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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 인수 첫발 뗀 현대重, 해결과제 산더미일본·EU 심사에 노조·갑질문제까지
   
▲ 현대중공업 도크 모습. 출처=현대중공업

[이코노믹리뷰=이가영 기자] 지지부진하던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 절차가 첫발을 내딛었다. 최근 카자흐스탄의 기업결합심사를 성공적으로 통과한 것. 현대중공업은 모든 심사가 순조롭게 진행 중이라며 가까운 시일 내 마무리를 자신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본 계약 체결 때부터 불거진 노조의 반발과 졸속매각 논란, 하도급 갑질 문제 등 최종 인수 까지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더미라는 지적이 나온다.

카자흐스탄 기업결합심사 통과했지만…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카자흐스탄 경쟁당국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 승인을 통보했다. 현대중공업은 “(카자흐스탄 측이) 관련 시장의 획정, 경쟁제한성 평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이견 없이 승인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중공업이 지난 8월 카자흐스탄에 기업결합을 신청한지 대략 3개월 만에 이뤄진 일이다. 

기업결합은 인수합병이나 합작법인 설립과 같이 기업 간 사업 활동에 관한 의사결정이 통합되는 것을 말한다. 다만, 기업결합을 통해 경쟁사업자가 결합해 독과점 시장이 형성될 수 있으므로 경쟁당국은 이를 심사해 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여러 국가의 고객을 대상으로 사업을 하는 회사들 간의 기업결합은 매출액과 자산, 점유율 등 해당 국가의 기준에 따라 심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 현대중공업은 EU(4월)와 한국 및 중국(7월), 싱가포르 및 일본 (9월) 등 5개국에서 기업결합 심사를 진행 중이다. 아직 중국과 싱가포르 등은 기업결합 심사와 관련된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과는 일본의 공정취인위원회에 대해 신고를 위한 상담 수속을 진행하고 있으며, EU의 경우 예비협의를 거쳐 이달 EU 집행위원회 본심사 신청을 앞두고 있다. 

기업결합심사는 심사 자체가 통상적으로 수개월이 걸리는 데다 각 국의 판단을 쉽게 예측하기 어려워 승인여부를 섣불리 예단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중공업은 연내 심사 마무리를 자신한 바 있다. 조영철 현대중공업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앞서 주요 기관투자자 설명회를 통해 “내부적인 검토 결과 충분히 결합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 올해 말에 심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선업계는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가 녹록치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 일지. 출처=현대중공업 및 언론보도

일본·EU 기업결합 심사, 난항 우려

해외 경쟁당국의 결합심사에서는 일본과 EU과 복병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선 한일관계가 악화되면서 일본이 인수합병 작업에 몽니를 부릴 수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일본은 앞서 지난해 한국 정부의 조선업 구조조정 대책으로 일본 조선산업의 피해가 발생했다며 세계무역기구(WTO)에 정식으로 제소한 전례도 있어 기업결합 심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마냥 호의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일본은 세계 선박 발주량 3위에 드는 국가인 만큼 일본이 합병을 승인하지 않으면 인수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아울러 EU 집행위원회는 그 어떤 나라보다 엄격하게 기업결합 절차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어려움이 가중될 전망이다. EU의 기업결합 심사는 예비 협의를 거쳐 본 심사로 넘어가며, 본 심사는 또 다시 1단계(일반심사)와 2차(심층심사)로 나뉜다. 일반심사에서 과점 여부 등에 대해 최종 결론을 내지 못했을 경우 심층심사를 실시한다. 사안에 따라 심사 기간은 4∼6개월가량 두는 것으로 알려진다.

EU집행위원회는 앞서 독일 지멘스와 프랑스 알스톰의 철도 사업부문 합병 계획에 대해 독과점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합병을 불승인한 바 있다. 또한 최근에는 독과점 가능성을 이유로 유럽 대형 크루즈 조선사 2곳인 핀칸티에리와 아틀란틱조선의 합병에 제동을 걸었다. 심층심사를 실시하기로 한 것. 

핀칸티에리와 아틀란틱조선소는 크루즈선 제작업계에서 손꼽히는 대형업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인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올 7월 선박수주잔량 기준 핀칸티에리(31.73%)와 아틀란틱(26.14%)의 크루즈 시장점유율은 58%에 달한다. 

EU집행위원회는 핀칸티에리와 아틀란틱조선소 간 합병에 심층심사 이유에 대해 “두 업체는 글로벌 크루즈 조선시장의 리더들”이라며 “크루즈 시장이 팽창하고 있지만 진입 장벽이 매우 높다. 양사 합병이 크루즈 업계 경쟁약화를 가져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결합심사에도 적용될 수 있는 말이다. 양사 합병 시 액화천연가스(LNG)선과 초대형유조선(VLCC) 수주 잔량 점유율은 60%를 넘어서며 세계 1위의 조선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여기에 EU는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에 선박 건조를 맡기는 대형 고객사도 몰려 있어, 합병으로 선박 건조 가격이 올라갈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업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할 가능성도 크다. 

   
▲ 지난 9월 국회 정론관에서 전국조선해양플랜트하도급대책위원회와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출처=전국조선해양플랜트 하도급대책위원회

노조반발·하청업체 갑질 등 문제도 암초

국내에서는 노조 반발이 해외 경쟁당국 기업결합 승인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도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양사의 인수합병이 결정된 후 줄곧 이를 반대해 오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합병이 조선업의 경쟁력 저하를 가져올 것이며, 그룹 오너 일가의 지배구조 강화와 경영 승계를 위한 꼼수라는 것이 이들 주장의 골자다. 

지난달 초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금속노조가 주축이 된 ‘재벌특혜 대우조선 매각저지 전국대책위원회’는 EU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을 찾아 대우조선 매각의 부당함을 알리는 기업결합심사 반대 의견서를 제출하기도 했다. 

남은 과제는 또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의 하청업체 갑질 문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부터 하청업체 갑질과 관련 조선3사(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에 대한 직권조사를 진행해왔다. 그 결과 2016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기성금 미지급 등 위법 행위 등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6월에서 8월 사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순으로 심사보고서를 상정했다. 심사보고서가 상정되면서 조선 3사의 불법 하도급 거래에 대한 공정위 전원회의도 10월 말 열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11월이 될 때까지 전원회의는 열리지 않은 채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다른 여러 가지 일을 맡고 있다보니 심판 기일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심판 기일을 잡으면 바로 해결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갑질 피해 하청업체들은 갑질 문제 해결 없이 인수·합병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견지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 합병 시 서로 책임 주체가 불명확해져 피해보상이 흐지부지 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윤범석 대우조선 하청업체 갑질피해대책위원장은 “하도급법 위반으로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기업이 정상적인 인수합병(M&A)을 거쳐 합병되는 게 상식선에서는 맞지 않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기업결합심사 결격사유에 포함이 되느냐 안 되느냐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이런 부분이 충분히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이지우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간사 또한 “공정위는 기업결합으로 인해 경쟁이 어떻게 되느냐를 먼저 판단하는 만큼 어떠한 영향이 있을지 쉽게 예단하기는 어렵다”고 전했다. 다만 “기업결합으로 인해 조선 기자재·하청회사 및 그 노동자들의 해당 회사에 대한 종속은 심화될 가능성이 큰 만큼 공정위가 기업결합을 허용 전 한국조선해양 및 그 자회사들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한 공정위 제재처분 건에 대해 피해 회사에 충분한 배상을 하고, 하도급거래를 원상회복하는 등의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가영 기자  |  young@econovill.com  |  승인 2019.11.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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