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우주에는 인공위성이 날아다니고 클라우드에 세계의 정보가 모이는 한편, 온라인과 오프라인은 연결되고 인공지능이 세상의 중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 연장선에서 '일하는 방식'을 두고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ICT가 열어버린 새로운 시대의 일하는 방식은 어떻게 정의되어야 하는가. 근본적인 성찰이 필요한 순간이 왔다.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①] 인공지능과 일자리의 상관관계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②] 온디맨드와 긱 이코노믹
[어떻게 일해야 하는가③] 주 52시간에 대하여...바보야, 문제는 유연함이야

▲ 인공지능과 일자리의 상관관계가 눈길을 끈다. 출처=갈무리

인공지능과 사람의 역할
영국의 분석회사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지난 6월 보고서를 통해 향후 10년간 전 세계에서 약 2000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인공지능 로봇에 대체될 것으로 전망했다. 로봇 1대당 평균 제작 및 유지단가가 2011년에서 2016년 사이에 11% 하락한 가운데, 성능이 더 강해진 로봇들이 빠르게 인간의 자리를 대신할 것으로 봤다. 

옥스포드 이코노믹스는 2030년까지 로봇 설치가 현재 전망치보다 30% 더 늘어난다면 그 해 세계 GDP는 5.3%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러한 전망은 세계경제포럼에서도 나온 바 있다. 각국의 인사 담당 임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의 여파로 약 710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전망이며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비슷한 추이가 이어질 경우 전체 일자리의 30%가 10년 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결국 인공지능으로 대표되는 강력한 기술력이 인간의 일하는 영역을 빠르게 대체할 것이며, 인공지능 및 로봇의 대중화가 이뤄질수록 이러한 분위기는 더욱 고조될 전망이다. 인공지능 로봇의 생산성이 인간을 압도하기 때문에 '피할 수 없는 대세'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현재의 인공지능이 전격적으로 모든 일자리를 가져갈 수 없다. 단순하게 기술적인 측면만 고려해도 아직 우리는 '약' 인공지능의 시대를 살고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한계를 돌파하려는 인공지능 업계의 노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단순 기술적 측면에서 보면 아직 우리는 약 인공지능 시대를 살고 있으며 강 인공지능의 시대는 '꿈도 꾸지 못할 수준'이지만, 서서히 그 한계가 희미해지는 분위기도 연출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등이 주도하는 오픈AI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오픈AI의 벌트(BERT)는 인간 이상의 자연어 처리 능력을 보여주는 것으로 잘 알려졌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빅버드 등 새로운 자연어 처리 기술은 지금 이 시간에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GPT-2는 약간의 콘텐츠가 있으면 순식간에 이와 관련된 새로운 창작물을 만들어낸다. 소설은 물론 과제, 심지어 신문기사도 만든다는 후문이다. 

창작자의 고민을 덜어주는 인공지능이지만, 해당 인공지능의 API가 공개라도 될 경우 소위 가짜뉴스 공장이 설립될 수 있다. 오픈AI는 이를 우려해 GPT-2의 API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인공지능 사진 사이트인 Thispersondoesnotexist는 실재하지 않는 인물의 사진을 순식간에 창조할 정도로 상당한 기술력을 자랑한다. 그 연장선에서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애플은 전격전을 벌이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다양한 기업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력이 올라가는 한편 최근 자연스럽게 '일상생활'에 녹아드는 경향도 발견된다. 마케팅적 측면의 접근이지만 인공지능 범용화의 중요한 단계이자, 추후 일자리를 위협하는 인공지능의 본격적인 행보라는 점에서 시선을 끈다. 

정지훈 경희 사이버대학교 미디어영상홍보전공 교수는 지난 3월 SK텔레콤 주관 행사에서 구글 알파고의 바둑 대국에 주목했다. 정 교수는 "구글이 왜 바둑을 잘 두는 인공지능 알파고를 공개했을까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바둑을 잘 두는 인공지능은 일상생활에서 별 쓸모가 없다. 그럼에도 구글이 바둑 인공지능인 알파고를 공개한 것은 브랜드 마케팅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알파고가 등장했을 당시 많은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무한의 수'를 자랑하는 바둑에서 인간을 이길 수 없다고 봤다. 그러나 알파고는 보란듯이 승리했고, 이 자체로 엄청난 마케팅 효과를 누렸다.

▲ 정지훈 경희 사이버대학교 미디어영상홍보전공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최진홍 기자

정 교수는 "시대는 기술을 수용하는 주기가 있으며, 많은 기술들이 이 주기를 넘지 못하고 사라진다"면서 "반면 알파고는 일상생활의 바둑이라는 아이템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들의 예상을 뒤엎는 장면을 연출했고 강렬한 충격을 주는 것에 성공했다. 구글 딥마인드가 바둑이라는 키워드를 선택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현장에서 인공지능 스피커의 사람 목소리에 대한 이색적인 접근도 눈길을 끈다. 신윤호 SK텔레콤 AI사업 유닛 셀 리더는 밋업 현장에서 아이들의 인공지능 스피커 명령어 패턴 일부를 공개했다. 많은 아이들이 누구를 통해 쉽게 인공지능 음성 인터페이스 서비스를 즐기는 가운데, 아이들이 인공지능을 의인화시키는 장면이 새롭다. 마치 말을 걸듯이, 친구에게 말하듯 "너 미워 할거야' '착하네' 등등의 말을 건다는 뜻이다.

인공지능 스피커의 음성이 인간과 기기의 친밀성을 담보하고, 이를 통해 거부감없는 서비스 구현 이상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다는 평가다. 신 리더는 이를 설명하기 위해 EBS의 프로그램 일부를 공유했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인공지능 스피커를 일정기간 사용한 사람이 전기 충격을 통해 인공지능에 '아픔'을 주는 실험에 참여한다. 그리고 많은 이들은 인공지능에 아픔을 주는 것을 포기한다. 심지어 인공지능이 무엇인지 확고하게 인식하고 있는 개발자도 동일하게 인공지능에 대한 연민을 느낀다.

신 리더는 "각 인공지능 스피커들이 사람과 닮은 목소리를 내는 것은 기기의 연결성과 큰 관련이 있다"면서 "기업은 이에 착안해 데이터를 꾸준히 추구하며 인간이 인공지능에 애착을 느끼게 만들고, 그 뒤로 실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 페이크 이미지를 인공지능으로 만드는 시대다. 출처=갈무리

인공지능이 좋아하는 일자리는?
인공지능의 기술력이 올라가고 마케팅적 측면에서 일상생활에 적절히 스며들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의 카카오미니는 '반말'을 하기도 하며, 현재 인공지능은 모든 산업의 영역에서 필수보완재로 활용되고 있다. 이런 현상이 이어지면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넘보는 것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2019 CIO 서베이(2019 CIO Survey)의 결과를 발표하며 인공지능을 도입한 기업의 수는 지난 4년 간 270% 증가했으며, 작년 한 해 동안 세 배나 늘어났다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인공지능 기술력이 빼앗을 수 있는 일자리의 '종류'에 대한 담론이 등장한다. 인공지능은 어떤 일자리를 빼앗을 수 있을까? 업계에서는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이 먼저라고 본다.

배달의민족이 공개한 서빙 로봇의 딜리의 경우 훌륭한 기술력을 자랑하고 있으나, 사실 이러한 방식의 접근은 인공지능에게 상대적으로 어려운 영역이다.(딜리가 인공지능 로봇은 아니다) 누군가 지나가다 딜리를 가격할 수 있고, 식당 내부에서 분쟁이 벌어졌을 때 딜리가 해결할 수 있는 시나리오는 그렇게 많지 않다. 무엇보다 인공지능이 오프라인의 '로봇'이라는 현실의 매개체를 통해야 하기 때문에 진입장벽 자체가 높은 편이다. 물론 산업현장에서의 반복적인 작업에서는 인공지능 로봇의 효율성이 높겠지만, 이는 인공지능보다는 로봇의 효율성이 더 크다는 개념으로 봐야 한다.

일본 헨나호텔의 사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헨나호텔은 모든 직원을 로봇으로 대체한 바 있다. 손님의 짐을 들어주거나 방 청소를 하는 임무를 수행했으며 초반 이를 신기하게 여긴 투숙객들이 모여 호텔은 대성황을 누렸다. 인기에 힘입어 헨나호텔은 2015년 7월 나가사키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16곳에 분점을 세웠다. 호텔 경영진들은 로봇 직원이 사람 직원보다 더 일을 잘 수행했고, 임금을 지불할 필요도 없으니 경제적 측면에서도 효율성이 높다고 봤다.

문제는 지속성에 있었다. 로봇 직원들이 시간이 지나며 잦은 고장에 시달렸고, 이를 수리하고 보완하는데 상당한 비용이 들어갔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투숙객들의 요청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거나, 때로는 엉뚱한 대답을 해 문제가 발생했다. 결국 호텔 경영진들은 로봇 직원의 기하급수적인 비용 증가, 그리고 투숙객들의 불만에 로봇 직원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에 돌입하고 말았다. 총 234개의 로봇 직원 중 절반이 구조조정됐다.

반면 인간의 추론영역, 즉 창작이나 계산 및 분석은 인공지능이 상대적으로 더 빠르게 접근할 수 있다. 결국 저임금 일자리보다 상대적으로 중간 레벨 수준의 일자리들이 인공지능 입장에게는 더욱 구미가 당기는 일자리가 될 전망이다. 여기서 영역을 확장하면 미디어 콘텐츠까지 넘볼 수 있다. 중국 관영 통신사인 신화통신은 세계 최초로 인공지능 남성 아나운서를 공개했으며, 올해 초에는 여성 아나운서도 공개한 바 있다. 공개된 영상을 보면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인공지능 아나운서들이 능숙하게 멘트를 해 놀라움을 선사한다. 자연스러운 말투와 사람 특유의 호흡 관리 등은 진짜 사람과 다를 것이 없다.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멀쩡한 사진을 누드사진으로 바꿔버리는 딥누드 현상과도 연결되어 있다.

▲ 인공지능과 일자리의 상관관계가 눈길을 끈다. 출처=갈무리

결국 시간과의 싸움
아직 약 인공지능의 시대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하고 마케팅적 접근도 훌륭하게 이어지는 한편 그 영역이 추론과 창작의 영역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인간의 일자리를 넘보는 것은 기정사실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너무 단순한 접근방식이다.

특히 인공지능의 지나친 효율화가 독이 되는 경우다. 언론의 경우 일각에서는 인공지능이 취재를 하고 기사를 작성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사실이다. 그러나 만약 취재 과정에서 윗 선의 부당한 압력이 들어온다면, 혹은 제보자만 알고있는 정보가 오염되어 인공지능에 제공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사람 기자라면 편집국장의 부당한 압력을 버텨낼 수 있는 여지도 있고, 오염되어 있는 정보를 '인간적인 접근'으로 풀어낼 여지가 있다. 효율성만 보장하는 인공지능이 이러한 접근을 보여줄 수 있을까? 창작과 분석의 영역에도 비슷한 조건을 대입할 수 있다.

나아가 인간을 돌보고 정서를 교감하는 역할은 인간만이 할 수 있으며, 인공지능이 아무리 강력해져도 그 이상의 존재감을 보여주기는 어렵다는 말도 나온다. 결론적으로 인공지능이 할수있는 영역은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도 시간과의 싸움을 의미할 뿐, 장기적 관점에서는 부질없는 주장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강' 인공지능 시대가 열리면 산업현장의 인공지능은 로봇이라는 '사지'를 통해 돌발적인 모든 현안에 대응할 수 있고 효율화의 딜레마도 풀어나갈 수 있는 길이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과의 감정교류도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SK텔레콤의 누구 스피커는 초보적이지만 많은 독거노인들의 말동무가 되어주고 있고 일본에서는 이미 소니의 아이보가 이러한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3월 행사에서 정지훈 경희 사이버대학교 미디어영상홍보전공 교수는 "사람들이 인공지능이 일자리를 빼앗을 것이라 우려하지만, 일각에서는 크리에이티브한 업무는 인공지능이 할 수 없다고 본다"면서 "그런데 최근 인공지능이 그림을 그리거나 소설을 쓰는 등 크리에이티브의 영역으로 빠르게 넘어오는 사례가 속속 발견된다"고 말했다. 결국은 인간의 일자리가 '정복'당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있다.

그렇다면, '신성한'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업계에서는 인공지능 기술력의 발전과 함께 이를 인정하고 제어하는 장치를 만드는 쪽에 집중하고 있다. 로봇세 부과를 통해 인공지능 일자리 흡수의 폐혜를 분산시키고, 인공지능 로봇의 업무를 제도권으로 들이는 작업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인공지능 윤리를 도입해 인간과의 수평선을 맞추는 작업도 병행되고 있다.

이러한 제반작업이 마련되면 최초에는 인공지능과 인간의 협업을 꾀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이후 인공지능 기술력이 점점 일자리를 과도하게 넘보는 순간, 그 단계의 로드맵을 창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물론 이 단계의 구체적인 로드맵은, 2019년을 살고있는 우리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