000만달러에 이르는 계약을 체결했다. 글리베라 가격은 11억 5000만원이고, 졸겐스마 미국 판매 가격은 25억원이다. 화이자 관계자는 “가격에 대해 말하는 것은 아직 시기 상조로 보인다”면서 “보건의료 급여 시스템을 보면 유전자 치료제가 보여주는 안정적인 반응 등에 대해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연구부문에서는 면역 반응에 대한 문제가 가장 주목된다. 환자의 면역체계가 인체에 투여된 유전자 치료제를 병원체로 오인해 항체를 만들어 치료 효과를 방해할 수 있다. 다시 유전자 치료제를 투여했을 시 치료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업계 전문가는 “면역 반응 문제 때문에 개발 중인 유전자 치료제들은 대개 일회성으로 사용하는 용도로 만들어지고 있다”면서도 “유전자를 정상적으로 만드는 것이므로 한 번 투약만으로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다양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