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동훈 기자] 버거 브랜드 맘스터치를 창립하고 기업공개(IPO)의 불모지인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기업을 상장시키는 등 공을 세운 정현식 해마로푸드서비스 회장이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기업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넘긴 것. 사모펀드의 프랜차이즈 업체 인수에 따른 본사 경영진과 가맹점주의 운명에 시장 관심이 쏠리고 있다.

▲ 정현식 해마로푸드서비스 회장이 10월 31일 부산에서 열린 프랜차이즈 부산 박람회에서 기념사하는 모습. 출처=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해마로푸드서비스는 11월 5일 대주주인 정 회장이 보유 지분 5478만2134주를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케이엘앤(KL&)파트너스에 양도한다고 공시했다.

양도 지분 규모는 지난 9월 26일 기준 정 회장이 보유한 주식 총 6037만6672주 가운데 90.7%에 달한다. KLN파트너스에 양도하는 지분 가운데 의결권이 있는 보통주 5478만2134주 전량이 포함된 점은 업계 시선을 끌고 있다. 주주총회에서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의미하는 의결권을 사모펀드에 모두 넘김으로써 사실상 경영권을 모두 이임했기 때문이다. 권리가 없어짐에 따라 정 회장은 공식 입장대로 보직을 유지하더라도 주주총회에 참석하거나 경영에 법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

해마로푸드서비스 창립 멤버일 뿐 아니라 맘스터치의 현재 위상을 갖추는데 공을 세워온 정 회장이 이번 결심을 내린 데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정 회장은 기존 국내 버거 시장을 주름잡고 있던 롯데리아, 맥도날드 등 유력 브랜드들 사이에서 카페형 버거·치킨 전문 브랜드라는 콘셉트로 입지를 쌓아왔다. 코스닥에 상장한 2015년 이후 작년까지 3년 연속 매출 신장률을 기록하고 올해 11월 초 기준 1226개 매장을 운영하는 등 성과를 이끌었다. 기업을 성장 가도에 올린 공로로 박수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경영권을 내려놓는 것은 업계에서 이례적인 행보다.

해마로푸드서비스는 공식 보도자료를 통해 정 회장의 이번 결단의 배경에 대해 미래 지향적인 설명을 내놓았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정 회장은 맘스터치의 해외 진출에 박차를 가하기 위해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려는 취지로 이번 결정을 내렸다. 지분 양도 금액으로는 프랜차이즈 산업 발전을 위한 스타트업 지원 기업(액셀러레이터)을 설립해 가능성 있는 신생 기업에 투자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10월 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제7회 협회장에 선출된 정 회장이 해마로푸드서비스보단 국내 산업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활동을 벌이려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정 회장의 이번 깜짝 선언에 업계 뿐 아니라 회사 내부도 술렁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수 직원들이 경영진으로부터 이번 결정을 암시할 수 있는 움직임이나 풍문을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점주들 가운데에서도 회사 매각 사실을 아예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본사가 이번 결단에 대해 점주와 사전 공유하지 않은 셈이다.

서울 강남구에서 맘스터치 매장을 운영하는 가맹점주 A씨는 “본사에서 그런 결정을 내렸다는 소식을 듣거나 전달받지 못했다”며 “회사 매각의 영향을 체감할 수 없고 잘 알지 못하지만, 어찌 됐든 가맹점들이 장사를 잘할 수 있도록 본사에서 잘 도와주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 회장 지분 인수한 KL&파트너스, 과거 ‘기업 장점 강화’ 전략으로 눈길

업계 일각에서는 사모펀드가 기업 가치를 끌어올린 뒤 매각해 이윤을 창출하는 역할을 하는 만큼 해마로푸드서비스도 실적 향상 압박에 시달릴 것이란 예측이 제기된다. 경영진을 물갈이하거나 가맹점주의 매장 운영 상 부담을 높일 거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다만 정 회장 지분을 양수한 KL&파트너스의 그간 사업 행보를 감안할 때, 해마로푸드서비스에 이윤 단기 강화를 추진하지 않을 거란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2016년 설립된 KL&파트너스는 각종 산업분야의 기업들의 경영권을 인수해 기업 가치를 올린 운용사로 주목받는다. 유바이오로직스, 가야산샘물 등 기업을 경영해 당초 경영권 인수가액보다 높은 액수로 매각하는 등 성과를 거뒀다. 기업 맞춤형 솔루션을 적용함으로써 기업 성장을 견인한 ‘백기사’라는 업계 평을 받기도 했다. KL&파트너스의 김기현 대표는 컨설팅을 맡은 기업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경영 전략으로 차별화를 도모하는 성향을 가진 것으로 전해진다.

해마로푸드서비스의 공식 입장 등 요소를 감안할 때도 구조조정, 가맹점주 실적 압박 같은 갈등 요인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 사진= 이코노믹리뷰 최동훈 기자

업계 일각 “기존 경영진 유지될 경우 시너지 창출할 수도” 전망

회사 설립 당시 정 회장과 함께 올해 들어 16년째 회사를 이끌어온 ‘드림팀’이 건재한 점은 긍정적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전명일 대표이사, 이재호 사장, 김주헌 상무 등 경영진은 정 회장과 함께 올해 9월 17일 열린 임시 주총에서 재선임돼 2022년 9월까지 3년 간 임기를 이어간다. 정 회장이 지분 매각을 진행하면서도 보직은 유지한다고 밝힌 점을 미뤄볼 때 대주주가 기존 경영진을 교체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확보하되 회사를 키워온 임원들과 함께 역량을 보강·강화해 나갈 것으로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KL&파트너스가 적극 임할 사업 분야로 맘스터치의 해외 진출과 종속회사 슈가버블 및 화덕피자 전문 브랜드 붐바타의 실적 개선이 꼽힌다. 맘스터치는 베트남, 대만, 싱가포르 등 3개국에 진출한데 이어 올해 9월 필리핀에 진출하기 위한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는 쾌거를 이뤘다. 미국, 말레이시아 등 진출국을 늘리기 위한 사업을 현재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사업 다각화의 일환으로 현재 운영하고 있는 계열사 10곳 가운데 작년 기준 당기순손실을 내는 등 실적이 저조한 계열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도 과제다. 음식료 도·소매 업체 카펨,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크레이더스, 광고대행 업체 에이치이엔티 등을 비롯해 맘스터치 베트남·대만 법인, HFS 글로벌 등 7곳이 작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일부 업체다.

해마로푸드서비스는 이번 보도자료 내용 외 정 회장 결단의 배경이나 향후 사업 계획 등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이례적인 결단에 따른 기업 전망을 섣불리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해마로푸드서비스가 맘스터치 성공을 통해 기업 가치를 높여온 만큼 모험적인 시도로 성과를 낼 가능성에 손을 들어주는 의견도 나온다.

창업 컨설팅 업체 창업피아의 이홍구 대표는 “사모펀드가 가맹본부를 인수한 뒤 성과를 낸 사례는 국내에 드문 게 사실”이라면서도 “해마로푸드서비스의 성공을 이끌어온 정 회장 및 경영진이 대주주 변경 이후에도 경영을 이어갈 경우 사모펀드와 시너지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