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처=이미지투데이

[이코노믹리뷰=권유승 기자] 종신보험이 저축성보험 컨셉으로 판매되는 사례가 다발하며, 올 상반기 불완전판매 1위를 기록한 것으로 확인됐다. 포화된 보험시장 속 2022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까지 겹친 탓에 생명보험사들이 수익성이 높고 잘 팔리는 보험에 영업을 강화한 결과로 풀이된다. 불완전판매 근절에 앞서 생보업계가 직면한 산업 구조적 문제부터 해결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종신보험, 불완전판매비율 ‘1위’

6일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생보사 24곳의 올 상반기 종신보험 평균 불완전판매비율은 0.32%로 집계됐다. 보험 종목 중 가장 높은 불완전판매비율 수치다. 신계약 73만5303건 중 2339건이 불완전판매로 이뤄졌다.

보험 종목별로 보면 △치명적 질병 △연금 △저축 △암 △어린이 △기타 등의 불완전판매비율은 각각 0.14%, 0.15%, 0.05%, 0.08%, 0.05%, 0.05%로 나타났다. 회사별로 살펴보면 처브라이프의 종신보험 불완전판매비율이 0.81%로 가장 높았으며, 이어 KDB생명이 0.73%로 두 번째를 차지했다.

▲ 출처=생명보험협회 공시

종신보험의 불완전판매 유형은 저축성으로 둔갑해 판매하는 행태가 일반적이다. 가령 무‧저해지환급 상품인 경우 만기까지 유지했을 시 일반 상품 대비 높은 환급률을 보이는데, 이를 저축기능으로만 강조해 판매하는 식이다. 연금전환특약 등을 내세워 종신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판매하는 행태도 있다.

◇ 목적에 맞게 가입해야

이 같은 행태의 문제는 환급금의 차이가 크다는 점이다. 종신보험은 반드시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품이기에 일반 상품 대비 높은 사업비가 부과된다. 장기간 유지해야 하니 유동성이 낮으며 중도해지 시 원금 손실 가능성도 크다. 즉, 저축이 목적이면 저축성보험을 가입하는 게 이득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한 보험설계사는 “사망보장을 받다가 납입이 완료되는 시점에 기납입 보험료에 이자율이 어느 정도 반영된다는 점을 강조해 저축성보험 컨셉으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저보증이율이 높은 상품일지라도 일반 저축보험에 비해 사업비 차감이 많아 원금 회수가 늦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보험설계사는 “높은 이율에 추가납입을 활용한다고 하더라도 장시간이 거릴뿐더러 유동성의 문제도 생겨, 결국엔 ‘눈가리고 아웅’이 돼버리는 식”이라며 “고객의 가입 목적에 따라 보장성과 저축성 보험을 구분해야한다”고 말했다.

이어 “종신보험을 저축이나 연금이라고 판매하는 건 당연히 불완전판매다. 그 상품의 원래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다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사망보장과 더불어 쌓여있는 해지환급금을 적절히 활용할 수 있다는 측면은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 포화된 보험시장 속 IFRS17까지…“어쩔 수 없는 선택”

종신보험이 저축성보험으로 팔리는 불완전판매가 비단 설계사들의 잘못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보험사들이 포화된 보험 시장 속 IFRS17 도입까지 대비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면서 가입유인책이 떨어지고 있는 종신보험의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저축 컨셉으로 판매토록 설계사들에게 교육을 시킨다는 후문이다.

IFRS17 도입 시 보험 부채가 원가 평가에서 시가 평가로 변경돼 보험사들은 저축성 보험 상품이 많을수록 부채 부담이 크게 증가한다. 보험사 입장에서도 고령화 기조에 저축성보험에 대한 가입자 니즈는 커지는데, IFRS17 도입을 앞두고 저축성 보험 판매를 늘릴 수 없어 보장성보험을 저축성으로 둔갑해 영업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불완전판매는 분명 잘못이나, 이를 설계사들의 잘못으로만 돌리기에도 무리가 있다”며 “가입니즈가 큰 상품은 저축성 보험인데, 새 회계기준 대비에 저축성 보험을 팔질 못하니 업황 악화 속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종신보험을 저축성으로 둔갑해 팔도록 원수사가 설계사들에게 교육을 시키기도 한다. 보험업계의 생존과 직결된 산업 구조적 문제가 종신보험의 불완전판매를 더욱 키우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